어렵기만한 불교 용어들을
꽁트, 친절한 해설로 접근
읽다보면 불교지식이 ‘쏙쏙’

불교 지식 꽁트/ 윤창화 지음 / 민족사 / 9500원
불교 지식 꽁트/ 윤창화 지음 / 민족사 / 9500원

삼매, 해탈, 할, 삼독, 일체유심조….

불교의 중요한 용어들은 그냥 말만 들어도 어렵다. 때문에 사람들은 불교를 어렵다고 한다. 조금도 틀린 말이 아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용어가 한자이기 때문이고, 게다가 개념도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불교’라는 어려운 개념에 ‘꽁트’라는 일단 뭔가 재미가 있을 것같이 느껴지는 장르가 만난다면 어떨까?

<불교 지식 꽁트>는 불교계 대표 출판사인 민족사의 윤창화 대표가 불교의 중요한 용어, 언어들에 대하여 70년대에 유행했던 ‘꽁트’라는 장르를 통해 불교 용어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저자는 그냥 말만 들어도 어려운 용어들을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어로 된 글로 읽는다면 그 의미가 확연히 명확하게 와닿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꽁트를 끄집어 냈다.

꽁트는 인생의 순간적 한 단면을 예각적(銳角的)으로 포착, 표현한 가장 짧은 소설이다. 단편 소설보다 더 짧은 글 속에 사물을 예리하게 비판하고 압축하여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기지·유머·풍자가 있다. 그래서 꽁트를 보다 보면 웃음이 터지고 속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혼이 나 간 듯 TV를 보고 있는 어린아이의 얼굴, 나는 나의 존재를 잊었다. 망아(忘我).’

‘백화점 명품 코너에서 화석이 되어 버린 아가씨, 설마 죽은 것은 아니겠지?’

무아(無我)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저자는 다음과 같은 설명으로 이해를 돕는다.

“무아는 나(我)란 없다는 뜻이다 논리적 바탕은 오온무아(五蘊無我, 오온은 무아), 제법무아(諸法無我, 모든 존재는 무아)이다. 오온무아란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색·수·상·행·식 오온에는 항구적인 실체로서 ‘나(我)’, ‘나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我空]는 뜻이다. 제법무아는 법공(法空)으로 나를 포함한 만물 역시 실체가 없다는 뜻이다. 또 무아는 아뜨만(ātman)을 부정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초기경전의 주석서들에서는 대부분 ‘실체가 없다’는 뜻으로 정의하고 있다.”

저자 윤창화 민족사 대표. 현대불교신문 자료 사진.
저자 윤창화 민족사 대표. 현대불교신문 자료 사진.

강원도 평창 출신인 윤창화 저자는 1965년 오대산 월정사로 입산, 약 13년간 출가 생활을 했다. 8년 동안 월정사 조실 탄허 큰스님을 시봉하면서 학문의 세계와 만났다. 1980년 불교 전문출판사인 민족사를 만들어 42년째 불교책을 내고 있다. ‘창화’는 탄허 큰스님으로부터 받은 수계명이다.

2017년 세종도서 학술부분에 선정된 <당송시대 선종 사원의 생활과 철학> <선불교> <왕초보, 선 박사 되다> 등 선(禪)에 관한 연구를 깊이 있게 하고 있다. 저자는 “선(禪)이야 말로 상대방의 마음을 날카롭게 뚫어 바로 깨달음을 이루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선과 유머를 통한 지식 전달인 꽁트와 잘 통한다고 하겠다.

 

책속의 밑줄 긋기

● 고(苦)

남편의 외박질
아내의 춤바람
끝도 없이 떨어지는 빚투 주식이다.
불면증 환자의 기나긴 밤
대입에 낙방한 고3 학생의 얼굴
직장에서 쫓겨난 40대 가장의 뻥 뚫린 가슴이다.
아, 인생.

∵ 고(苦, 괴로움) - 불교에서는 일체(一 切)는 개고(皆苦)라고 한다. 또 생로병사 4고(苦)에, 애별리고(愛 別離苦,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의 고통), 원증회고(怨憎會苦, 대척 관계와 만나야 하는 고통), 구부득고(求不得苦,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하는 데서 겪는 고통), 오음성고(五陰盛苦, 욕망과 불만족에서 겪는 고통)를 합하여 모두 8고(苦)라고 한다.

불교의 목적은 이 고(苦)에서 벗어나자는 데 있다. 그리고 일체개고가 시사하는 것은 삶은 괴로운 것, 고통스러운 것이므로 너무 여기에 집착하지 말고 괴로움이 소멸된 열반의 세계를 성취하라는 것이다. -18쪽
 

● 번뇌

15세 소녀의 여드름
아! 이것만 없다면
세상은 모두 내 것인데.
진수성찬이 가득한 식탁
이럴 때는 배가 하늘만 했으면 좋겠다.

번뇌
인간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정신 영역
고상함과 천박함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다.

∵ 번뇌(煩惱) - ‘잡념(雜念)’, ‘잡생각’, ‘공상’, ‘쓸데없는 생각’ 등을 가리킨다. 불교에서는 근심·걱정·번민·갈등·욕망·욕심·망설임·불안감 등 마음을 괴롭히는 것들을 모두 번뇌라고 한다. 번뇌는 육식(안·이·비·설·신·의)이 그 대상인 육경을 만나서 발생한다.

눈(眼)으로 사물을 대하면 호오(好惡)의 차별이 생기고 소유욕·욕망 등을 위해 애를 쓴다. 여기서 번민 등이 발생한다. 번뇌를 퇴치하는 방법에는 화두, 위빠사나, 염불·독경·사경·경전 탐구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불교의 모든 경전과 법문은 결국 이 번뇌를 다스리는 가르침이다. 번뇌가 다하여 없어진 상태를 해탈이라고 한다. -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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