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 450년된 은행나무 안에
1828년 조성…마을 안녕 기원

살아있는 은행나무 안에 조성된 11면 관음상. 사진출처=아사히신문
살아있는 은행나무 안에 조성된 11면 관음상. 사진출처=아사히신문

수령 450년의 살아있는 은행나무에 190년 전의 스님이 조성한 관음상이 화제다. 지난 11월 26일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후쿠이(福井)현 타이오지(諦應寺) 경내에 있는 ‘은행관음상’에 대해 보도했다.

일본각지에는 살아있는 나무에 불상을 조성하는 신앙이 있다. 흔히 영험담이 전하는 나무나, 민간신앙과 결합된 형태로 입목불(立木佛), 혹은 생목불(生木佛)이라고 불린다. 후쿠이현 와카사 역사박물관의 카와무라 켄지 학예원은 “자연목 그대로에 불상을 조성한 예시는 다양한 사료에서 볼 수 있지만, 나무의 성장에 따라 불상이 훼손되거나 반대로 불상을 조각한 부분이 부패되면서 나무가 고사하는 경우가 많다. 타이오지처럼 나무가 그대로 살아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전했다.

타이오지 산문 좌측에 서있는 은행관음상은 높이 약 30m, 둘레 4,4m, 수령 약 450년의 은행나무 줄기에 조성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적인 모습으로 조성되는 관음상에 비해 은행관음상은 단단하고 강한 눈매를 가진 남성적인 모습으로 조성된 것도 특징이다. 마을의 향토지에 의하면 이 불상은 약 190년 전인 1828년의 작이라고 한다. 조성한 불모는 사찰과 마을의 구전에 따르면 당시 타이오지의 주지였던 케이류(?隆) 스님으로 마을의 안녕과 발전을 기원하며 직접 한 자루의 칼만으로 조성했다고 한다.

타이오지의 주지 타카다 토쿠오 스님은 “불상이 조성된 나무는 절을 방문한 사람이 반드시 지나가고, 또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서 있다. 옛 스님들의 기원이 강하게 느껴지는 불상인 만큼 앞으로도 건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현재도 잎과 열매를 많이 내는 나무이지만 고령인 까닭에 사찰과 신도들이 오랜 세월에 거쳐 나무에 대한 방제작업과 불상의 수리를 거쳐 왔다. 타이오지 측은 올해 11월에 수목의(樹木醫)인 이케가미 나루시 씨에게 의뢰하여 수복작업을 진행했다. 관음상의 열화된 표면을 청소하고, 목재용 오일의 도포, 균열이나 공동이 생긴 부분엔 발포 우레탄 수지를 사용해 구멍을 막고 더 이상의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 이케가미 씨는 “현재까지 나무 자체의 생명력은 매우 강하며, 크게 문제 될 부분은 없다”고 진단했다.

타이오지 측은 최근 SNS등을 통해 불상이 알려지면서 타지역에서도 불상을 친견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나고야에서 불상을 십수 년 만에 다시 친견하러 왔다는 한 노부부는 “자비로우면서도 굳센 상호를 보면서 보살님께서 오랫동안 사람들을 돌봐주셨다는 생명력이 느껴진다”며 두 손을 모았다.

박영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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