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진실을  전달하는가  왜곡하는가/ 한상희 외/ 도서출판 운주사/ 2만3000원
언어, 진실을  전달하는가  왜곡하는가/ 한상희 외/ 도서출판 운주사/ 2만3000원

인류가 다른 생명체들과 다른 차별화된 능력은 바로 ‘언어’의 사용이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지식을 전달하며 문명과 문화를 형성했고, 의사소통을 해왔다. 우리에게 언어의 사용은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고 중요한 일이다. 

〈언어, 진실을 전달하는가 왜곡하는가〉는 언어가 가지는 다양한 역할과 한계, 순기능과 역기능 등에 대해 초기불교와 대승불교, 선불교, 서양철학, 현대 심리학에서의 다양한 연구 성과들을 정리하고 있다. 

이 책은 이렇듯 세계의 존재 및 그에 대한 인식의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언어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언어가 과연 우리에게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유용한 도구인지, 아니면 오히려 진실을 가리고 왜곡하는 불편한 도구인지를 밝혀보려는 것이다.

‘편집자 서문(한자경 이화여대 교수)’에서는 인식과 의사소통의 수단인 언어가 과연 존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가를 문제 삼으면서, 이에 대한 서양철학과 불교의 차이점을 주목하고 있다. 나아가 연기와 유식사상에 의거해 언어의 분별적 이원성을 논하고, 이를 뛰어넘는 언어의 사용에 대해 전망하고 있다.

‘초기불교: 언어, 깨달음으로 가는 길(한상희 경북대 교수)’에서는 초기불교에서 바른 언어의 사용을 강조하는 이유는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유익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라고 논한다. 불교에서는 실천을 통한 체득을 중시하는데, 그것이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실을 있는 그대로 알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승불교: 은유로 나타나는 세계(김성철 금강대 교수)’는 유가행파, 특히 안혜의 은유론에서 정점을 이루는 인도 의미론의 발전과정을 다루는데, 그 과정에서 언어와 정신의 상호 관계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는 대승불교에서는 언어적 사고가 업과 번뇌의 원인이며,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궁극적 실재에 대한 비언어적 인식을 획득해야 한다는 견해가 밑바탕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선불교: 불립문자와 불리문자의 이중주(김방룡 충남대 교수)’는 선불교에서 언어에 대한 관점은 언어를 부정한 불립문자를 표방하며 시작되었지만, 다시 요로설선(繞路說禪)을 통한 불리문자로 언어를 긍정하게 되었고, 대혜의 간화선에 이르러 불립문자로 재전환되었다고 밝힌다. 따라서 선불교의 역사에서 언어관은 ‘불립문자와 불리문자의 이중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서양철학: 언어를 사용하는 동물로서의 인간(박찬국 서울대 교수)’에서는 ‘언어적 전환’ 이후의 현대철학에 와서야 언어는 철학의 중심적인 주제가 되었고, 인간의 이성과 의식을 이해하는 주도적인 실마리가 되었다고 진단한다. 고대 그리스철학, 중세철학, 근대철학의 언어관을 개괄한 후, 현대철학의 헤르더, 훔볼트, 카시러, 하이데거와 가다머, 비트겐슈타인, 데리다, 포퍼 등의 언어관을 살펴본다.

‘심리학: 말과 마음의 관계-언어가 삶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중심으로(권석만 서울대 명예교수)’는 언어는 양날의 칼과 같아서, 매우 유용한 도구이지만 불완전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도구이기도 하다고 한다. 따라서 언어의 순기능을 활용하되 그 역기능을 잘 이해하여 언어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은 밝은사람들연구소(소장 박찬욱)가 매년 개최하는 학술연찬회에서 발표됐다. 올해 학술연찬회는 11월 1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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