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식·장좌불와로 평생 수행
한국불교 대표하는 선승 평가
여러 수행법 회통·공존 추구
음성·영상·법문집 등 정리

김용출 지음/한울/2만9800원

하루 한 끼 일종식과 눕지 않는 장좌불와를 실천해 근현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선승으로 꼽히는 청화 대종사(1924~2003). 스님이 이 같은 용맹정진에 나선 건 2600년 전 고타마 싯다르타가 태자의 지위를 버리고 떠나 6년간 극한의 고행을 한 데서 비롯됐다. 고타마가 무상대도를 얻지 못한 채 고행림을 빠져나오는 모습을 그린 회화 〈출산석가도〉를 1989년 남종화의 거장 아산 조방원에게 받은 청화 스님이었다.

청화 스님은 그때부터 거처하는 방 벽에 〈출산석가도〉를 붙여놓고 부처의 6년 고행을, 목숨을 내건 구도 정신을 되새기곤 했다. 석가모니의 정신으로 부처님처럼 살겠다는 굳은 결심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03년 4월, 스님은 횡성 배향산 토굴에 조방원의 그림 〈출산석가도〉와 김정희의 그림 〈세한도〉 사본을 그대로 놔둔 채 옷가지만 챙겨 나왔다. 상좌들은 스님이 오랫동안 주석한 곡성 성륜사로 모시려 했지만 정작 스님은 고향 무안 혜운사로 걸음을 옮겼다.

청화 스님은 2003년 6월 서울 도봉산 광륜사에서 열린 보살수계식에 참석해 마지막 대중 법문을 했다. 이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지만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며 곡성 성륜사로 돌아왔다.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갈 길을 준비한 청화 스님. 상좌나 제자들을 만날 때마다 자신의 열반 이후 장례를 검소하게 치르라고 누누이 당부했다.

2000년 3월 곡성 성륜사 조선당에서 〈현대불교〉와 인터뷰한 청화 스님. 현대불교 자료사진
2000년 3월 곡성 성륜사 조선당에서 〈현대불교〉와 인터뷰한 청화 스님. 현대불교 자료사진

“올 때도 빈손이었는데, 마지막 가는 길을 호화롭게 할 필요가 없네. 그냥 거적에 말아서 일반 화장터에서 태운 뒤에 뿌려주소. 그렇게 해서 장례비용이 다소 남으면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해주소.”

청화 스님은 그해 11월 12일 오후 10시 30분 성륜사 조선당에서 도일 스님을 비롯한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납 80세, 법랍 56세로 눈을 감으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대중과 화합 잘하고 살아가시게. 승가란 화합이네.”

청화 대종사 탄생 100주년과 열반 20년을 맞이해 스님의 행장과 사상을 망라한 〈청화 전기: 위대한 스승〉. 청화 스님이 ‘위대한 스승’으로 꼽히는 이유는 한국의 대표적인 선승이면서 정통 불법의 부흥을 위해 일생을 바쳤기 때문이다.

스님은 정통선을 바탕으로 다양한 수행법의 회통과 공존을 추구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염불선의 대중화를 시도해 큰 주목을 끌었다. 우주만유는 진여불성뿐이고 마음이 곧 부처라는 반야의 지혜를 여의지 않고 수행한다면 모든 수행법이 선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간화선뿐만 아니라 염불선, 묵조선 등 여러 수행법의 회통과 공존 가능성을 열었다.

청화 스님 창건사찰인 곡성 성륜사 조선당 앞에서. 현대불교 자료사진
청화 스님 창건사찰인 곡성 성륜사 조선당 앞에서. 현대불교 자료사진

다만 이 과정에서 간화선만을 유일한 수행법으로 여기던 조계종의 풍토 속에서 한때 외도로 치부돼 엄청난 비판과 핍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숱한 가시밭길 속에서도 스님이 염불선을 포기하지 않은 건 근기의 차별 없이 누구나 할 수 있어 더 많은 대중이 진리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을 역임한 지선 스님은 “큰스님은 제가 보아온 수많은 수행자들 중에서 가장 치열하고 열심히 수행했던 스님이었다”며 “하루 한 끼 공양으로 법체를 유지하시며 장좌불와, 묵언으로 참선 정진하셔 전형적인 수행자의 모습을 보여주셨다”고 회고한다.

이 책은 청화 스님의 음성과 영상, 녹취록 등 다양한 형태로 보존된 800여 개 법문을 비롯해 〈정통선의 향훈〉 〈원통불법의 요체〉 〈안심법문〉 등 법문서와 〈정토삼부경〉 〈육조단경〉 등의 주역서, 스님의 은사인 금타 선사의 유작 〈금강심론〉, 각종 저술 등 수많은 자료 열람과 주요 도반 및 상좌와의 인터뷰를 망라해 발간했다.

2003년 논픽션 〈최옥란 평전〉과 2006년 〈독일 아리랑〉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논픽션그룹 ‘실록’ 멤버들과 함께 〈역사논픽션 3·1운동〉을 집필 중이던 2018년 두 권의 책을 통해 청화 스님을 처음 만났다. 스님의 행장뿐만 아니라 원통불교 사상과 염불선 등에 매료된 저자는 방대한 자료를 5년 동안 읽고 듣고 많은 관계자들을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스님의 탄생부터 출가, 치열한 구도와 만행, 사상의 형성과 대중 법문, 태안사 및 성륜사에서의 하화중생, 6년간 미국 전도, 생애 마지막 시기와 열반 모습 등 청화 스님의 일대기를 과장이나 축소 없이 논픽션 작가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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