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1일, 사망 103일 만에
원청 기업의 첫 공개 사과도
유족 "함께해준 사노위 감사"

유족과 DL이앤씨 측은 11월 21일 서울 종로구 평동 본사에서 합의 조인식을 가졌다.  사노위 제공.
유족과 DL이앤씨 측은 11월 21일 서울 종로구 평동 본사에서 합의 조인식을 가졌다.  사노위 제공.

DL이앤씨가 올해 8월 부산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고 강보경 노동자 유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건설노동자 사망에 대한 원청 대기업의 공개 사과는 처음이다.

유족과 DL이앤씨 측은 11월 21일 서울 종로구 평동 본사에서 합의 조인식을 가졌다. 회사 측과 유족은 △유족 사과 및 사과문 일간지 게재 △자체 사고조사보고서 및 재발방지대책 제공 △민사상 손해배상금 지급 등에 합의했다. 강 씨가 목숨을 잃은 지 103일 만이다.

회사 측은 이해욱 DL그룹 회장·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곽수윤 DL건설 대표이사 명의로 된 사과문을 통해 “DL그룹 작업장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고 강보경님과 근로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산재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재발방지도 약속했다. 사과문에서는 “고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DL그룹 차원에서 안전보건 시스템을 원점에서 정비하는 등 안전대책 마련에 소홀함이 없도록 살피는 한편 실질적인 중대재해 예방대책 도출을 위해 사회 각계각층과 가능한 모든 방안을 고찰하겠다”며 “사회적 눈높이와 기대에 부합할 수 있는 대책과 대안을 마련해 절대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작업장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고 강보경 노동자는 올해 8월 11일 DL이앤씨의 부산 연제구 아파트 신축 공사장 6층에서 창호 교체작업을 하다 200m 아래로 추락해 산재사망했다. 고층 작업이었음에도 안전대, 안전대 부착설비, 추락방호망 등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안전교육도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 씨는 DL이앤씨 하도급업체 KCC 소속으로 일했다. 이번 사망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DL이앤씨의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7번째 중대재해이며, 강 씨는 8번째 희생자다.

8월 말 통영에 살던 고인의 어머니 이숙련씨와 누나 강지선씨는 원청인 DL이앤씨의 책임을 묻기 위해 서울로 상경해 피켓 시위와 농성을 펼쳤다.

그런 유족들 곁에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지몽, 사노위)가 함께했다. 사노위는 10월 11일 고 강보경 노동자의 49재를 겸한 추모위령재를 시작으로 매주 2회 분향소에서 추모기도를 봉행하고 DL이앤씨 사망 노동자 극락왕생 발원, 사태 해결 촉구, 안전 사회·정당한 근로 환경을 기원했다.

유가족은 “매일이 고통스럽고 힘들었지만 스님들이 함께 해주고 기도해 주셔서 마음이 든든하고 버틸 힘이 생겼다”며 “조계종 사노위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김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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