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산하기관, 11월 22일 정릉3동 연탄나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총무원 및 산하기관 종무원들이 11월 22일 서울 성북구 정릉3동 정릉골에서 연탄 배달을 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총무원 및 산하기관 종무원들이 11월 22일 서울 성북구 정릉3동 정릉골에서 연탄 배달을 하고 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취약계층이 많은 곳에서 펼쳐지는 연탄 나눔. 보통 연탄 배달은 장당 750원 정도지만 서울시내에서 950원 밑으로는 배달마저 꺼리는 동네가 있다. 국민대 인근인 서울 성북구 정릉3동 이른바 ‘정릉골’이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연탄으로 겨울을 보내야 하는 정릉골 취약계층을 위해 연탄 3만4800장이 배달됐다.

조계종(총무원장 진우)은 11월 22일 오후 정릉3동 일원에서 총무원 교역직·일반직 종무원과 산하기관 임직원, 무산선원 및 길상사 대중스님 등 200여 명이 참여한 ‘자비실천, 에너지 취약계층 연탄지원’ 행사를 개최했다. 정릉골 200여 가구 중 연탄을 사용하는 곳만 176가구에 달해 아름다운동행과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주관해 자비행에 나선 것. 연탄뿐만 아니라 쌀 2000㎏도 함께 배달됐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비롯한 봉사단은 본격적인 연탄 배달에 앞서 국민대 학군단 앞에 집결했다. 지역구가 성북구인 김영배 국회의원과 이승로 구청장도 힘을 보탰다.

진우 스님은 “사랑과 정성을 담아 연탄을 나누게 돼 이웃이 희망을 품고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길 바란다”며 “보살행을 실천하는 마음을 가지고 끝까지 자비롭게 봉사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영배 의원은 “어느 때보다도 겨울이 힘든 시기인 분들을 위해 자비행을 실천하러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연탄이 상징하는 따뜻함과 나눔의 의미가 불교대중화를 넘어 서민의 삶에 큰 희망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승로 구청장 역시 조계종에 감사인사를 전하면서 “(봉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잘 모시겠다”고 화답했다.

탄자니아 유학생과 연탄을 전달하는 총무원장 진우 스님.
탄자니아 유학생과 연탄을 전달하는 총무원장 진우 스님.
한 어르신댁을 찾아가 쌀을 전달하고 어르신을 위로하는 진우 스님.
한 어르신댁을 찾아가 쌀을 전달하고 어르신을 위로하는 진우 스님.

봉사단은 여러 개로 조를 나눠 정릉골 가구에 연탄 배달을 시작했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필두로 총무원 부·실장 스님들이 줄을 지어 연탄을 옮겼다. 기획실장 우봉 스님은 “아마 연탄을 잘 모를 것 같은 젊은 종무원이 연탄을 본 적 있느냐고 물어봤는데 사실 나도 연탄 본지가 오래됐다”며 멋쩍게 웃었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연탄 배달을 하면서도 쌀 포대를 들고 한 어르신댁을 찾아가 전달했다. 90세가 넘어 건강이 좋지 않다는 어르신 말에 진우 스님은 “100세도 안 되셨으니 더 건강하게 지내셔야 한다”며 어르신을 위로했다.

연탄 배달에는 2016년 아름다운동행이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건립한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 출신 유학생 2명이 동참해 의미를 더했다. 한국에 온지 1년 반이 지난 크리스티안 알파(23) 씨는 “성남 봉국사에 지내며 동국대 어학당을 다니고 있다. 연탄을 처음 보는데 (봉사활동이) 재밌다”며 “탄자니아에 불교는 없지만 몇 년 후에는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절기상 첫눈이 내릴 시기인 소설(小雪)이지만 낯 기온이 14도까지 올라 봉사활동을 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봉사단은 길게 줄을 지어 연탄을 나르고, 거리가 먼 곳은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며 구슬땀을 흘렸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 4년 만에 다시 시작된 조계종 총무원의 자비행은 한겨울 온기가 가장 늦게 전해지는 달동네를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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