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지협, 11월 20일 이웃종교 성지순례차 봉암사 방문

출산율 감소 등 사회현안 공감
봉암사 마애불 순례…화합 다져

종지협 공동대표단이 11월 20일 봉암사 선열당에서 차담을 나누고 있다.
종지협 공동대표단이 11월 20일 봉암사 선열당에서 차담을 나누고 있다.

불교와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등 한국을 대표하는 7대 종교 수장들이 구산선문 가운데 하나인 희양산문 봉암사에서 현대사회 종교 가치와 수행정신을 되새겼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공동대표의장 진우, 조계종 총무원장)는 11월 20일 문경 봉암사에서 이웃종교 성지순례를 실시했다. 성지순례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장 이용훈 주교가 불교계에 봉쇄수도원 같은 성격의 수행처가 있는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에게 물어보면서 마련됐다.

조계종립 특별선원이 있는 봉암사는 1947년 성철 스님을 비롯해 청담·자운 스님 등 당대 내로라하는 선승들이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 아래 용맹정진한 수행처로 유명하다. 또한 연중 부처님오신날 하루만 산문을 열어 일반인이 참배하기 힘든 사찰이기도 하다.

종지협 공동대표의장 진우 스님.
종지협 공동대표의장 진우 스님.

성지순례에는 진우 스님을 비롯해 이용훈 주교, 정서영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 최종수 유교 성균관장, 김령하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이 각 종교를 대표해 동참했다. 사찰 안내는 봉암사 주지 진범 스님이 맡았다.

대표단은 선열당에서 점심공양을 마친 뒤 보림당에서 한국사회와 종교계가 직면한 여러 현안을 공유했다. 이용훈 주교는 매년 낮아지는 출산율을 언급하면서 “서울은 합계출산율이 0.6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신부뿐만 아니라 스님이 되려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가톨릭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진우 스님은 사회적 현상으로 인한 어려움에 공감하면서도 “불교적으로 보면 바다에 돌 하나 던져서 생기는 파도와 같다. 인간이 보는 부분적인 것만 가지고 전체를 파악하거나 논할 수는 없다”며 “개개인부터 각자의 의무를 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진우 스님과 이용훈 주교가 불교문화를 주제로 대화하고 있다.
진우 스님과 이용훈 주교가 불교문화를 주제로 대화하고 있다.

최종수 성균관장은 많은 사람들이 유교를 종교보다는 하나의 도덕 가치로만 받아들이는 현상에 아쉬움을 표했다. 최종수 관장은 “종교 가르침을 바탕으로 인의예지를 실천하는 것 자체가 종교라고 생각하지만 일부 유림에선 그렇게 보지 않는 시선도 있다”며 “유교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종교를 유교라고 밝힐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수 관장의 이 같은 고민에 진우 스님과 이용훈 주교는 유교가 보다 종교적이기 위해선 연속성을 가진 의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표단은 차담 이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봉암사 마애미륵여래좌상을 순례하면서 이웃종교의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보냈다.

불교학계 거목인 서경수 교수(1925~1986)에게 1년간 불교를 배웠다고 밝힌 이용훈 주교는 순례 내내 불교문화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 주교는 “봉암사는 조용히 정진하는 수행처이자 나름의 규약으로 인해 방문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의 배려로 오게 돼 기쁘다”며 “수천년을 견뎌온 자연환경과 깨끗이 정돈된 산사가 인상적이다. 스님들께서 이렇게 좋은 보물을 잘 지켜주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나상호 교정원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불교를 대표하는 청정수행도량에 올 수 있어 영광”이라며 “수행하는 입장에서 볼 때 산문에 들어오면서부터 전율을 느꼈다. 많이 보고 배우고 간다”고 말했다.

진우 스님은 이웃종교 수장들의 감사인사에 “먼 곳까지 흔쾌히 같이해주셔서 오히려 감사하다”며 “사찰과 자연환경이 앞으로 후대에 제대로 전승돼 우리나라의 큰 보물로 가치가 이어지길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봉암사 경내를 둘러보는 종지협 대표단.
봉암사 경내를 둘러보는 종지협 대표단.
진우 스님이 이웃종교 수장들에게 봉암사 마애불을 설명하고 있다.
진우 스님이 이웃종교 수장들에게 봉암사 마애불을 설명하고 있다.
봉암사 마애불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대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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