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0여 도반스님들과 함께
무료상담 네트워크 만들어 활동
상시로 전화·방문 상담 가능해
“공감이 피해 회복 만큼 중요”

피해자가 남긴 자료를 살펴보는 에이이치 스님. 사진출처=AFP통신
피해자가 남긴 자료를 살펴보는 에이이치 스님. 사진출처=AFP통신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사회에서 새로운 사회문제로 노인층을 겨냥한 사기사건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피해자들을 위해 무료상담에 발 벗고 나선 스님들이 화제다. 

지난 11월 10일 ‘AFP 통신’ ‘UCA 뉴스’ 등 외신은 피해상담 네트워크를 만든 시노하라 에이이치 스님과의 인터뷰를 특별보도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노인이 많은 일본. 이 노인들을 겨냥한 다양한 사기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2022년 조직적 사기로 인한 피해총액은 370억엔(약 3220억원)으로 2021년보다 30% 증가했으며, 피해액은 몇 년 만에 역대 최고액을 찍었다. 특히 이 사기범죄 피해자 90% 가까이는 고령자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 고령자들이 사기에 취약한 이유로는 스마트폰 사용의 미숙 등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못한 것도 한몫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노하라 스님은 출가 후 오랫동안 캄보디아 난민캠프와 빈곤층을 구제하는 활동을 해왔다. 이후 일본에 귀국해서도 형편이 어려운 유학생들을 돕거나, 자살위험에 놓인 사람들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사회활동으로 명성이 높다. 최근 스님은 50여 명의 도반스님들과 함께 사기 피해를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상담을 진행하는 네트워크를 결성했다. 

스님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노인층에 대한 사기범죄는 “단순한 사기가 아닌 살인과 같은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스님은 “특수 사기가 피해자에게 얼마나 괴멸적인 타격을 주고, 피해자를 자살로 내몰 가능성까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없다”고 말했다.

시노하라 스님이 피해자 상담 네트워크를 결성하게 된 계기는 피해자들이 가지는 자기혐오에 대한 연민에서 시작됐다. 스님에게 상담을 받은 후 사망한 70대 여성이 남긴 일기를 받아 본 스님은 “피해자는 일기를 통해 죽을 때까지 사기를 당한 것이, 그리고 그로 인해 가족이나 친지들과 인연이 끊긴 것이 모두 자신의 잘못이며, 자신은 죄인으로 평생 그 고통을 짊어져야한다는 아픔을 이야기했다”면서 “가해자가 아닌 노령의 피해자가 이러한 아픔을 안고 여생을 보내야 한다는 것은 크나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진행해온 상담을 통해 스님은 노령자들이 피해에 취약한 이유가 경찰의 분석처럼 최신 기술에 취약한 점도 있지만 가족이나 친지들과 오랫동안 교류하지 못한 고독감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님은 “일반적으로 사기범들은 가족이라며 돈을 요구한다. 고독한 노령자들은 이때 다시금 자신이 가족들과 연결되고 도움이 되거나 존경받을 수 있는 기회로 쉽게 생각해버린다”며 노인의 고독감에 대한 정신적인 보호도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스님은 “가능한 언제 어느 때나 상담을 받으려 하고 있다. 전화뿐만 아니라 직접 방문해 오는 분들도 있다”며 “사기를 당한 피해자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그들의 아픔을 달래주는 것도 금전적 피해의 회복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영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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