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학회 창립 50주년 행사
사부대중의 후원·참여로 회향
무엇을 했고 앞으로 할지 고민
다음 세대 위해 어깨 내밀어야

한국·세계서 어떤 평가 받는가
욕심 부린 건 없는지도 돌아봐
부족함 인정해 앞으로 나아가야
새로운 길·방향 모색할 수 있다

지난 11월 3일과 4일 동국대학교에서 한국불교학회 창립 50주년 국제학술대회를 진행했다. 사부대중의 후원과 참여로 원만히 회향했다. 단풍처럼 물들은 눈물로 모두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그런데 문득 스치는 생각이 나를 깨운다. 불교학회는 정말 부처님 가르침을 토대로 한 학회인가?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다시 학회의 본모습을 진단할 기회가 있을까? 이제는 원래의 목적에 맞는 학회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반추해보아야 할 때다. 한국불교학회! 한국인의,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불교학회가 되기 위해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불교학자로서 우리는 불교학의 좋은 연구내용을 다음 세대에 넘겨주고 이어가게 하며 그릇된 연구내용을 버리거나 좋은 연구를 위한 반성의 실마리로 삼아야 한다. 내일이 오늘보다 더 낫도록, 다음 세대가 우리의 어깨를 딛고 더 높은 곳을 볼 수 있도록 우리의 어깨를 내미는 것을 수고스럽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50년의 가치를 이어간 한 단체 이야기는 2600년간 부처님 가르침을 이어간 승가의 역사에 비하면 손톱 위의 흙덩이만큼이나 보잘 것 없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래도 50년간 한국불교학회라는 단체에는 열정과 질곡, 다양한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불교학자 대중이 함께하는 곳이기에 희노애락의 이야기가 가득했을 것이다.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런 것을 당연히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다. 물이 따뜻하든 차갑든, 깨끗하든 더럽든 강물에 품고 바다로 가듯 한국불교학회도 지난 50년 그렇게 흘러갔다. 지금도 모든 대소사를 학회에 품고 흘러가고 있을 것이다.

필자가 독일 프라이부르크 유학 중 범어 기초를 세 번이나 반복해 들었을 때 지도교수 폰 힌위버가 물었다. “왜 세 번씩이나 들었는가?” 이에 필자는 “처음에는 몰라서 이해하기 위해서, 두 번째는 이해한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세 번째는 한국에서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위 대답을 우리의 문제에 연결지어 보자. 부처님 제자로서 우리는 과연 이해하기 위한 단계, 확신하는 단계, 가르치는 단계 중에 어디에 머물고 있는 것인가? 사실대로의 수준을 진단하고 인정하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시발점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자신의 입장을 바르게 알아 불교학적 위치를 과대포장하거나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불교학 연구내용을 바르게 파악하고 이해하며, 확인하고, 바르게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한국불교학회는 한국의 여러 학회 중에 어느 라인에 자리 잡고 있는가? 세계의 불교학회들 가운데 어디에 자리하고 있을까? 한국불자, 세계불자에게서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도 한번 살펴보아야 한다. 

율장에 따르면, 비구나 비구니가 깨달음의 위치에 대한 거짓말을 하면 대망어바라이로 승가에서 추방된다. 율장의 내용을 되새기면, 개인이나 불교단체가 학문연구와 수행실천에 대해 속임수를 쓰는 일을 멀리하고 사실대로 밝히는 일은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가장 기초적인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세상에 몸을 받아 부처님께 담보로 맡긴 지 30년, 필자는 학자로서도 학문이 소천하고 수행자로서도 수행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뿐이다. 우리는 마음 현미경으로 누구의 잘못이나 원망을 찾아내기 위해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을 접어두고 함께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한국불교학회도 사실대로 그렇구나 하고 알고 새로운 길을 향해 방향을 찾아나서길 기대한다. 이제 새로운 50년을 확고한 연구와 수행으로 매듭지을 시기가 기다리고 있다. 그 몫은 바로 우리에게, 우리 불자에게, 우리 연구자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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