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문화재 취득시효 인정하면
약탈국가 소유권 주장 명약관화

문화재는 그 나라 문화 결정체
민족 혼과 얼 담긴 상징적 의미

약탈당한 전통문화재 넘기기 전
다방면 전문가 의견 청취했어야

한일 공동으로 교환 봉안하거나
상호 참배법회로 가교 역할 가능

10월 26일 대법원은 서산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불상)의 소유권을 일본 사찰에 있다고 최종 판결을 하여 결국 대마도 관음사로 돌아가게 되었다. 관음상이 600년 만에 우여곡절 끝에 고향에 왔다가 집에 들러보지도 못하고 돌아가니 마음이 아프다.

2012년 대마도 관음사에 우리나라에서 수탈해 간 불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한국인 5명의 자칭 문화재 의병 절도단이 모의하여 불상 두 점을 훔쳐서 한국으로 반입하다 경찰에 체포된 소설 같은 희한한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은 불상 2점을 사건의 증거물로 압수했다.

압수된 2점의 불상을 놓고 한일 간에 소유권 분쟁이 일어났다. 물론 일본에서는 반환해 달라는 요청을 했고, 서산 부석사는 관음상 안의 기록물에 “1330년 조성하여 서산 부석사에 봉안했다”는 기록을 들어서 원래 소유자의 권한을 주장하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한 점의 금동여래입상은 부석사와 달리 소장자를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2015년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 관음상은 1330년에 조성되어 서산 부석사에 봉안되었는데 일본 왜구들이 자주 침몰했던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에 서산 바다에 침입하여 방화하고 약탈해 가서 그동안 대마도 관음사에서 봉안해 온 것이다.

2017년 열린 1심 재판부는 부석사의 승소 판결을 하였다. 검찰은 해당 불상과 불상 안의 기록물이 위작일 가능성을 제기하여 항소하였다. 2023년 2월 2심 재판부는 일본 측의 손을 들어 주었고, 마지막 대법원은 약탈문화재의 특수성을 외면한 채 “타인의 물건이라도 일정 기간(20년) 평온하고 공연하게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는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본다”는 ‘20년 취득 시효 완성’의 일본 민법의 법리를 인정한다는 이유로 반역사적, 반민족적인 판결을 내린 것이다. 

1995년 채택된 ‘도난 또는 불법 반출된 문화재의 반환에 관한 사법통일국제연구소 협약’에는 “협약 국가 간에 취득 시효 여부와 관계없이 불법 반출된 문화재의 반환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대로 우리가 약탈문화재의 취득시효를 인정할 경우 앞으로 모든 약탈문화재 문제에 있어 약탈국가가 소유권을 주장할 것임은 명약관화한 일이 되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판결이다. 

친일파 DNA인가. 우리는 왜 일본에게 늘 양보하고 작아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우리 민족문화재 하나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독도 문제가 어려운 상황에 부딪치면 어떻게 잘 지켜낼지 걱정이다.

문화재는 그 나라 민족 문화의 결정체로서 그 민족의 혼과 얼이 담긴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잘 보호하고 발전시켜 자손만대까지 전승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들에게 약탈당한 전통문화재를 우리 손으로 그렇게 쉽게 넘겨주는 행위는 경솔한 처사이다. 좀 더 시간을 두고 다방면의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여 숙고하였더라면 한일 양국이 서로 바람직한 방법으로 해결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2011년 우리나라가 프랑스로부터 반환받은 외규장각 도서(병인양요때 약탈당한 도서)는 양국의 정상이 회담으로 반환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파리박물관 사서 직원 170명이 반환 반대성명을 발표하여 외규장각 도서를 5년 마다 계속 갱신해서 대여하는 방식으로 양국이 서로 양보하고 노력하여 반환받은 실례가 있다.

문화재는 본래자리에 있어야 가장 빛이 난다. 관세음보살의 자비정신으로 서산 부석사와 대마도 관음사가 자매사찰을 맺고 관음상을 공동으로 교환 봉안하고, 정기적으로 상호 참배법회를 연다면 양국의 우호관계를 돈독히 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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