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초능력은 공감능력

올해 방영된 드라마 중 단연 군계일학은 디즈니+ 오리지널에서 공개된 ‘무빙’이다. ‘무빙’의 장르는 뭐라고 딱 꼬집을 수가 없다. 하늘을 날고, 재생능력이 있고, 오감이 발달한 초능력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으로 봐서는 히어로물이다. 히어로들이 초능력을 쓰면서 다툰다는 점에서는 액션영화이다. 그런가 하면, 초능력자들이 정신적으로는 미숙한 청소년이라는 점에서는 성장영화로 봐도 무방하고, 초능력이 대물림되고 2대의 가족사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는 가족영화로 봐도 무방하며, 초능력자들이 서로의 비밀을 알아가면서 사랑한다는 점에서는 로맨스 영화로 봐도 무방하다. 

〈씨네21〉 인터뷰에서 박인제 감독은 “현실에 발을 디딘 채 초능력이라는 장르를 타고 움직이는 작품의 밑바닥에 성장과 가족애 그리고 사랑이라는 기조가 흐르고 있는 작품이었기에 기꺼이 연출을 맡았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대본을 보고서 박인제 감독은 쾌히 연출을 승낙했고, 그 대본에는 이미 초능력, 성장, 가족, 로맨스 등 키워드가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강풀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고, 원작자가 대본 작업까지 맡은 까닭에 드라마의 줄거리는 원작을 유지하되 일부 에피소드는 변경됐다. 가령, 극중 국정원 요원들에게 부여된 암호명은 원작에는 없다. 원작에서는 이미현이 추어탕집(봉석이네 추어탕)을 운영했으나 드라마에서는 돈까스집(남산 돈까스)을 운영한다. 

NTDP (국가인재육성프로그램)의 입안 시기도 원작과 다르다. 원작에서는 입안 시기가 2세대 초능력자들이 태어나기 전인데, 드라마에서는 2세대 초능력자들의 능력을 보고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무빙’의 재미 중 하나는 봉석(이청하)과 희수(고윤정)이 나누는 풋풋한 사랑 장면이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봉석의 초능력이 희수라는 사랑의 대상을 만나면서 로맨틱하게 극대화된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뛰어갈 텐데, 훨훨 날아갈 텐데”라는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의 가사가 떠오른다.

봉석이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이상한 게 아니라 다르고 특별한 것”이라고 말하는 희수의 대사는 드라마의 주제와도 맞물려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인간관계는 자신과는 다른 사람을 알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과의 다른 점을 이해하고 서로 길들여져 갈 때 상대방은 더욱 특별해지는 것인지도…. 

그런가 하면, 1대의 김두식(조인성)과 이미현(한효주)의 사랑 이야기는 과거에 펼쳐지는 이야기인데다가 남북문제가 얽혀 있어서 아릿하게 향수를 자극한다. 1대에서 2대로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는 인생유전(人生流轉)을 떠올리게 한다. 

미현이 자신의 초능력을 뽐내다가 친구를 다치게 한 어린 아들 봉석에게 하는 “사람의 진짜 능력은 공감능력”이라는 대사도 이 드라마의 주제를 명확하게 있다. 부처님은 신통력을 지녔음에도 신통을 부리지 않았고, 제자들에게 신통력을 금하게 하였다.  

〈보적경〉에는 부처님이 신통에 대해 문수보살이 “설법이 큰 신통변화입니다. 중생에게 대자비를 베풀어 방편을 써서 갖가지 법을 설하니 이를 능가할 신통은 없습니다”라고 대답하는 대목이 있다.  중생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히어로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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