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쿠라호텔 야외에는 고려시대 석탑 2기가 있다. 하나는 이천오층석탑이며 다른 하나는 평양 율리사지 팔각칠층석탑으로, 모두 일제강점기 당시 한반도에서 무단으로 반출됐다. 이중 이천오층석탑은 신라계 석탑 양식을 그대로 계승한 고려 초기 석탑으로 그 가치가 높다. 이 석탑은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에 출품되기 위해 경복궁으로 반출됐고, 이후 식민 재벌 오쿠라 기하치로(大倉喜八郞)의 탐욕에 의해 1918년 반출돼 현해탄을 건너가 현재까지 일본에 있다. 

이를 환수하기 위해 이천시민들을 중심으로 2008년 이천오층석탑환수위원회가 구성돼 현재까지 활동 중이다. 지난 10월 10~12일에는 환수위 대표단이 방일해 오쿠라문화재단과 석탑 환수를 위한 협상을 재개했다. 이 자리에서 환수위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서명한 환수지지 성명서와 김경희 이천시장이 서명한 환수 촉구서를 전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던 석탑의 환수 협상을 재개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석탑의 상태다. 환수위의 보고서에 따르면, 풍화로 인한 훼손이 심각한 상황이고, 훼손된 부분을 시멘트로 처리한 상황이라서 예후도 안 좋다고 한다. 우리의 석탑을 호텔 정원 장식품정도로 대하고 있는 오쿠라재단의 몰상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제 석탑의 환수는 장기전에 돌입했다. 부석사 관음상에 대한 대법원이 내린 최악의 판결은 환수운동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그래도 석탑의 환수는 이뤄져야 한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시민으로 힘으로 천천히 가자. ‘우보천리(牛步千里)’의 자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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