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충돌, 인간 어리석음 확인
종교와 민족 분쟁이 갈등의 원인
신념 신화화된 종교, 민족 고위험
종교, 정치 엘리트들 이를 이용해

불교, 폭력을 삼독심 내면화로 봐
故박이문 교수 “자비는 보편 윤리”
자비 윤리, 도덕적 갈등 조율 가능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무력 충돌은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을 수 있을까를 가늠하게 한다.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참상과 비극은 우리의 가슴 저리게 만든다. 이번 무력 충돌은 5차 중동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 크며, 제3차 세계대전은 중동전쟁의 확대에서 온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가자’는 4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도시로서 <구약>에 나오는 삼손이 활동한 곳이라고 한다. 가자는 바로 셈족의 땅이다. 셈족은 구약의 창세기 ‘노아의 방주’에 나오는 노아의 장자 ‘셈’에 기원하며, 아브라함 계통의 유일신 종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셈족에서 나왔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중동 사태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그러나 제일 큰 원인은 종교이고, 이 종교가 민족 정체성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종교와 민족이 하나의 신념체계로 신화화되면 엄청난 폭발력을 가지게 된다. 종교와 정치의 관계는 일란성 쌍둥이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종교의 믿음 체계와 정치 이념은 그 구조와 기능면에서 같은 성격의 이데올로기라고 볼 수 있다.

정교분리의 개념은 계몽과 근대화의 과정에서 나온 선언적이고 규범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만큼 종교와 정치 이념의 결합으로 인한 폐해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교와 정치 엘리트들은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집단 정체성을 유도하면서 많은 사람을 갈등과 폭력의 마당으로 내몰고 있다. 여기에 붓다의 가르침이 있다. 불교의 가르침은 ‘폭력’을 탐욕, 분노, 어리석음의 삼독심(三毒心)이 내면화 된 상태로 보고 철저히 거부한다. 공격성은 자아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그 자아를 보호하려는 욕망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 <숫타니파타>에 표현된 붓다의 폭력에 대한 두려움과 그 소망을 보자.

“죽이려고 투쟁하는 사람을 보라. 무기를 손에 들고 다른 이를 치려고 하는 데에서 두려움이 시작되었다. 내가 겁에 질려 폭력을 멀리 떠나게 된 충격을 말하리라. 물이 말라가는 연못의 물고기처럼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며, 서로가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광경을 보고 서늘한 공포가 내게 일어난다.”

“저들은 나와 똑같고 저들도 똑같다고 생각하여, 나의 입장으로 바꿔 생각해서 결코 다른 생명을 죽여서는 안 된다. 또한 다른 사람을 죽게 해서는 안 된다.”


위의 경전 내용은 현재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살육의 현장이 바로 ‘물이 말라가는 연못의 물고기 상태’이고, 이를 구제하는 방법은 ‘내 입장으로 바꿔 생각’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바로 자비 윤리이다, 이미 타계한 철학계 원로 박이문 교수는 저서 <자비의 윤리학>을 통해 유교의 인(仁)과 기독교의 사랑을 빼고 자비를 보편 윤리의 덕목으로 내세운다. 그 이유는 자비의 윤리는 도덕적 판단이나 결정의 독단성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비의 윤리는 도덕적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틀이라는 것이다. 불완전한 인간 존재의 한계성을 극복하는 궁극적인 방법은 타인에 대한 자비가 바탕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선더랜드대학의 피터 하비(P. Harvey) 교수는 <불교윤리학 입문>에서 ‘전쟁과 평화’라는 독립된 장을 만들어 갈등 해결과 평화를 위한 불교 경전 내용과 행동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불교의 전파 과정에서 기독교나 이슬람교의 예에서 나타난 성전 개념은 없다. 자비와 비폭력은 불교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근현대에 이르러 예외적인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제국주의에 협조한 일본불교의 사례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지금 한국사회도 깊은 갈등의 용광로에 빠져 있다, 상을 넘어 상의 노예가 되지 말자는 <금강경>의 가르침이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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