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명상, 데이터 축적 최우선

챗GPT, 간단한 활용만으로
명상스크립트 얻을 수 있어
명상 디지털화 점차 빨라져
한국도 서둘러 지혜 모아야

인류 문화유산이자 지혜의 전통을 가진 명상이 디지털과 결합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 필자는 제4회 서울국제명상엑스포에서 명상의 산업적 발전 현황을 살펴보고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는 메타휴먼과 AI의 명상소통 세션에서 ‘명상과 AI,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융합’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는 기회가 있었다. 발표자료를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명상분야에서 AI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매우 놀랐다. 지난해 12월에 ‘AI시대 명상앱’이라는 주제로 한국명상학회에서 발표할 때와 비교했을 때와는 너무도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불과 몇 개월 만에 이렇게 많은 변화기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가장 큰 변화는 개인 맞춤형 명상콘텐츠를 영상으로 생성할 수 있었는데, 만들어내는 속도도 빠를 뿐 아니라 콘텐츠 품질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맞춤형 명상 콘텐츠를 생성하는 것은 간단하다. 인터넷에 공개된 사례 하나를 소개하면 먼저 챗GPT에 “내 이름은 램스리입니다. 32살이고 AI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업가입니다. 명상스크립트에 제 이름과 직업관련 단어를 사용하여 짧은 맞춤형 명상 스크립트를 만들어주세요”라고 명령하면 챗GPT는 다음과 같이 즉각적으로 개인화된 스크립트를 생성한다.

“안녕하세요 램스리님. 먼저 숨을 깊이 들이마셔 보세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자신을 이완하도록 허용합니다. 호흡에 집중하고, 마음속에서 떠오를 수도 있는 어떤 생각이나 감정은 그냥 흘러가도록 합니다.…당신이 일상의 스트레스를 느낄 때마다, 단지 눈을 감고 지금과 같은 평화로운 마음의 공간으로 돌아오세요. 램스리님! 항상 건강하세요.”

맞춤형 스크립트 내용이 어떤가? 꽤 친절하고 잘 만든 내용이다. 이렇게 생성된 스크립트는 텍스트를 오디오로 전환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음원을 생성한다. 음원 생성 프로그램은 29개국의 언어를 지원하고 있고, 다양한 목소리를 선택할 수 있다. 목소리가 너무 자연스러워 AI가 아닌 인간의 목소리로 착각할 정도다. 다음으로 영상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상황에 맞는 이미지를 AI로 생성한다. ‘고요한 호수 앞에 서있다고 상상해보세요’라고 할 때 숲으로 둘러싸인 하늘을 비추고 있는 다양한 이미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전체 스크립트 맥락에 맞게 이미지가 생성된다.

마지막으로 자막을 생성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영상 자막을 만들면 최종적으로 개인 맞춤형 명상콘텐츠가 만들어진다. 이 모든 과정이 디지털 기술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AI 명상 콘텐츠를 바로 생성할 수 있는 이유는 명상관련 데이터가 이미 충분히 쌓여있기 때문이다. 챗GPT가 만들어내는 명상 스크립트는 웬만한 전문가 이상의 수준이었다. 특히 마음챙김명상 관련된 데이터는 1979년 MBSR(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이 소개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데이터가 생성 및 축적되고 있다. 현재 매년 3000편 이상 마음챙김 관련 논문이 출시되고 있을 정도로 방대한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다. 명상 데이터는 앞으로도 계속 축적될 것이기 때문에 AI 기반 명상 콘텐츠의 품질도 높아질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아날로그 명상이 디지털화 되고 있는 속도는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 인도와 동남아 그리고 티벳과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에서 형성된 정신문화 전통인 명상은 강한 종교적 색깔을 가지면서 깨달음과 같은 깊이 있는 영적 목표를 추구해왔다. 달라이라마, 틱낫한 스님, 숭산 스님, 스즈키 순류 선사, 아잔차 스님, 아찬 붓다다사 스님, 마하시 사야도, 사트야 나라얀 고엔카 같은 분들이 서양에 소개된 대표적인 스승들이다. 대니얼 골먼과 리처드 데이비슨이 공저한 〈명상하는 뇌〉에서는 이렇게 대중적인 확산보다 깊이를 추구하는 명상을 제1수준으로 정의하였다. 제2수준 명상은 서구인들의 언어, 문화, 정서 등에 맞게 각색된 형태로 제1수준보다 깊이는 낮아지지만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넓이는 더 넓어지는 단계로 정의된다. 대표적인 명상 지도자로는 잭 콘필드, 조셉 골드스타인, 래리 로젠버그, 조안 헬리팩스, 샤론 살츠버그 등이다.

제1수준과 제2수준 모두 대중적 넓이보다는 깊이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불교의 정체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단계로 볼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기 전에 사람을 통해 아날로그적으로 명상이 보급된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제3수준에서는 MBSR, MBCT(마음챙김에 기초한 인지치료) 프로그램, MSC(마음챙김자연민) 프로그램, 한국에서 개발된 HST(하트스마일명상) 프로그램 등은 같은 프로그램으로 제1수준과 제2수준보다 깊이는 얕아졌지만 과학적 연구결과에 근거하여 심리치료 형태 등으로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넓이는 확대되는 단계다. 제3수준은 여전히 아날로그 중심이지만 인터넷 및 온라인 채널과 같은 디지털 방식을 일부 이용하기 시작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명상이 디지털과 급속하게 연결되는 시점은 제4수준부터라고 볼 수 있다. 엄격한 과학적 검증이 부족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명상앱이나 기업명상 교육 등과 같이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는 단계다. 2012년 구글이 명상프로그램을 기업 경영에 도입하였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도입하였다. 이후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는데, 현재 한국에서도 기업명상 프로그램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한편 명상앱은 2015~2020년 사이에 약 2500개가 출시되었고,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시장 성장률도 13.4%로 전망될 정도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2010년에 출시된 헤드스페이스앱은 현재 전 세계 190개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고, 2012년에 출시된 글로벌 1등 앱인 캄은 2021년 이미 1억 다운로드가 넘었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전 세계적 차원에서 명상인구를 확대할 수 있는 것은 디지털 플랫폼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2018년부터 서비스하고 있는 한국의 하루명상앱도 2023년 1월 무료 전환 이후 급속한 속도로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명상이 디지털 기술과 융합되어 전 세계인들에게 확산될 수 있었던 결정적 디지털 기술이 바로 ‘앱(App)’이다. 앱을 개발해 출시하면 전 세계인들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사람들이 대면으로 만나서 교육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시기에 줌(Zoom)과 앱이 융합된 명상이 폭발적으로 확산되기 시작되었고, 그 영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제4수준에 와서는 종교색은 거의 사라진 단계이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간단한 앱 다운로드만으로도 언제 어디서든지 편리하게 명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명상이 일상의 삶속으로 깊숙이 들어온 것이다. 이렇게 명상이 일반화되고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깊이보다는 넓이를 추구하게 되었는데, 이런 트렌드를 일부에서는 종교적 가르침이 지나치게 상품화되었다는 비판들도 있다. 맥마인드풀니스(McMindfulness)라는 말이 대표적인 비판적 표현이다. 당장 배를 불리지만 지속되면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식탐 같은 영적수행이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용어다.

〈명상하는 뇌〉의 저자들은 책을 집필할 당시 미완의 형태로 존재하지만, 과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혁신과 변형이 이루어지면서 제5수준인 AI 명상앱 등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을 했다. 그런데 2021년 챗GPT가 등장한 이후 제5수준 명상이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현실로 다가왔다. 제4수준의 명상앱에 AI 기술이 접목되면 넓이는 물론 깊이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면 과연 AI 기반 명상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상당부분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전문성을 충분히 갖춘 명상 지도자들은 AI 기술로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 대 인간으로의 연결성, 스승에 대한 믿음, 명상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에 대한 경험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안내 등은 아직 AI로 대체될 수 없다. 그 이유는 명상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들에 대한 데이터가 디지털로 축적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부족하다면 AI는 답변할 수 없거나 잘못된 의견을 주게 된다. 반면 일반적 수준의 명상 안내나 질의응답은 지금도 상당부분 가능하다. 인간과 AI 기술이 함께 가야 한다.

그렇다면 국내 명상관련 AI 수준은 어떠할까? 안타깝게도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은 5~10년 내 명상 후진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AI 기반 추천 시스템을 탑재한 유명 해외 명상앱들이 한글화해서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들은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홍보 마케팅 강화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AI 기반 해외앱을 사용하면 할수록 사용자 데이터가 해외로 넘어가게 된다. 반면 국내에는 AI 엔진이 탑재된 앱이 없는 실정이다. 필자가 서비스하고 있는 하루명상앱의 경우 2024년 AI 기반 추천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지만 글로벌앱과의 갭이 크다.

영성의 시대, AI 명상의 시대에 개인별로 맞춤형 명상 콘텐츠를 제공할 수 없는 기업들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사라질 것이다. 맞춤형 콘텐츠 생성 및 추천을 위한 핵심 재료가 데이터다. 한국에는 우수한 정신문화인 명상 전통이 아직도 생생히 살아있다. 이러한 전통을 디지털화를 통해 데이터로 축적하지 않는다면 조만간 해외 명상에 의존할 수도 있을 지도 모른다. 이제 명상관련 정책 담당자, 학교, 관련기관 및 단체 그리고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K-Meditation으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날이 조만간 현실화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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