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 초월한 소통 가능해진 시대
빠른 친구 맺기로 관계 폭 넓혀
친구와 가족들과 연결도 높아져

진화생물학자 던바 교수 주장 눈길
“현실 도움 청할 친구, 3~5명 정도
호혜적 관계 최대 인원은 150명”

SNS 친구 증가가 관계 증가 아냐
‘던바의 수’ 현 관계 맺기에 일침

소셜네트워크 기술은 우리에게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관계를 형성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가져다줬다. 시공을 초월한 동시적이고 비동시적인 소통 환경은 만남과 관계 맺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특히 스마트폰과 SNS의 확산으로 인해 친구 재회나 관계의 강화는 물론이고, 면식 없는 사람과도 신속한 친구 맺기가 가능함으로써 인간관계의 폭을 손쉽게 넓힐 수 있게 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21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이용 이유에 대하여 정보와 콘텐츠 이용 다음으로 지인이나 소셜미디어 친구와의 소통과 교류라고 답변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인류학자이자 진화생물학 교수인 로빈 던바는 1992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친구를 필요로 하나”라는 원제를 가진 〈발칙한 진화론〉에서 한 사람이 사귀면서 믿고 호감을 느끼는 진짜 친구의 수는 최대 150명을 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소위 던바의 수(또는 던바의 법칙)로 알려진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현실에서 매우 곤란한 지경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진짜 절친한 친구가 3~5명이고, 공감 집단이라고 부를만한 친한 친구가 12~15명이며, 이들이 어우러져 150명의 네트워크를 이룬다고 한다. 

던바의 수는 다시 말해서 한 사람이 호혜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최대 인원수를 말하는데,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이 숫자는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이 던바의 주장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페이스북 친구가 1천 명 이상인 이용자조차도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친구는 150명 내외이며, 그중 밀도 있게 소통하는 수는 20명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친구의 대다수가 그냥 목록만 채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다. 던바의 수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있어서 관계는 양적 크기보다 질적 깊이가 중요하다는 통찰을 준다.

인간관계의 질은 건강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도 밝혀졌다. 하버드대학 성인발달연구소가 1938년부터 무려 80여 년간 수행한 행복과 건강에 관한 연구에서 내린 최종 결론은 “좋은 관계가 좋은 삶을 만들고, 좋은 관계가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연구진은 친구의 수나 관계의 안정성과 공인성이 아니라, 관계의 질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소셜네트워크 속의 인간관계는 친구가 증가할수록 관심 자원의 부족으로 인한 관계의 질적 저하, 즉 관계의 피상화로 귀결될 수 있다. 디지털 정보의 공급이 증가하였을지라도 이용자들의 관심이 비례하여 증가하지는 않는다. 이는 이용자들에게 주어진 시간 자원의 제한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SNS 친구의 수가 양적으로 많다는 것 자체만으로 디지털 인간관계가 성공적일 개연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소셜네트워크 속 인간관계의 질적 개선을 위해서 교류가 없는 온라인 친구부터 과감히 정리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연 같은 뜻밖의 만남과 관계에 놀라곤 하지만 사실 어떤 만남도 우연인 것은 없다. 인연설은 우리의 만남이 지난 과거의 삶을 통해 맺어진 인연에서 비롯됨을 말해준다. 불교에서 겁(劫)은 시간의 단위로 계산할 수 없는 헤아릴 수 없는 긴 시간을 일컫는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으나, 500겁의 인연이 있어야 비로소 옷깃을 스칠 수 있다고 하니, 그 숨은 사연들을 어찌 다 헤아리겠는가. 중요한 것은 결국 인연을 대하는 태도이다.

소셜네트워크 시대는 온라인 친구 맺기를 통한 인연 짓기가 쉬운 세상이다. 던바의 수는 소셜네트워크 속 친구 관계의 적정선을 점검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인연 짓기를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여 질적 관계 관리에 힘쓸 것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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