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 근기 맞춰 가르침 전한 부처님
사찰 활동도 중점 두는 대상이 중요
한 가지만 집중하면 다른 것들 잃어
균형과 변화의 틀 고려하며 전법을

생애주기별 전법, 또래 활동이 중요
출·재가 막론해 전문가들 동참하자
멀리 내다보고 전법의 틀 갖추려면
현재 처한 패러다임부터 점검해봐야

시대와 우리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이제 추석 명절 차례상의 간소화를 넘어 차례상 차리기 거부가 일상화되고 있다. 비단 추석 명절만 아니라 제사상도 비슷한 양상에 놓여있다. 코로나19 이후 제수용품 판매 상가가 무너지고 편리함을 찾는 대중은 온라인 구매에 열중한다. 현재의 불교 모습은 어떠한가? 

부처님은 11년간의 결혼생활과 6년 고행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아 깨달음을 성취했다. 또한 중생구제를 위한 가르침을 포기하려다 범천의 권청으로 생각을 바꾸어 연못에 핀 연꽃을 보고 중생 근기에 맞춰 가르침을 전했다. 패러다임(사고틀)이나 행동틀의 전환이 지금 여기 절실히 요구된다. 자 이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수용하자.

역사 속에 널리 알려진 부처님의 생애는 우리가 어떤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 달리 해석한다. 부처님의 생애에 시간, 장소, 사람(십대제자·신자·여성·외도·바라문 등), 동물, 식물, 천신, 음식, 자비 등의 관점을 적용할 수 있다.

이처럼 부처님의 생애를 무엇을 중심으로 보는가는 우리의 몫이다. 당시 부처님은 수행과 법담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제자들을 지도하셨다. 이처럼 지금 사찰 활동도 스님, 재가자, 불교대학, 기도, 수행, 관광, 템플스테이, 사찰음식 등 어디에 중점을 두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투입에 따른 효과와 효용 차이를 조사하여 사찰마다 환경을 고려한 활동 중심틀이 달라야 한다. 

전법은 자본투여와 의지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상업을 하는 이도 자기의 능력과 상황, 조건을 따져 고객을 파악하고, 매뉴얼을 만들고, 교육을 시키고 전문가를 채용하고 양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처럼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중장년, 어르신의 생애주기별 대상의 전법에 있어 사고틀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종교단체는 한 가지만을 집중하면 다른 하나를 잃게 된다. 전통을 고수하면 창의적 개척과 시대적 대응을 놓치고, 수행에 전념하면 전법이나 의례에 소홀하게 되고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중장년, 어르신 중 하나를 강조하면 소외되는 대상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균형과 변화의 틀을 고려해야 한다.

생애주기별 대상의 전법은 또래 활동이 중요하다. 그들이 스스로 주인이 되어 전법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체계를 갖춰 실천이론과 실천기술을 터득하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불교학자도 대학생 전법학, 단위 사찰 포교학 등 계층별 전법연구에 참여하고 전문가를 배출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승려도 대학생 전법 매뉴얼이나 어르신 전법 매뉴얼을 마련하고 매일 전법훈련 연습과 기술전수를 진행해야 한다.

독일의 박사 세미나는 학사 1학기부터 박사과정생 전체가 참여하기도 한다. 박사생이 발표자료를 준비하되 각자 잘하는 부분에 개입하여 서로 도움을 주는 방법으로 진행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요즈음 불교대학에서도 신자에 맞게 강의를 잘하는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긴 시간을 내다보고 체계적으로 전법을 준비하는 것은 지금 여기 세상과 존재에 관련된 전법사고의 틀을 바꾸는 데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2027년까지 30만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 세계 10대 유학강국으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전법대상에 외국인 대학생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에게 지금 여기 불교 패러다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불제자로서 부처님 가르침을 바르게 배우고 전하는 시대적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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