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시의 기원-의상과 원효 그리고 균여/서철원 지음/에피스테메/22000원.
한국 불교시의 기원-의상과 원효 그리고 균여/서철원 지음/에피스테메/22000원.

서울대에서 고전시가를 가르치고 있는 서철원 교수의 역작 <한국 불교시의 기원>은 우리나라 서정시의 출발점에 서 있던 불교시를 주제로 한국 고전시가와 고대 불교의 역사적인 만남을 다룬다.

종교시, 그 가운데서도 불교시와 관련된 연구는 문학사와 사상사가 만날 수 있는 좋은 점합점이다. 그러나 그동안에는 용어와 개념설명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책에서는 지난 날의 한계를 넘어 당시 문학과 사상, 예술과 문화 등에 얽힌 자료를 망라해 살펴본다.

특히 향가의 시어 구축에 크게 이바지한 의상 스님과 원효 스님의 ‘문학’적 행보에 주목했다. 원효 스님과 의상 스님은 사상사에 불가결한 자취를 남겼지만, 문학 연구에서는 대체로 설화 속 주인공으로만 기억돼 왔다. 그러나 의상 스님은 <법성게>를 통해 10만여 자의 <화엄경>을 210자로 압축하는 이론의 깊이를 보였고, 원효는 270행의 장편 게송 <대승육정참회>로 실천에 관해 폭넓게 성찰했다.

시의 언어와 표현 자체에 집중한 의상 스님과 실천으로서 참회의 문제를 심화해 온 원효 스님의 훗날 균여에게까지 이어지는데, 균여가 의상 스님의 제7신으로 표현되는 것 또한 눈여겨볼 점이다. 결국, 의상 스님의 시어와 원효 스님의 참회, 그들의 게송과 균여의 향가가 한국 불교시의 기원을 이룬 셈이다.

또 책에서는 이들이 활용했던 불교 용어가 향가의 시어로 활용된 양상, 향가 <도천수관음가>가 단순한 주술 가요가 아니라 의상 스님이 구축한 관음신앙의 완성작이었다는 사실, 이 시기 화엄의 이상향과 상통할 만한 조선시대 불교가사의 무정설법 등을 후속 연구 과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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