냐나뽀니까, 헬무스 펴낸 〈법륜〉
비구 보디가 한 권으로 엮어내
부처님 제자 24명 면면들 조명

부처님의 위대한 제자들/냐나뽀니까·헬무스 헥커 지음/ 비구 보디 엮음 / 김충현 번역/ 운주사 / 3만6000원
부처님의 위대한 제자들/냐나뽀니까·헬무스 헥커 지음/ 비구 보디 엮음 / 김충현 번역/ 운주사 / 3만6000원

불교에는 흔히 삼보(三寶)로 불리는 세 가지 보물이 있다.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 그리고 이를 따르는 승가이다. 그런데 이 셋 중에 부처님과 그 가르침을 담은 책들은 수없이 나와 있는 반면, 부처님 당시의 승가(구성원)를 다룬 책은 의외로 찾아보기 어렵다.

〈부처님의 위대한 제자들- 제자들의 삶과 수행, 그리고 유산〉은 부처님 당시 제자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떻게 수행했으며, 어떻게 깨달음을 성취해 갔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독일 출신 수행승 냐나뽀니까와 불교 작가인 헬무스 헥커가 펴냈던 부처님 제자 전기 ‘법륜’을 미국불교협회장 비구 보디가 한 권으로 엮었고 김충현 춘천불교방송 총국장이 번역한 것이다. 

〈부처님의 위대한 제자들〉은 부처님 당시 부처님과 함께하며 그의 가르침에 따라 정진한 수행자들 중 가장 뛰어난 제자 24명의 삶과 수행, 그리고 깨달음의 과정을, 빨리 경전과 주석서들의 기록을 토대로 풍성하고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신분, 성별, 나이, 계급, 재산, 배움, 영적 능력 등에 있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부처님을 만나 어떻게 번뇌를 여의고 깨달음을 얻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들의 삶과 깨달음의 과정이야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이 올바른 진리의 길임을 증명해준다. 그리고 그 길은 출가자에게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우리 자신도 그 가르침을 따라 수행하고 실천한다면 충분히 열반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번뇌와 윤회로부터 벗어나는 것, 즉 열반이야말로 부처님의 목표이면서 모든 불자들의 목표이다. 부처님이 발견하고 가르치신 진리(담마)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이고 지적이며 정확하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바로 영원한 행복, 열반의 길을 찾아 자신을 찾아온 이들을 통해 증명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부처님은 자신을 따르는 수많은 제자들의 사유와 실천과 영적 능력을 바꾸어 열반으로 이끌어줌으로써 이를 증명하였다.

이처럼 이 책은 생로병사로 인한 괴로움을 겪던 이들이 어떻게 부처님을 만나고 어떤 가르침을 받았으며, 어떤 수행과 실천을 통해 열반에 이르게 되었는가를 보여준다.

전남 화순 쌍봉사 목조 삼존상 중 마하가섭상(사진 왼쪽)과 아난존자상(사진 오른쪽)
전남 화순 쌍봉사 목조 삼존상 중 마하가섭상(사진 왼쪽)과 아난존자상(사진 오른쪽)

책에 소개되는 24인의 제자들은 누구일까. 부처님의 상수제자로서 지혜제일로 불리는 사리뿟따(사리불)와 신통제일로 불리는 마하목갈라나(대목건련), 부처님 열반 후 승단을 이끌어간 마하깟사빠(대가섭), 부처님의 시자이자 법의 보물창고 역할을 한 아난다(아난), 천안제일 아누룻다(아나율), 논의제일 마하깟짜야나(대가전연)를 비롯하여, 여성 제자들로는 가장 위대한 후원자로 꼽히는 위사카, 부처님께 꽃을 공양하고 왕비가 된 말리까, 지혜가 으뜸인 비구니 케마, 빠르게 최상의 지혜를 이룬 밧따 꾼달라케사, 죽은 아이를 안고 약을 찾아다닌 끼사고따미, 자녀들에게 버림받은 쏘나, 세존의 여동생 난다, 자비의 화신 사마와띠 왕비, 계율에 정통한 비구니 가운데 으뜸인 빠따짜라, 몸 팔던 여인 암바빨리, 청정한 믿음을 지닌 웃따라와 기녀 시리마, 세 명의 남편에게 버림받은 이씨다씨 등을 소개한다. 또한 살인자였던 앙굴리말라, 부처님의 가장 위대한 시주자였던 아나타삔디까(급고독 장자), 마지막으로 법을 설하는 데 으뜸인 찟따 장자, 여섯 번 환속하고 일곱 번 출가하여 끝내 아라한과를 성취한 찟따 비구, 부부로서 사랑과 수행의 조화를 보여준 장자 나꿀라삐따와 아내 나꿀라마따도 있다.

이렇듯 책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태어난 배경도, 살아온 과정도, 직업이나 나이, 성별도 다르고, 처해 있는 상황도 겪고 있는 괴로움도 다르다. 하지만 부처님 가르침 안에서, 참된 지혜를 갖춰 무명에서 벗어나 모든 번뇌로부터 해탈한 존재로서 하나가 된다. 

이들은 모두 불완전한 존재로서 현재의 우리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들은 부처님이 제시하는 길을 따라 수행하여 열반을 성취했다. 이는 역사적 사실이다. '누구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열반에 이르고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이것은 위대한 스승 아래서 수학한 위대한 제자들이 우리에게 남긴 희망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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