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지속적 민원으로 우울증 앓다
스스로 목숨 끊은 서이초 신임 교사
9월 4일 49재 ‘공교육 멈춤 날’ 선포
정부와 국회에 교권수호법 제정 촉구

스승은 올바른 길 제시하는 선지식인
교육 힘으로 세계 10대 경제강국 이룩
학생 열패자 만든 교육정책 점검으로
교사 죽음 교훈으로 교육 전환 이뤄야

지난 7월 20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신임 박모 교사가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업 시간 중 학생들 간에 다툼이 있어 한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긁힌 사건’이 있었고, “선생님 수업시간에 발생한 일인데 어떻게 그걸 모르냐”라고 학부모가 화를 내며 강한 항의를 받은 며칠 뒤의 일이다.

해당교사는 26명 중 10명의 학부모에게 지속적인 민원을 받으며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문제는 가해자 학부모가 경찰관과 검찰 수사관으로,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갑질’의 대표적인 사례로 부각됐다는 점이다. 전국의 초·중등교사들이 매주 토요일 광화문광장 뙤약볕에서 붕괴하는 교실과 교권 수호를 호소하는 울부짖는 집회를 계속하였다. 이들은 고인의 49재일인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선포하고 정부당국과 국회에 교권수호법을 제정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교직을 떠난 선배교사로서 참담한 우리 교육의 현실이 부끄럽고 슬프다. 그동안 세상이 어떻게 변화했었기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교실 붕괴와 교권의 추락이다. 일부 지역의 유별난 학부모들의 갑질도 문제지만 이는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반적인 문제이다.

친구들과 잦은 갈등을 일으키고 욕설을 하고, 괴성을 지르고 과잉 행동을 하는 학생을 타이르고, 바뀌지 않는 학생을 적극적으로 지도하면 아동보호법 때문에 교사가 민원의 대상이 되고, 소송을 당하는 것이 교육 현장의 실태이다. 학생을 적극적으로 지도하면 “왜 우리 아이한테만 그러세요.”하고, 또 어느 학부모는 수업을 방해하는 문제학생 때문에 우리 아이가 피해를 본다고 항의한다. 교사는 교편(敎鞭)을 잃어버리고 어느 장단에 춤을 출 수가 없다. 

교사가 학생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졌다. 벌점도 안 되고, 학생생활기록부에 기재해도 안 된다. 체벌은 더더욱 안 되고, 심지어 말로 혼내도 안 된다. 고 서이초 교사는 일기장에 “강한 훈육 방법 밖에 없다”고 우리 교육의 현실을 개탄하며 기록하였다. 어느 시대나 문제학생은 있었다. 그러나 요즘처럼 교사를 지도하려는  학부모는 없었다. 교육공동체의 3주체인 교사, 학생 그리고 학부모가 혼연일체가 되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교육이 이루어졌다.

우리나라는 군사부(君師父) 일체라 하여 자신과 자식을 가르치는 스승을 나라의 임금과 부모와 같이 공경하고 따랐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 스승에 대한 존경의 미덕이 사라지고 있다. 교단이 무너지고 교실이 붕괴하고 있다. 교권이 실추되어 교사가 죽어가고 있다. 교권이 무너지면 누구에게 배우나?

스승은 학문을 가르쳐주고, 자신의 인격을 통하여 인생의 올바른 길을 제시해 준다.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에서 행운이다. 한 사람의 깨달음을 얻은 선지식이 만인등(萬人燈)이 되어 결국 세상을 밝힌다. 선지식이 스승이다.

우리나라는 교육입국(敎育立國)이라 하여, 교육을 통하여 국가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자녀에 대한 교육의 열성이 세계 제일인 나라이다. 교육의 힘으로 세계 10대 경제 강국을 이룩했다. 그런 대한민국이 교육이 나락으로 추락하려고 한다. 

더 이상 입시 만능 교육은 안 된다. 5세 어린이부터 경쟁의 교육 지옥에서 인성은 사라진다. ‘의대 올인 교육(이과)’, ‘로스쿨 올인 교육(문과)’으로 교육의 승자는 1%의 극소수뿐이다. 

벼랑 낭떠러지기에 이르렀다. 지금 우리는 대오각성하고 고삐를 잡아 회수(回首)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스물 세 살 꽃 다운 청춘, 서이초 교사가 죽음으로 우리에게 깨우친 교훈을 받들어서 지금 한국 교육의 전반에 걸친 대전환의 기회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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