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의 한자를 풀어내면 ‘말(言)’과 ‘사찰(寺)’이다. 다시 말해 ‘시’는 ‘말의 사찰’이며 ‘사찰의 말’이다. 그렇기에 시는 불교와 가장 가까운 문학이다. 스님들은 고도의 비유와 상징, 함축된 언어를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는 불교의 가르침과 문학이 합일되는 시선일여(詩禪一如) 경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현대에 들어와 순수 우리 언어로 한국 선시의 시작을 알린 선지식이 바로 만해 한용운 스님이다. 한국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만해 스님이 창간한 종합교양지가 〈유심(唯心)〉이다. 일제 탄압과 3·1운동 준비로 제3호로 중단됐지만, 대중 계몽을 위한 만해 스님의 원력은 후학들이게도 전해져 2001년 설악 무산 스님이 복간했다. 〈유심〉은 빠르게 국내 대표 문예지로 거듭났으나 재정 문제 등을 이유로 2015년 폐간하게 된다. 

그로부터 8년 뒤인 2023년 만해 스님과 무산 스님의 문인(文人) 후학들이 〈유심〉을 재창간하고 계간지로의 출발을 알렸다. (재)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이하 선양회)는 만해 스님이 〈유심〉을 창간했던 1918년 9월 1일에 맞춰, 2023년 9월 1일자로 〈유심〉을 재창간하고 재창간 1호를 발행했다.

〈유심〉 재창간을 기점으로 선양회는 ‘무산상’을 제정해 한국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예술인들을 내년부터 시상키로 했으며, 기존 ‘유심작품상’으로는 중진 문인들을 발굴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현재 한국사회는 분노가 팽배하고 혐오와 갈등으로 점철돼 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만해 스님의 민족의식과 자유 평등 사상, 무산 스님이 강조한 조화 상생의 삶이다. 〈유심〉이 두 선지식의 사상에 기반한 웅숭깊은 문학 정신을 구현하는 문예지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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