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관세음보살의 위신력

〈원문〉
“세존이시여, 저는 또 듣고 닦아 훈습하는 금강삼매의 지음이 없는 미묘한 힘으로 시방 삼세의 육도 중생들과 자비로 우러름이 동일한 까닭에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저의 몸과 마음에서 14가지의 두려움이 없는 공덕을 얻게 하나이다.

첫째는 제가 소리를 관하지 아니하고 관하는 것을 관함으로써 시방의 고뇌하는 중생들로 하여금 그 음성을 관하여 해탈을 얻게 하나이다.

둘째는 알고 보는 것(知見)을 돌이켜 회복하였으므로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설사 큰불에 들어간다 하여도 불이 능히 태우지 못하게 하나이다.

셋째는 관찰해 듣는 것(觀聽)을 돌이켜 회복하였으므로 중생들로 하여금 큰물에 표류하여도 물이 능히 빠지게 하지 못하도록 하나이다.

넷째는 망상을 끊어 소멸시켜 마음에 죽이고 해치는 것이 없어졌으므로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귀신의 나라에 들어가더라도 귀신이 능히 해치지 못하게 하나이다.”

〈강설〉
〈능엄경〉 6권 뒷부분에 관세음보살의 이근원통(耳根圓通)이 설명되고 이어 관세음보살이 육도 중생을 위해 32응신(應身)을 나타내며 14무외(無畏)를 실천하는 내용이 설해진다. 이 모두가 관세음보살의 위신력이다. 대승불교에서는 불보살의 위신력을 신앙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내려왔다. 이것이 소승불교와 확연히 다른 점이다.

원래 관세음보살 위신력에 대해서는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이 품을 〈관음경〉이라 하여 별도로 유통시켜 오기도 하였다. 〈능엄경〉에서도 32응신과 14무외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중 14무외의 처음 내용을 살펴본다. 관세음보살이 위신력(威神力)을 가지고 중생들의 험난한 일들을 벗어나게 해 준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일들이 모두 이근원통의 공덕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관세음보살이 처음 ‘입류망소(入流亡所)’를 얻었다 했을 때 말한 것처럼 귀로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듣는 성품을 들어 무엇이 세상의 소리를 관하고 있는지 관하는 자기 자신을 관한다고 말했다. 이는 곧 소리를 따라가지 않고 능히 보는 본성품을 관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발휘되는 위신력으로 시방의 괴로워하는 중생을 그 고뇌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나가면서 밖으로 보고 아는 것을 안으로 돌려 자성인 본성의 자리를 회복했으므로 거기서 신통력이 발휘되어 불에 들어가도 불에 타지 않게도 한다는 것이다. 중생이 초인적인 힘을 얻어 이른바 삼재(三災)를 면할 수 있는 예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불에 의한 재앙과 물에 의한 재앙, 그리고 바람에 의한 재앙을 삼재(三災)라고 한다. 중생의 기복 심리를 영복축액(迎福逐厄), 혹은 원화소복(遠禍召福)이라고 말한다. 바꾸어 말하면 어려운 일을 당하였을 때 누구나 도움을 바라며, 또 기적을 바라거나 초자연적인 힘이 있어 내게 입혀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종교 신앙은 기도로써 신앙 행위가 표현되는 것이다. 밀교에서는 기도행위에 5가지 이익이 있다고 말한다. 식재(息災), 경애(敬愛), 증익(增益), 조복(調伏), 구소(鉤召), 다섯 가지다. 식재는 재앙이 소멸된다는 말이고, 경애는 공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된다는 말이다. 증익은 이익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며, 조복은 마군을 항복시킨다는 말이다. 구소는 갈고리에 걸어 당겨 올린다는 뜻이다.

모두 공리적인 타산을 맞추는 말이기는 하지만 복을 원하는 마음인 복분심(福分心)에 있어서는 현실 생활에 가장 우선적으로 원하고 있는 사항들이기도 하다. 물론 도를 깨닫고자 하는 도분심(道分心)에 있어서는 이런 사항들보다는 더 본질적으로 추구하여 본분의 수행을 완성하고자 하는 면을 더욱 중시한다. 어떻든 복분심이나 도분심에 다 같이 신심이 갖춰져야 하고 불보살의 호념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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