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모 되기 위한 안내
“아이 문제는 부모서 비롯”
12년 전 출간본 개정증보해
즉문즉설 고민 사례도 담아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언젠가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건물 외벽에 크게 걸린 문구.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을 압축해놓은 글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혼자선 그릴 수 없는 법. 석가모니 부처님도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는 연기법을 설하며 세상만물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고 가르쳤다. 그럼에도 친구, 직장동료, 친척 다 소중한 인연이지만 내 아이보다 먼저인 것은 없다. 성인에서 부모라는 또 다른 이름을 만드는 일. 자식의 탄생은 그 어떤 부모든 인생에서 가장 벅찬 순간일 것이다.

잘 몰라서 그래. 아빠도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아니잖아. 아빠도 아빠가 처음인데, 그러니까 우리 딸이 좀 봐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명대사 가운데 하나인 배우 성동일의 읊조림.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린 이 대사는 그만큼 아이를 잘 키워내는 일 자체가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모습, 좋은 뜻으로 한 조언에 말대꾸하는 모습, 때로는 집 밖에서 어이없는 사고를 치고 오거나 대화마저 거부하는 아이의 사춘기를 접할 때면 부모는 고민에 빠진다. 내 잘못인가, 아이의 잘못인가.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

이 시대의 힐링멘토로 꼽히는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은 당신은 학부모입니까, 부모입니까라고 화두를 던진다. 많은 엄마 아빠가 부모 노릇은 포기하고 학부모 노릇만 하고 있다는 경종이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화가 나면 공격성을 보이고 말을 함부로 한다는 한 엄마의 하소연에 스님은 부모로서의 희생정신을 강조한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마음은 없고, 자식을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일갈하는 법륜 스님. 초등학교 1학년이면 한창 해맑은 얼굴로 즐겁게 뛰어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공격적이란 건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다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지 않고 내치기만 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법륜 스님은 이 같은 배경으로 엄마의 스트레스와 분노를 꼽는다. 특히 근본 원인은 남편이나 사회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럴 때는 부모 스스로를 냉철하게 돌아보라고 권한다. 아이들은 모든 촉수가 부모를 향해 있기 때문에 부모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를 바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좋은 학교나 학원에 보내주는 게 아닌 엄마 아빠가 나를 사랑하는구나하고 느끼는 것이라고 스님은 말한다.

법륜 스님의 엄마수업12년 전 출간한 책을 다시 증보해 출간했다. 최초 출간 당시 꼬마아이는 청소년이나 성년이 됐고, 그의 엄마도 중년이 되거나 할머니가 됐을 터. 엄마수업도 오늘의 엄마와 아이에게 맞는 내용으로 보완하고 새로운 이야기들을 추가해 다시 내놓은 것이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면서 엄마로, 부모로 살아가기가 갈수록 혼란스러운 날들. 법륜 스님은 인공지능이든 코로나 바이러스든 환경에 따른 현상은 다양하게 일어나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진리의 본질은 하나라고 역설한다. 농사의 이치를 알면 농사가 힘이 덜 들고 재미있듯, 누구든지 인생의 이치를 알게 되면 애쓰며 아이를 키우지 않아도 그 속에서 엄마도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은 1장 자식 사랑에도 때가 있다 2장 부모의 성품이 아이를 물들인다 3장 공부 스트레스가 아이를 망친다 4장 부모는 변화하는 세상 속 자녀의 등불이다 5장 자녀와 부모가 함께 행복해지는 마음 닦는 법으로 구성됐다. 무엇보다 1200회가 넘는 즉문즉설을 이어오며 받은 부모들의 다양한 고민과 사례도 적절하게 담아 독자의 공감대를 자극한다.

법륜 스님은 지금 자식들과 사이가 좋지만, 애들 없이도 살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래서 마음으로 독립을 해야 한다이것이 엄마도 행복해지고 자식도 행복해지는 방법이다. ‘자식 때문에라고 이유를 다는 것은 자기 삶이 독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책 속의 밑줄 긋기

반에서 5등 하면 1등 못한다고 걱정인데, 10등 하는 아이에 비해서는 잘하는 겁니다. 10등 하면 공부 못한다고 하는데 꼴찌 하는 아이에 비해서는 잘하는 거잖아요. 꼴찌 하는 아이가 문제라고 하지만 학교 안 가겠다는 아이에 비해서는 학교에 가는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에요. 학교 안 가는 게 문제라고 하는데, 사고 치는 아이에 비해서는 학교만 안 갈 뿐이지 남에게 피해 주는 게 없잖아요.

우리는 더 큰 불행을 겪어야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조건이 행복인 줄 압니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이 그대로 행복인 줄 아는 것, 그것이 진리에 눈뜨는 거예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168p)’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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