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고령환자의 척추 치료

몇 살 정도의 나이를 “늙었다”고 해야 할까. 우리나라 노령인구의 기준은 65세이다. 하지만 실제로 65세의 인구를 보면 노인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생각보다 매우 젊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나이에 비해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허리의 노화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살면서 허리 한 번 안 아파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나라의 기대 수명이 80세를 넘어가는 초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근골격계의 노화 역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오래 전에 평균 수명이 50살 정도였던 시절에는 뼈, 척추의 노화가 시작될 나이를 겪지 않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실제로 노령인구는 크고 작은 질환들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 힘든 것은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보다는 오히려 뼈, 근골격계 통증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요추 협착증, 척추 전방 전위증, 퇴행성 추간판 질환 등 나이가 들면서 대부분 진행하는 허리 문제는 명확히 말해 병이 아니다. 꼭 고쳐야 하는 병의 개념이 아닌 퇴행의 개념이며, 그렇기 때문에 증상과 치료도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새 차를 구매해서 잘 타고 다녀도 10년쯤 지나면 여기저기 삐걱거릴 것이다. 하지만 잡소리 좀 난다고 부품을 바꾸거나 새 차를 바로 구매하거나 하지 않는다.

근골격계 퇴행성 질환도 마찬가지이다, 허리에 비슷한 정도의 퇴행이 와서 협착이 있다고 해도, 어떤 사람은 멀쩡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다리 저림이 매우 심해 여러 치료를 받기도 한다. 이렇듯 같은 협착증에도 증상이 매우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도 천차만별이다.

약, 물리치료, 주사치료, 시술, 수술 등 치료 방법도 여러 가지이며, 의학적 치료 방법 외에 침, 마사지, 사우나 등 대체의학적 치료법도 다양하여 환자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때도 많다. 어떤 환자는 나는 똑 같은 증상으로 여러 병원을 다녀보았는데 왜 의사마다 치료 방법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앞서 말했듯이 퇴행성 허리질환의 경우는 각각의 경우마다 통증으로 느끼는 정도가 매우 다양하며, 질환 특성이 암이나 심뇌혈관 질환처럼 증상과 관련 없이 꼭 치료를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 관계로, 치료과정에서 만나는 의사들이 선호하는 치료 법, 노하우, 환자의 상황 등 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가 있으며, 이는 지극히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에서 대부분 치료 원칙이 있는데, 비교적 가벼운 비침습적 치료 방법부터 시작하여 증상의 호전도, 환자의 선호도에 따라 침습적 치료 및 상위 치료로 점진적으로 진행한다. 처음에는 약 복용, 물리치료 등으로 하고 효과 없으면 주사치료를 하고, 그래도 효과 없으면 시술, 수술 등을 진행한다. 물론 요추 협착증, 추간판 퇴행 등 노화의 과정이라 해도 꼭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바로 근력저하, 감각 이상 등의 마비가 있는 경우이며, 이런 증상이 있는 경우 앞서 설명한 보존적 치료를 건너뛰고 바로 수술적 치료를 통해 신경손상이 진행하는 것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 즉, 마비가 있거나, 보존적 치료에 효과가 없는 경우에 수술을 시행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면 꼭 수술을 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할 것이다. 유감스럽지만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수술이라는 것은 마취와 같이 진행되기 때문이며, 이 마취는 전신질환 및 나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환자와 치료하는 의사가 수술적 치료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마취가 안 된다면 수술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물론 최근 수술 방법과 마취 방법의 비약적인 향상으로 이전보다 수술 및 마취를 시행할 수 있는 나이와 동반 질환의 경우가 환자에게 많이 유리해졌다. 보통 허리의 퇴행성 질환에서 수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 이미 고령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고령임에도 마취를 이겨낼 수 있는 전신 상태와 건강함을 유지하는 것은 퇴행성 척추질환의 수술적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

위와 같은 이유로 필자는 75세 전후의 환자가 내원한다면 수술적 치료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고민을 한다. 물론 보존적 치료를 충분히 시행하였음에도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의 통증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이며, 수술적 방법이 아니고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이다. 즉, 시간을 끌고 기다린다고 호전될 가능성이 없으며, 조금 더 늦어질 경우 수술을 하고 싶어도 마취를 하기에 전신이 쇠약해질 가능성이 많고, 현재와 같은 고령 사회에 이런저런 잔병을 안고라도 90세 이상 충분히 여명이 남아있을 것으로 판단되면, 80세 이전의 적절한 나이에 수술적 치료를 고민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허리 통증이나 다리 저림이 심해 거동이 힘들 정도에서 마취를 하지 못해 수술도 안 되는 상태라면 오래 살더라도 여생이 절대 편하지 않을 것이다.

허리 통증, 다리 저림은 고령으로 인한 요추 협착으로 인해 발생하며, 고령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이 증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만큼 퇴행이라는 것은 나이가 듦에 따라 자연스러운 것이며, 병의 개념이 아니므로 각각의 증상에 맞춰 정확한 진단 후에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최근 급격히 발달한 수술기법과 마취 기술 덕분에 수술적 치료를 피할 수 없다면 고령임에도 적절한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수술 방법이 고령의 환자에서 적절한 방법인지 척추전문의의 판단이 가능하며, 안전한 마취가 가능한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판단이 가능한 병원을 찾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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