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6일 원적한 월운 스님 
평생 걸쳐 기록한 회고담 엮어내
스님의 49재에 맞춰 출간해 봉헌
‘譯經 일생’ 면면들 만날 수 있어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역경보살로 불렸던 화엄종주 월운당 해룡 대강백(1929~2023, 사진)은 지난 6월 16일 남양주 봉선사 다경실에서 원적에 들었다. 이후 8월 3일 대강백의 49재에는 한 권의 책이 영단에 봉헌된다. 바로 〈못다 갚을 은혜: 월운 도중사〉이다. 

이 책은 월운 대강백의 자필 회고담으로, 원고는 대강백이 출가했던 1949년부터 쓰신 평생의 일기를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월운 대강백은 자신의 일생을 회고하며 80개의 항목으로 정리하여 연대순으로 원고를 썼다. 대강백은 해당 원고를 2010년부터 쓰기 시작해 2014년 2월 완성했으며,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에게 건네주며 사후 출간을 당부했었다. 

이 책은 월운 대강백이 1949년 출가해 운허(1892~1980) 스님의 제자로 경전을 공부하던 시절부터 1957년 운허 스님의 대를 물려 통도사 강사로 학인들을 교육하던 시절, 1964년 동국역경원이 설립되자 사부 운허 스님을 도와 최연소 역경사로 〈한글대장경〉 역경 작업에 착수해 2001년 완간하기까지 자신과 주변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솔하게 엮어가고 있다.

월운 대강백은 8.15광복과 정부 수립, 6.25한국전쟁, 농지개혁, 정화운동, 10.27법란, 종단 개혁 등 불교계 안팎의 역사적 사건들을 겪을 당시 심경을 자신의 일기를 토대로 2010년 당시의 시점에서 기술하고 있다.

한국불교의 근대교육과 관련한 홍월초 스님과, 월초의 손자 제자 운허(이학수)와 태허(김성숙)의 독립운동과 이순재 스님의 항일재판기록 등에 관한 생생한 기록은 당시 봉선사 스님들의 시대정신을 읽기에 충분하다.

못다 갚을 은혜: 월운 도중사/ 신규탁 엮음 / 혜성 스님 감수 / 도서출판 중도 펴냄 / 2만5000원
못다 갚을 은혜: 월운 도중사/ 신규탁 엮음 / 혜성 스님 감수 / 도서출판 중도 펴냄 / 2만5000원

재가불자를 위한 포교 전략으로 세운 ‘삼화행도’ 이론을 비롯해 출가불자들의 전문 교육을 위한 강원(홍법강원, 능엄학림)의 운영과 배출 제자들을 소상하게 기록하고 있다. ‘불경서당’을 개원하여 뒷날 대학교수가 된 이들을 길러내던 이야기, ‘통신강원’이라는 이름으로 카세트 녹음테이프 약 4000개를 녹음하던 이야기 등 교육에 관한 기록은 참으로 장엄하다.

1957년 때부터 임종하기 1년 전까지 60여 년간 집필한 총 98권에 달하는 저술의 원고를 쓰던 당시의 상황과 심정 등이 적나라하게 기록돼 있다. 말년에는 조선시대 전통 강원에서 전래되던 필사본 초서 사기(私記)를 정리하면서, 그 때에 동참했던 제자들에게 칭찬 한마디 못한 게 미안하다는 고백은 수학 제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1996년 능엄학림을 개원하면서 학인들과 경을 ‘짬지게’ 볼 수 있었다. 학인들과 함께 전통 강원 이력 강본 대부분의 사기를 냈는데 그 모두가 능엄학림 학인들과 함께 한 것이었다. 젊어서부터 나는 늘 남의 신세만 졌는데 늘그막에도 역시 그랬다. 학인들과 함께한 시절이 행복했는데, 그들에게 따뜻한 칭찬 제대로 못한 게 마음이 아프다.〈중략〉 능엄학림을 거쳐간 학인들은 장대교망(張大敎網)하여 녹인천어(人天魚)할 것이다.”

이 회고록을 월운 스님 자신은 ‘김월운의 회고담; 자초연기(自抄年紀)’라 했는데, 신 교수가 출판 과정에서 〈월운당(月雲堂) 도중사(途中事): 못다 갚을 은혜〉로 책 제목을 붙였다. 신 교수는 대학 시절인 1970년대부터 월운 스님 앞에 경전 펼친 인연이 있고, 2018년 월운 스님의 90회 생신을 기념하여 백수를 누리시라고 망백기념(望百祈念)을 담아, 스님 생전의 저술 목록을 비롯하여 그 서문 및 서간, 휘호, 기문, 논문, 유촉문 등을 모아 〈월운당(月雲堂) 가리사(家裏事): 화엄종주 월운당 해룡 강백 문집〉을 헌정한 바 있다. 

‘월운당(月雲堂)’은 은사인 운허 스님이 지어준 당호이다. ‘가리사(家裏事)’는 수행자 내면의 살림살이이고, ‘도중사(途中事)’는 수행자로 살아오는 과정에서 겪은 사건이라는 뜻이다. 이로서 엮은이 신 교수는, 훗날 학자들이 월운 대강백 연구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학계에 제공한 것이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