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최주현
삽화=최주현

무더운 삼복이 여름 가운데 놓여있는 절기다. 초복 중복을 지난 더위가 밤까지 계속되더니 말복이 지나도 꺾이질 않는다. 하기야 이런 더위가 없으면 곡식이 열매를 맺지 못할 것이다. 봄에 새싹이 태어나 꽃을 피우고 가을에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견뎌야 한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장마가 길고 물 폭탄이 쏟아져 햇볕이 더 뜨겁게 내리쬐는지도 모른다. 

모든 풀이 꽃을 피우고 모든 나무가 열매를 맺는 것이 자연이다. 세상에 꽃피우지 못할 식물과 열매 맺지 못할 나무가 어디 있으랴. 모두 삼복의 더위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사람도 삼복의 무더위를 이겨내야 한다. 탐욕과 분노와 치정의 삼독(三毒)을 이겨야 한다. 아무리 인간 내면에서 삼독(三毒)이 뜨겁게 들끓어도 진리를 향한 굳건한 마음만 있으면 그것을 이겨내고 진리를 열매 맺을 수 있다. 

<벽암록> 96장에는 ‘조주삼전어(趙州三轉語)’란 법어가 실려 있다. 조주선사가 대중에게 세 가지 전어(轉語)를 말씀하셨다. ‘전어’란 사람이 죽어갈 때 선약을 먹여 살려내 듯, 정신적 고통에 빠져 허덕일 때 한 마디 말로 생기를 찾아주는 지혜의 말씀을 일컫는다. 삼복처럼 뜨거운 삼독을 이겨내는 생명의 말씀이다. 

조주선사는 “쇠 부처는 용광로를 건너지 말고(金佛不渡爐), 나무 부처는 불 위로 지나지 말고(木佛不渡火), 진흙 부처는 물 위로 건너지 말라(泥佛不渡水). 참된 부처는 마음속에 있다(眞佛內裡坐)”라고 말씀하셨다. 설두화상은 이 세 마디 말씀에 게송을 붙였다. 

진흙 부처가 물에 들어가면 풀어지듯, 물에 빠지지 말라고 한다. 남자는 여자에 빠지고, 여자는 남자에 빠진다. 학문이 높고 지식이 빼어난 사람도 예외 없이 치정에 빠지면 헤어날 수 없다.  

쇠 부처가 용광로에 들어가면 녹아버리듯, 사람이 탐욕을 품으면 인간성을 상실한 짐승처럼 된다고 한다. 탐욕은 인간을 마구 물어뜯는 사나운 개와 같다. 탐욕을 버려야만 청량한 진리의 바람이 불어온다는 것이다. 나무 부처가 불속에 들어가면 타버리듯, 화내지 말라고 한다. 화를 참지 못해 죄를 짓고, 살인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마음은 고요해야 한다. 인간의 본성은 물, 불, 흙이 아닌 무(無). 탐진치(貪瞋癡)의 삼독과 분별심마저 없애라는 설법이다. 

삼복(三伏)이란 글자는 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초복, 중복, 말복에는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으라고 한다. 나도 바싹 엎드려 삼복을 이기리라. 조주선사의 삼전어를 되새기며 무의식 속에 숨어있는 삼독을 이겨내리라. 마음속 진여(眞如)가 드러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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