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부터 18세까지의 소년 시절
65년 동안 빛바랜 공책 內 선시
성범중 명예교수 역주해 묶어내

온계시초(溫溪詩草)/성파 스님 원작 / 성범중 역주 / 도서출판 통도 / 2만원
온계시초(溫溪詩草)/성파 스님 원작 / 성범중 역주 / 도서출판 통도 / 2만원

“청소년 시기의 씨줄과 날줄이 짜는 ‘교차점’에는 ‘동적(動的)인 생동감’이 가득하다.”

조계종 종정예하 중봉 성파 대종사<사진>가 최근 발간한 〈온계시초(溫溪詩草)〉에는 동적인 생동감이 가득하다. 〈온계시초〉는 성파 대종사의 청소년 시기가 담겨 질박하면서 맑고 푸르다. 성파 대종사가 16세부터 18세까지 풀어낸 한시(漢詩) 묶음이 빛바랜 공책에 담겨 65년 동안 세상의 빛을 기다리다 모습을 드러냈다.

성파 대종사는 책을 내며 “모든 삶에는 저마다 가치가 들어있고 저마다의 색깔로 각자의 삶을 물 들여 전체적으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하나의 꽃, 즉 인생을 피워낸다”고 했다. 출가 전 지은 작품으로 고졸(古拙)한 구절도 발견될 수 있지만, 오랜 시간을 건너 독자의 마음을 만나는 현묘한 거울이 되어 줄 것을 성파 스님은 기대했다.

1958년 2월 한시를 옮겨 적은 공책. 65년 동안 간직하다 모습을 드러냈다.
1958년 2월 한시를 옮겨 적은 공책. 65년 동안 간직하다 모습을 드러냈다.
공책에 옮겨 적은 한시
공책에 옮겨 적은 한시

〈온계시초〉는 대종사가 출가 전 고향 합천에서 서당 강성재(講性齋)를 다니며 쓴 한시를 엮은 것이다. 두루마리에 있던 한시를 1958년 2월 공책에 옮겨 적었고 공책을 간직했다. 책은 총 201수 가운데 펜으로 금을 그어 지운 작품 3수와 짓다가 미완으로 남긴 작품 15수를 제외하고 192수를 소개했다. 책은 공책에서 시를 시체별(詩體別)로 정리해 절구 61수(오언절구 4수, 칠언절구 57수), 율시 130수(오언율시 18수, 칠언율시 112수), 고시(古詩) 1수로 나눠 정리했다. 고시 1수는 강성재 서당의 훈장 정산 한 선생(靜山 韓 先生, 본명 미상)의 덕을 칭송한 내용이 담겼다. 책은 원본을 그대로 옮겼고 성범중 울산대 명예교수가 번역하고 주석을 추가했다. 마지막에는 역주자인 성범중 울산대 명예교수의 후기가 실려있으며 시집에서 드물게 색인을 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특히 ‘도서출판 통도’가 출판 등록 후 처음으로 펴낸 단행본이며 표지는 성파 대종사가 직접 쓴 친필이다.

제목 〈온계시초〉의 ‘온계(溫溪)’는 실재하는 지역명이 아니다. ‘따뜻한 시내’를 표현하는 글로 성파 스님의 소년 시절 마음을 담은 자호(自號)이다. 성파 스님은 소년 시절 합천 가야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냇물을 바라보며 서식하는 물고기와 수생식물들이 좀 더 안온하게 살기를 기대하며 따뜻한 환경, 따뜻한 계곡물을 기원했다. 차가운 계곡물을 시련의 삶으로 여기며 모든 생명이 따뜻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소년의 마음이 담긴 제목이다. ‘시초(詩草)’는 한시들 가운데 선택했다는 의미이다.

1985년 스님의 모습
1985년 스님의 모습

스님은 어린 시절부터 한시에 두각을 드러낸 재동(才童)이었다. 경남 합천의 원로 유학자들이 참가하는 봄, 가을의 시회(詩會)에 참가해 어른들의 사랑을 받았고 시회에 참가해 적은 시들을 주최자들이 가져가 이번 한시 역주에 싣지 못한 아쉬움도 크다고 했다. 책에는 스님이 서당교육 첫 과목으로 〈명심보감〉을 공부할 때 있었던 일화도 소개한다.

〈천명편(天命篇)〉의 구절 가운데 “소강절 선생이 이르기를 ‘하늘의 들으심이 고요하여 소리가 없으니 푸르고 푸른데 어느 곳에서 찾을 것인가? 높지도 않고 또한 멀지도 않으며, 모두가 다만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이다’라고 하셨다”를 읽고 화두를 구하듯 사나흘 동안 ‘마음’을 참구했다. 대종사는 당시 “아심여명경(我心如明鏡)하여 조진불염진(照塵不染塵)”이라는 구절이 나왔고 “나의 마음은 밝은 거울과 같아서 티끌이 비치기는 하지만 티끌에 물들지는 않는다”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당시에는 한시를 지을지 모르는 상태여서 진솔한 마음으로 지은 글이다.

성파 대종사의 한문 공부는 서당 강성재에서 3년간 수학한 것이 전부였지만 〈명심보감〉, 〈소학〉, 〈논어〉, 〈맹자〉, 〈중용〉, 〈시전〉, 〈서전〉을 공부하며 탄탄한 한학의 입지를 마련했다. 이후 발전해 스님의 시조 사랑은 문학 후원으로 이어져 ‘성파시조문학상’이 40회를 맞았고 시조 부흥과 명맥을 이어 시조 문학 부흥의 기틀을 구축했다. 스님은 한학 경전 연구를 강조하며 후학 양성에 주력할 계획으로 통도사 경학원(經學院) 불사도 진행한다.

조계종 종정예하 성파 대종사는 1939년 합천에서 태어났으며 자호는 온계(溫溪)이다. 1960년 통도사로 출가했으며 법호는 중봉(中峰)이다. 1981년 통도사 주지, 2018년 통도사 방장에 임했으며 현재 대한불교 조계종 15대 종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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