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최주현
그림 최주현

연꽃이 싱그럽게 피어나는 7월이다. 만물이 잠들어 있는 새벽에 연꽃이 함초롬히 피어나면 새들은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벌들은 간밤에 젖었던 날개를 말리느라 붕붕거린다. 대기는 한층 싱그러워지고, 세상은 바야흐로 순수해진다.

진흙탕 속에서 맑고 깨끗하게 피어나는 꽃, 흙탕물이 꽃잎에 묻지 않는 꽃, 옛날부터 사람들은 이런 연꽃을 사랑하고 귀하게 여겼다. 특히 송대 도학(道學)의 문을 연 주돈이(周敦?)의 연꽃 사랑은 각별했다.

그는 애련설(愛蓮設)에서 나 홀로 연꽃을 사랑하나니, 진흙탕에서 피어났으나 오염되지 않고, 맑은 물결에 씻기었으나 요염함을 자랑하지 않는다. 줄기 속은 비어 통하고 밖은 곧으며, 덩굴로 뻗지 않고 가지를 치지 않는다. 꽃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으며, 물 가운데 우뚝 서 있으니, 멀리서 바라볼 수 있으나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다라고 연꽃을 찬탄했다.

육지나 연못에는 아름다운 꽃이 얼마든지 있지만 주돈이가 연꽃을 사랑한 것은 혼탁한 세상을 초월하여 곧고 청렴하게 살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비록 악취 나는 부조리한 환경에 발을 담그고 있지만 그것에 물들지 않고 오히려 맑고 깨끗하게 살아가야 한다. 가지를 널리 뻗어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에는 관심이 없으며, 사사로운 이해관계로 파당을 짓거나 무리를 짓지도 않는다. 자신의 복을 구하는 것에는 매몰차지만 정신을 지키는 것은 굳건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고하고 청량한 군자의 향기는 멀리까지 퍼져나간다. 그것은 연꽃의 빈 댓 속처럼 마음이 비었기 때문이다. 마음이란 본래 허공이다. 마음이란 원래 광대무량(廣大無量)한데 진흙탕 속에서 욕심, 분노, 치정 등 온갖 오물을 묻혀 주먹만 해진 것이다. 주먹만 한 마음속에는 오물이 부패하여 악취가 진동한다. 마음이 오물로 막혀 있으면 연꽃 향기는 뚫고 나올 수가 없다. 편견과 사심이 없는 텅 빈 마음에서 청정법신(淸淨法身)의 향기가 퍼져 나온다.

연꽃 향기는 진하지 않고 은은하지만 그 향기는 멀수록 맑다. 청정한 진리의 말씀은 현란하거나 요사스럽지 않으며, 의무나 책임을 짓게 하는 중압감을 안겨 주지 않는다. 그러나 담백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또 들으면 저절로 그 말씀이 몸에 배어들어 나도 한 송이 연꽃이 된다. 그 불법의 말씀이 세상 사람뿐 아니라 온갖 미물에게까지, 시대를 넘어 후손에게까지 맑고 청정한 향기를 피워내는 것 아닌가.

푸르른 연꽃 밭을 걸으며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를 나도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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