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킬러문항’ 언급에 입시 혼란
사교육 입시 효과 없애는 정책 필요
4살부터 유명 수학학원 다니는 현실
특목고 의대·로스쿨 진학도 막아야

과도한 사교육 부담, 출산율에 영향
학벌주의·대학 서열화에 입시 지옥
균등한 교육기회, 누구나 주어져야
연기법 되새겨 함께 지혜 모색하자

지난 6월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 등 입시 전반에서 킬러문항(초고난이도 문제)을 배제하라. 킬러문항은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지시해 입시 현장은 말 그대로 벌집을 쑤셔놓은 듯 평지풍파가 일었다. 킬러문항이 11월에 치르는 대학수능의 화두가 되었다.

수능시험 문제와 대학논술 문제를 출제할 때 고교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고, 교과서 내에서 출제하는 것은 기본 원칙이다. 수능 문제는 치밀한 상대평가의 구조를 지니며 변별력을 갖추는 것이다. 수학과 과학영역에서 초고난이도 문항을 출제하지 않으면 수능의 목적에 부합하는 변별력을 이루기가 매우 어려운 면도 있다. 쉽게 출제하면 한 문제만 실수해도 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킬러문항을 위해 학원에 가는 학생은 서울대나 의과대학에 진학하려는 1% 이내의 소수 학생으로 일반 학생은 해당되지 않는다. 또 학교 현장에서는 극소수의 학생을 위해서 킬러문항을 훈련시킬 시간이 없으니 입시전문 학원으로 떠넘기게 되어 사교육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킬러문항을 출제하지 않으면 반수생과 삼수생을 양산하여 재도전시키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고 한다. 

자유 자본주의 국가에서 학원이나 개인과외를 금지할 수가 없다. 다만 정부가 학교 공교육을 강화하여 사교육을 받아도 입시에 효과가 없도록 입시정책을 세우는 길밖에 없다. 학교 내신 성적의 반영이 그 일환이다. 한때는 학교에서 인성교육(봉사활동)과 독서교육을 매우 강조하여 학생생활기록부에 기재하였다.  

좋은 내신 성적을 받으려면 강남학군이나 특목고(과고, 외고), 자율고, 수도권 명문학교에 진학하면 손해다. 그러나 이 제도도 학교 간의 성적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해서 대학입시 전형에서 내신 성적의 비율을 최소화하여 무력화되고 있다.

수능문제에서 고난이도 문항이 많이 출제가 되면 강남학생과 특목고 학생들이 명문대학에 많이 합격하게 된다. 교육환경이 열악한 강북이나 지방학교 학생들은 경쟁에서 열세다. 특목고는 학교 설립 목적에 따라 대학 입시를 동일 계열로 진학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의과대학과 로스쿨을 진학하는 입시학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명문대학교와 의과대학을 가기 위해서 특목고를 진학해야 하고, 또 특목고를 가기 위해서 초등학교에서부터 선행학습을 받아야 하고, 급기야 4세 아이가 5세에 입학할 수 있는 대치동 유명 수학학원 준비를 ‘닥수(닥치고 수학)’을 하고 있다. 5세 영재 영어학원에 입학하기 위해서 상당 수준의 영어 학습을 시키는 현실이다. 무한경쟁의 악순환이다.

계급 상승을 위한 학부모의 지나친 교육열에 대한 욕망과 경쟁심을 부추기는 학원가의 과장 광고에 의한 사교육 열풍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학벌주의 문화와 대학의 서열화, 특목고의 존치는 입시지옥을 만든다. 계층 간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방해하고 있다.

부모의 경제력 때문에 소외 받는 아이들이 없도록, 어린아이에게 교육의 기회만큼은 균등하게 주어지도록 교육부가 학원법이나 어린이보호법을 제정하여 사교육의 광풍을 진정시켜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우리는 연기적 존재로서 함께 상호 연관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는 공업 공동체라고 하였다. 

가난한 이웃이 슬프고 힘들어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으면 우리 공동체는 성장을 멈추고 만다. 지나친 경쟁과 과도한 욕망은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마음을 모아 지혜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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