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재 지음 / 난다 / 1만6000원
고명재 지음 / 난다 / 1만6000원

‘사랑’이라는 이상한 리듬을 말하기 위한 무채색에 얽힌 백 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무채색은 색상과 채도가 없고 밝고 어두운 차이만 있는 색을 말한다. 흰색에서 회색을 거쳐 검은색에 이르는 무채색은 그 자체로 있지만 없고 없지만 있는 색. 있고 없음 사이에서 존재하는 비존재의 색이다.

지은이 고명재 시인이 살펴본 무채 속 풍경은 사랑이라는 밥솥에서 끓어오르는 밥물과 같다. 누군가를 먹이고 돌보려 먹이는 하얀 밥, 흰 살 생선, 밀가루, 두부, 멸치의 은빛, 능이버섯, 간장, 양갱…. 

고명재 시인은 첫 산문집에서 우리에게 “사랑은 화려한 광휘가 아니라 일상의 빼곡한 쌀알 위에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늘어난 속옷처럼 얼핏 보면 남루하지만 다시 보면 우아한 우리의 부피” 같은 사랑 말이다.

임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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