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널리 읽히는 불교 고전 〈법구경〉
석학 이중표 명예교수가 우리말로 옮겨
우리말 〈담마빠다〉 새로운 표준을 제시

담마빠다/ 이중표 역주/ 불광출판사 / 2만5000원
담마빠다/ 이중표 역주/ 불광출판사 / 2만5000원

동서고금을 아우르며 널리 읽히는 책을 우리는 ‘고전(古典)’이라고 한다. 수많은 불교 경전 중에서도 가장 널리 읽히는 경전을 꼽자면 단연 〈담마빠다〉(법구경)다. 

〈담마빠다〉는 붓다의 가르침을 의미하는 ‘담마(dhamma)’와 시구(詩句)를 의미하는 ‘빠다(pada)’의 합성어로써 ‘진리의 말씀’ 혹은 ‘깨달음의 노래’ 등으로 번역된다. 문자가 없던 시절 암송되어 오던 가르침을 훗날 문자로 기록한 것이다. 총 26품 423개의 게송으로 구성돼 있으며, 초기경전 5부 니까야 가운데 〈쿳다까니까야(Khuddakanikya)〉에 수록됐다.

1행이 8음절인 4행의 법구(法句)로 이루어져 있는 운문 형식의 〈담마빠다〉는 빠알리어로 소리 내어 읽으면 자연스럽게 노래가 된다. 하지만 우리말로 번역하면 음절을 맞추기가 어려워서 본연의 리듬감이 퇴색되어 버린다. 기존 번역서들이 가진 문제점은 대개 여기에서 비롯된다. 운율을 살리기 위해 종종 단어의 배치를 바꾸거나 생략하다 보니 뜻이 왜곡되거나 모호해져 버리고, 반대로 직역에 초점을 맞추려다 보니 문장이 투박해져서 원전의 글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불교 석학 이중표 전남대 명예교수가 최근 역주해 발간한 〈담마빠다-법구경, 깨달음의 노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역자는 철저한 사전 작업을 통해 기존 번역서들의 오류를 면밀히 파악하고, 빠알리어 경전과 사전을 폭넓게 검토해 단어들의 다양한 용례를 정리했다.

이를 토대로 새롭게 원전을 번역하면서 기존 번역서들의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아 표현의 적확성을 높이고, 문맥을 해치지 않는 의역을 통해 가독성과 리듬감을 살렸다. 더불어 빠알리어 원문과 한역(漢譯) 〈법구경〉의 원문도 함께 실어서 한글 번역과 원전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원전과 달라진 부분에 대해서는 각주를 달아 본래의 뜻과 의역한 이유를 상세하게 밝혔다.

기실, 번역은 제2의 창작이다. 각기 다른 배경 문화와 표기법을 가진 두 언어를 완벽하게 일치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번역과 나쁜 번역을 가르는 기준은 얼마나 원전의 뜻을 있는 그대로에 가깝게 전달했느냐에 달려 있으며, 이는 번역자의 언어 활용 능력뿐 아니라 원본 텍스트를 이해하는 정도에 따라서 판가름 난다. 

▲이중표 명예교수는 전남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불교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정년 후 동 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로 위촉됐다. 호남불교문화연구소 소장, 범한철학회 회장, 불교학연구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불교 신행 단체인 ‘붓다나라’를 설립해 포교와 교육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정선 디가 니까야〉 〈정선 맛지마 니까야〉 〈정선 쌍윳따 니까야〉 〈붓다의 철학〉 〈니까야로 읽는 금강경〉 〈니까야로 읽는 반야심경〉 〈불교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이중표 명예교수는 전남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불교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정년 후 동 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로 위촉됐다. 호남불교문화연구소 소장, 범한철학회 회장, 불교학연구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불교 신행 단체인 ‘붓다나라’를 설립해 포교와 교육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정선 디가 니까야〉 〈정선 맛지마 니까야〉 〈정선 쌍윳따 니까야〉 〈붓다의 철학〉 〈니까야로 읽는 금강경〉 〈니까야로 읽는 반야심경〉 〈불교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니까야 시리즈(〈정선 디가 니까야〉 〈정선 맛지마 니까야〉 〈정선 쌍윳따 니까야〉)를 선보였던 이중표 명예교수에게도 〈담마빠다〉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첫 완역 책이기 때문이다. 

‘처음’인 만큼 역자는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거듭 퇴고하면서 단어 하나 조사 하나까지 신중하게 골랐다. 한 사람이라도 더 쉽게 불교 경전을 접하고, 조금 더 바르게 가르침을 이해하도록 하고픈 마음에서다. 

나아가 평소 불자들이 〈담마빠다〉를 가까이하면서 탐독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가볍고 튼튼한 가죽 재질의 표지와 휴대하기 편한 아담한 크기로 책을 만들었다.

생전 법정 스님은 자기를 비추는 거울삼아 자주 〈담마빠다〉를 펼쳐본다고 하셨다. 그만큼 한 구절 한 구절마다 삶에 귀감이 되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겨 있어서다. 헤매는 마음에 길을 밝혀 주는 가로등과 같은 말, 나태해진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는 경책과도 같은 말,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여 주는 따스한 격려의 말들이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다.

많은 선지식들이 말씀하셨듯이 진리는 어렵지 않다. 〈담마빠다〉 역시 어렵지 않다. 〈담마빠다〉에 수록된 423개 게송들도 짧고 간결하며, 그 안에 담긴 붓다의 가르침도 구체적이고 명료하다. 붓다의 순수한 가르침이 〈담마빠다〉엔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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