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6월 27일 지정 예고
추사 김정희作 ‘불이선란도’와
조선 불화·동종·경전도 함께

김정희가 그린 불이선란도
김정희가 그린 불이선란도

()을 그리지 않은지 20, 우연히 그렸는데 하늘의 이치(性中天)가 담겼네. 문을 닫아걸고 앉아 찾아 헤매던 것, 이것이 바로 유마 거사의 불이선(不二禪)이더라. 누군가 이유를 설명하라고 한다면, 비야리성(바이샬리) 살던 유마가 말하지 않았던 것처럼 거절하겠네.”

이는 조선 후기 서화가이자 금석학자였던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작품인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의 제발(題跋). 유마의 불이선이 투영된 추사의 난초화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추사 김정희의 마지막 난초 그림인 불이선란도를 비롯해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 ‘파주 보광사 동종’, ‘불조삼경등 조선시대 불화·동종·전적 4건에 대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627일 밝혔다.

보물로 지정 예고된 불이선란도10대 때부터 묵란(墨蘭)을 즐겨 그렸던 추사가 난초를 서예의 필법으로 그려야 한다는 자신의 이론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다. 달준이라는 인물에게 그려준 이 작품은 화면 가운데 난초를 옅은 담묵으로 그리고, 주변에 회화사상 보기 드문 수준의 높은 격조(格調)를 담은 제발(題跋)4군데에 썼다. 글씨는 여러 서체를 섞어 썼으며, 글자 모양과 크기에 차이가 있다.

문화재청은 “19세기 문화사를 상징하는 추사 김정희의 학문과 예술 세계를 종합적으로 대변하는 작품으로 높은 예술적·학술적 의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

이와 함께 보물로 지정 예고된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는 화기에 있는 기록을 통해 1736(영조 12)에 제작된 것을 명확히 알 수 있는 불화이다. 제작한 화승이 기록되어 있지 않으나 특색 있는 머리 모양, 여래를 중심으로 짜임새 있고 안정적으로 구성된 구도와 배치 등을 볼 때 팔공산 일원에서 활약한 의균(義均) 등의 화승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석가모니불을 주존으로 한 영산회상도이면서 권속으로 아미타팔대보살에 속하는 지장보살을 표현하였는데, 이는 형식은 19세기 경상도 일대와 서울, 경기도에서 제작되는 후불도의 한 유형이다.

문화재청은 석가 신앙과 아미타 신앙의 융합을 보여주는 자료로써 조선 후기 불화의 형식과 신앙 변화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작품이라며 더불어 도설된 내용과 화기에 기록된 화제가 일치하여 18세기 전반 영산회상도 도상 연구의 기준이 되므로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파주 보광사 동종
파주 보광사 동종

파주 보광사 동종은 주성기(鑄成記)를 통해 천보(天寶)가 청동 300근을 들여 1634(인조 12) 제작했음을 알 수 있는 동종이다. 중국종의 형식에 우리 고유의 미감을 반영하는 조선 전기(15~16세기) 동종의 새로운 양식을 충실히 계승하고 있다.

특히 천보(天寶)의 마지막 작품으로 조선 전기에서 후기로의 과도기적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공예사적으로 의미가 있으며, 최초 봉안처에서 온전히 그 기능을 수행하며 잘 보전되어 온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부천 석왕사 소장 '불조삼경'
부천 석왕사 소장 '불조삼경'

부천 석왕사 소장 <불조삼경>은 원나라 판본을 바탕으로 1361(공민왕 10) 전주의 원암사에서 번각한 목판본이다. 중국 원나라 고승인 몽산 덕이가 석가모니 부처님과 조사(祖師)가 설법한 3가지의 경전을 결집한 불서(佛書)이다. 불교의 교훈적 가르침을 쉽게 설명하고 있어 불교 경전을 처음 접하는 초학자에게 크게 도움을 주는 경전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문화재청은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김정희 필 불이선란도’,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4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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