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보는 선불교/ 베르나르 포르 지음 / 정천구 옮김/ 운주사 / 4만5000원
새로 보는 선불교/ 베르나르 포르 지음 / 정천구 옮김/ 운주사 / 4만5000원

〈새로 보는 선불교〉는 프랑스 출신 불교학자인 베르나르 포르(Bernard Faure, 컬럼비아대 교수)의 연구 저작을 정천구(바까데미아 연구원) 씨가 번역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선불교는 직지인심(直指人心)·견성성불(見性成佛)을 종지로 내세우며 공안 또는 화두를 통해 ‘단박에’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선 전통은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킨 선의 특징이고 본질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선 전통은 허구이며 환상이라고 보고, 그런 선 전통은 해체되어야 한다고까지 역설한다.

저자는 선 전통에 관한 기존의 관념을 해체하고 선이 어떻게 하나의 전통으로 형성되는지를 새롭게 검토하기 위해서 방법론적으로 유연하고 열린 입장을 취한다. 

그는 전통적으로 수행과 깨달음을 강조한 선에서 간과하거나 배제해 왔던 여러 상징(물)들, 즉 유물과 미라, 도상, 의례, 꿈, 성과 여성, 계율의 위반 등에 주목했으며, 선의 주변부에서 활동하며 선 전통의 형성에 영향을 끼친 경계적 인물들도 중요하게 다룬다. 이렇게 해서 ‘순수 선’은 이념적으로 구축된 것일 뿐임을, 실제로는 선이 다른 문화적 요소들과 정치 권력, 민간 종교나 토착 신앙 등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전통을 형성한 일종의 ‘혼종’임을 밝힌다.

이 책은 새로운 연구 방법이나 접근 방법을 제시해 선불교를 더 폭넓게 다각도로 보아야 함을 일깨워줌으로써 성찰과 반성을 촉구한다. 또 여러 가지 패러다임이 변증법적으로 왕복하면서 하나의 전통을 형성하므로 그 변증법적 긴장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로 보는 선불교〉는 ‘대원불교학술총서’ 시리즈로, 해당 시리즈는 대한불교진흥원이 2020년부터 시작한 ‘대원불교 학술·콘텐츠 공모’ 사업의 결과물들이다. ‘대원불교 학술·콘텐츠 공모’는 불교를 오늘에 맞게 연구하는 개인 및 단체를 대상으로 최대 1500만 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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