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 스님 구술·회고 집대성
세수 94세 어른스님의 이야기
한국 비구니사 정립 초석 기대
관응·탄허·자운 스님 등 인연도

법호와 법명 단 네 글자만으로 한국 현대 비구니사를 상징하는 스님이 있다. 바로 법계 명성(法界 )이다. 올해 세수 94세인 운문사 회주 명성 스님<사진>은 우리나라 비구니계의 산증인으로서 삶이 곧 역사다. 비구니계의 원로이자 가장 큰 어른인 명성 스님이 그동안 배출한 비구니만 2200여 명. 전체 비구니 6000여 명 가운데 30%를 넘는다.

생애 자체가 기념비적인 명성 스님의 구술과 회고를 집대성한 책 명성 스님 수행록이 나왔다. 지난 2019년 스님의 구순을 맞아 비구니스님으로서는 처음으로 20권 분량의 법계명성 전집을 낸 불광출판사가 다시 명성 스님의 이야기를 펴냈다. 지은이는 김광식 전 동국대 특임교수.

이미 스님의 전집이 발간됐지만 수행록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책을 쓴 이유는 명확하다. 명성 스님이 현대 비구니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지만 육성 증언에 의한 회고록은 없기 때문. 그동안 발간된 대부분의 증언 자료집이 주로 비구스님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저자의 열의를 불태우게 했다. 또 이렇게 정리한 명성 스님의 구술은 한국 비구니사 정립에 초석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책은 크게 1-회고로 본 나의 삶 2-인연으로 본 나의 삶으로 나뉜다. 1부는 스님의 가족 관계부터 유년시절, 출가생활 등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았고, 2부에선 관응·탄허·자운·경봉 등 한국불교에서 내로라하는 큰스님들과 있었던 일화를 정리했다.

운문사 회주 명성 스님.
운문사 회주 명성 스님.

명성 스님은 193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1952년 합천 해인사 국일암에서 선행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3세 되던 해, 대강백으로 손꼽힌 부친 관응 스님이 출가의 길을 권유한 것이다. 이후 명성 스님은 1958년 선암사에서 성능 스님으로부터 전강을 받고, 선암사와 청룡사 강원 강사를 거쳐 1970년 운문사 승가학원 강사로 취임했다.

1977년부터 운문사 주지 겸 학장으로 주석하면서 현재까지 2200여 명의 졸업생과 23명의 전강제자를 배출하는 등 비구니 수행과 교육에 헌신했다. 아울러 40여 동에 이르는 전각과 요사채를 신축·보수해 운문사를 전국 최대 규모의 비구니교육기관인 운문승가대학으로 발전시켰다.

명성 스님은 또 최초로 비구니가 비구니로부터 전강을 받는 전통을 만들어 한국 비구니사에 한 획을 그었다. 1983년 명성 스님은 평소 존경했던 화산당 수옥 스님에게 법제자로 위패 건당을 하면서 자신의 뿌리를 만들고, 1985년 흥륜·일진 스님 두 제자에게 전강을 함으로써 기둥을 만들었다. 이 전강 의식은 비구니 역사의 획을 긋는 의미 있는 사건으로 기록된다. 비구니 강사가 배출돼 비구니를 직접 가르치는 이부승 제도가 되살아났기에 끊어졌던 강맥을 복원한 명성 스님의 업적은 더욱 빛을 발했다.

명성 스님 수행록은 명성 스님이 한국 근현대 불교를 관통하며 살아온 자신의 삶을 직접 생생한 구술로 풀어놓은 회고담이다. 여기에 근현대 불교사 연구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갖는 김광식 교수가 정리해 하나의 사료집으로도 가치가 높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