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여 권 필사본 존재 확인
2006년부터 복원 사업 착수
패엽경 스캔으로 디저털화
맞춤형 보관함 등 장비 마련

라싸의 티베트 박물관에서 규메출팀 팀장이 종려나무 잎 경전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출처=신화통신
라싸의 티베트 박물관에서 규메출팀 팀장이 종려나무 잎 경전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출처=신화통신

티베트에 전승돼오는 고대의 불교필사본들에 대해 전통기법과 첨단과학을 함께하는 복원사업이 진행돼 화제다. 6월 8일 중국 ‘신화통신’은 티베트에서 진행되는 고대 불교 경전 복원 사업을 보도했다.

현재 티베트에 전해오는 고대의 불교 필사본들은 고대 인도와 티베트의 불교문화를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중 특히 중요한 자료는 종려나무 잎으로 만들어진 패엽경 필사본들이다. 이 필사본들은 인도불교의 마지막 시대에 제작되어 티베트로 전해된 것으로 현재 1천여 권이 넘는 필사본들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낱장으로만 약 6만 장이 넘어가며 세계에 현존하는 고대 패엽경 필사본의 60~80%를 차지한다. 패엽경 필사본들은 티베트의 건조한 기후와, 필사본들을 한 권씩 보자기에 싸서 서가에 보관하는 티베트의 전통 보존법 덕분에 잘 보존되어 왔다. 그러나 오랜 세월 다양한 이유로 경전들이 흩어지거나 훼손되면서 대대적인 보존과 복원이 필요하게 됐다. 

노르부 링카 고서 조사팀의 규메출팀 팀장은 2006년부터 티베트의 패엽경 필사본의 수집과 복원 및 보호 작업에 참여했다. 그는 “6년간 패엽경을 수집하기 위해 티베트 전역, 총 1만 7천여 km를 여행했다. 패엽경이 있다고 알려진 곳이라면 사찰, 유적지, 개인가정을 막론하고 방문했다”며 수집 당시의 고충을 전했다. 

규메 팀장은 “대부분의 필사본 상태는 완벽하지만 곰팡이나 벌레로 훼손되거나 아예 썩어버려 내용을 판독하기 어려운 것도 많다. 이 경우엔 더 이상 훼손되지 않게 전통적인 방법을 이용해 수리하고 있다. 이후 최신 과학기술을 이용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패엽경을 스캔하고 디지털 아카이빙으로 데이터를 만든다”고 말했다. 

이전 티베트의 문화재 보호 부서는 예산 문제로 모든 보호 부서가 기술 실험실과 유물 복원실을 공유했다. 그러나 2013년 티베트 문화유적 특별예산이 편성되면서 10만 위안(한화 약 1800만 원)이상의 문화재 보호와 과학적인 연구 장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옛 문헌을 보호하기 위한 맞춤형 보관함과 환경 모니터링 장비도 마련했다.

연구팀은 “옛날에는 훼손된 필사본을 단순히 다시 제본하는 것으로 그쳤다면, 지금은 천연재료를 이용해 종려나무잎을 한 장씩 분리하고 찢겨진 곳들을 수리한다”면서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은 산스크리트어로 쓰인 내용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미 오래되어 글자가 흐릿한데다 한 번의 오역이 의미를 완전히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문헌과 상호 비교하며 분류한다”며 복원과 연구과정을 설명했다. 

현재 연구팀을 이끄는 규메출팀은 티베트 전역의 600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무료로 티베트의 서예와 고대문헌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 중 일부는 선생님이 되었고 티베트의 지역 문화의 새로운 계승자가 되었다. 그는 “지혜와 근면, 노력을 통해 선조들이 보존한 문화유산이 현대 문명사회에서 계승, 보호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김민재 객원기자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