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의 불교 친선교류는 양국의 불교계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양국의 우호, 나아가서는 아시아 및 세계평화의 기초가 된다고 하는 확신에 의거하여 더 한 층의 우의를 증진시킨다.’

1977년 10월 15일 한일불교문화교류협의회와 일한불교교류협의회가 서울에서 만나 양국 불교문화교류의 공식적인 첫 걸음을 떼며 발표한 공동선언문 일부다. 46년의 세월에서 양국 사정에 따른 몇 차례의 대회 연기와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대면 불가 상황을 지나 올해로 40번째 교류행사를 마련해 깊은 우호를 확인했다.

두 나라의 불교가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가 꾸준히 나왔다. 2005년엔 일한불교협회가 일본의 조선 침략에 대한 과거사를 공식적으로 참회했고, 이로부터 3년 뒤엔 일본 우천사에서 양국이 합동으로 ‘한국 출신 전몰자 유골송환 위령제’를 봉행하며 유골 101위를 국내로 반환했다. 교류 30주년이 되던 2009년엔 명성왕후의 고향 여주시의 신륵사에서 일본 측의 과거사 반성 내용을 새긴 ‘인류화합공생기원비’도 제막했다. 모두 세계평화라는 가치에 부합한 결실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와 달리 최근 10여 년간은 서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언제부턴가 대회 개최마저 부담을 느끼는 일본불교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탈종교화 시대, 코로나19 이후 삶의 양식이 변화하며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일본이다. 이럴 때일수록 큰 행사가 아니더라도 꾸준한 만남이 필요하다. 몇 년 전 양국이 합의한 청소년 교류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양국 불교의 황금유대가 세계평화의 초석이라던 첫 만남의 정신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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