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스미 스님, 3년간 구상 끝에 개발
불교 가르침, 엔터테인먼트와 융합
죄업 따른 사후 세계 경전 근거 설명
고글착용 후 체험…염라대왕 만나기도

불교의 지옥에 대해 설명하는 켄쇼 스님. 사진출처=마이니치 신문
불교의 지옥에 대해 설명하는 켄쇼 스님. 사진출처=마이니치 신문

죽고 나서 생전의 악업에 대한 벌을 받는 지옥. 이 지옥을 가상현실로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있어 화제다. 일본 요코하마시 토츠카구에 소재한 일련종 사찰인 묘호지(妙法寺). 이곳에서는 가상현실을 이용해 불교의 사후세계와 연결된 ‘지옥체험회’가 열려 화제다. 6월 2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가상현실로 바라보는 불교의 지옥에 대해 보도했다.

지난해 4월부터 월 1회 이상 묘호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옥체험회’에는 지금까지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했다. 가상현실로 체험하는 지옥을 구상한 묘호지의 주지 쿠스미 켄쇼 스님은 구상부터 개발까지 3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스님은 “불교의 가르침을 엔터테인먼트와 융합시키면서 소개하고 싶어 가상현실을 만들었다”고 개발의의를 설명했다. 

지옥체험회는 먼저 법당에 모인 참가자들에게 스님이 대형모니터를 이용해 불교에서 말하는 지옥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묘호지 측은 “1회에 15인을 정원으로 참가자를 받고 있다. 보통 정원을 가득 채워 한 번도 미달된 적이 없다”며 대중들의 뜨거운 반응을 전했다. 스님은 불교에서 말하는 8대지옥을 설명하고 현세에서 지은 죄업에 따라 어느 지옥에 가는지를 경전에서 말한 내용에 근거하여 설명한다. 예를 들어, 가장 죄가 가벼운 사람이 떨어지는 ‘등활지옥’만 해도 죄인은 약 1조6653억 1250만년, 죄가 가장 무거운 ‘무간지옥’은 349경 2413조 4400억년 동안 지옥의 나찰들에게 고통을 받는다는 이야기와 같이 지옥의 개요에 대한 약 10분간의 해설이 이어진다.

해설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수의에서 모티프를 딴 가상현실 고글을 착용하고서 사후세계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첫장면은 저승의 경계인 삼도천(三途川)을 배로 건너는 모습이다. 이때 참가자는 목을 움직여 주위를 360도로 바라볼 수 있다. 음성으로는 함께 강을 건너는 영가가 옆에서 이야기를 건네며 현장감을 자아낸다. 

강을 건너면 화면 가득히 염라대왕이 등장한다. 참가자의 앞에 있던 영가가 심판을 받아 지옥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비추고서, 염라대왕은 참가자의 눈앞에 나타나 “다음은 그대다. 그대는 어떻게 일생을 살았는가?”하는 질문을 던진다. 그 순간 옆에서 지장보살이 나타나 앞으로 가게 될 세계들을 안내한다. 지장보살은 수라, 축생, 아귀도의 순으로 참가자들을 안내하며 각 세계의 고통을 함께 바라보며 담담하게 설명한다. 마지막 지옥도에서는 지옥의 나찰들이 죄인들에게 가시나 창칼로 고통을 주는 광경이 펼쳐진다. 지장보살은 지옥도에서 “삼독심에 마음이 지배된 과보가 바로 지옥”이라고 말하고서 다시 염라대왕이 나타나 “그대는 어떻게 살았는가?”하고 묻는 것으로 가상현실 지옥체험이 끝난다.

지옥체험을 경험한 한 참가자는 “현실적인 체험으로, 자신의 평소의 삶을 다시 보는 기회가 되었다”고 후기를 남겼다. 또 다른 참가자는 “염라대왕의 ‘그대는 어떻게 살았는가?’라는 질문에 울림이 있었다. 자신과 마주하는 경험이었다”고 감상을 남겼다. 켄쇼 스님은 “우리의 마음속엔 부처도 있고 지옥도 있다. 어느 것을 택하는지는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상현실 지옥체험은 묘호지에서만 진행중이며 향후 타 사찰에서의 시범을 비롯, 다양한 불교 이벤트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박영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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