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어두웠던 3년 4개월이라는 터널을 지나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으로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된 불기2567년 부처님오신날. 오색 연등이 거리를 장엄하고 환희의 봉축탑이 전국을 밝힌 오늘, 불자들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를 되새긴다.

신들의 세계인 천상, 뭇 중생들이 살아가는 세계인 천하를 모두 통틀어 자기 자신이라는 존재보다 더 소중한 건 없다고 설하신 부처님. 천상과 천하의 굴레에서 벗어난 사람이라면 그보다 더 존귀한 건 없다는 가르침이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날을 자아 상실의 시대라고 말한다. 돈과 권력, 명예에 눈이 멀고 정신이 팔려 내가 아닌 것을 나라고 믿으며 살아간다. 나는 남들보다 덜 가졌기 때문에 행복하지 못한 것인가. 자등명법등명의 가르침을 따라 내가 아닌 것에 의지하지 말고 자신과 진리에 의지할 때다.

그렇게 스스로 자유와 행복을 얻었다면 우리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가 밝혀야 하는 것은 단순히 형형색색의 연등이 아닌 마음의 등불인 이유다. 다 타고 나면 사라지는 촛불이 아닌 무한한 에너지를 가진 우리의 마음. 1년에 한 번이라도 이웃과 아픔을 나누고, 소외되고 그늘진 곳에 자비의 손길을 뻗는 인드라망의 정신.

‘일념즉심 무량겁(一念卽心 無量劫)’ 한 생각에 무량겁이 다 들어있고 생각 하나만 바꾸면 그것이 곧 행복이고 기쁨인 극락세계다. 등을 달고 향을 피우고, 아무리 좋은 공양물을 부처님께 바친다 하더라도 우리의 마음이 바뀌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실 때 가졌던 그 마음이야말로 긴 터널을 뚫고 나온 세계인을 위한 일상회복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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