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 만에 귀향한 만인지의 범종. 사진출처=니가타 방송 뉴스화면 갈무리.
82년 만에 귀향한 만인지의 범종. 사진출처=니가타 방송 뉴스화면 갈무리.

금속 공출된 것 환지본처
17세기 주조400kg상당

2차 세계대전 중 총탄과 같은 무기를 만들기 위해 공출된 범종이 82년 만에 환지본처했다. 우여곡절 끝에 재난을 피하여 원형 그대로 돌아온 기적적인 이야기를 지난 428일 일본의 니가타 방송이 특별보도했다,

니가타현(新潟) 이즈모사키쵸(出雲崎町)에 소재한 만인지(万因寺). 400여 년 전 창건돼 오랫동안 지역 불자들의 중심점이 되어온 사찰이다.

만인지에는 17세기경 주조된 범종 한 구가 소장돼 있었다. 높이 약 130cm, 무게 약 400kg의 범종은 당시 신자들의 보시로 조성된 것. 그러나 이 종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에 일본정부가 내린 금속 공출령에 의해 압수당했다.

만인지의 주지 다카하시 소쿠엔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울려 퍼지길 바라며 울리는 범종이 전쟁에 희생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당시의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용광로에 녹아서 없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만인지의 범종은 1993년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소쿠엔 스님은 이시카와현에 소재한 사찰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그 절에 만인지의 범종이 있다는 소식이었다며 뜻밖의 발견을 말했다.

만인지에서 300km나 떨어진 이시카와현(石川)의 이가쿠지(?)에서 온 편지에는 만인지의 범종이 오게 된 경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쓰여 있었다. 공출령으로 압수당한 일본 전국의 범종들은 도쿄의 철공소로 반입됐고, 종전 후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지자 공장 측은 종을 쌀과 교환했다. 그 중 공장과 인연이 있었던 이카쿠지 역시 종을 공출당한 것을 공장 측이 기부한 것이 바로 만인지의 범종이었다.

이카쿠지 측은 기부 받을 당시에는 어디에서 온 어떤 범종인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이후 1991, 태풍으로 종루가 무너져 범종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만인지의 범종인 것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종의 내력이 밝혀지고서 만인지의 주지스님이 이가쿠지를 방문하여 이야기한 끝에 범종을 만인지로 환지본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동의 문제를 비롯해 관계자들 간의 이해과정에서 과정이 길어졌고, 드디어 426일 범종이 82년 만에 귀향하게 됐다.

양 사찰의 주지스님과 지역주민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이가쿠지의 종루에서 범종이 내려졌다. 이가쿠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은 오랫동안 소리를 들어온 범종이다보니, 원래 자리라곤하나 떠나 보내기 섭섭하다며 종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만인지 측은 종을 돌려받는 대신, 새로운 종을 주조하여 기증하기로 약속했다.

만인지의 법당 한 켠에 만들어진 거치대에 다시 걸린 범종은 바라보며 소쿠엔 스님은 뭐라 말이 니오지 않는다. 그저 감개무량하다. 앞으로도 이 땅에서 전쟁이 되풀이 돼선 안 된다는 평화의 소리를 울리길 바란다며 범종을 되찾은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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