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 회원 스트리밍 기업 대표
인도 여행 중 슈레이 스님 만나
3주 후 수계…76만엔 재산 포기
여생 ‘이타행’으로 방향 잡을 것

CEO에서 은퇴하고 출가자의 삶을 선택한 류코스님.사진출처=SPA! 뉴스
CEO에서 은퇴하고 출가자의 삶을 선택한 류코스님.사진출처=SPA! 뉴스

은퇴 후 삶을 마무리하는 ‘황혼출가’가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세계적인 대기업 CEO에서 은퇴 후 출가를 선택한 사례가 최근 일본에서 화제다. 일본의 ‘SPA! 뉴스’는 지난 21일, ‘17LIVE’의 전 CEO인 오노 류코 스님의 특별 인터뷰를 보도했다.

SPA! 뉴스는 인터뷰에 앞서 스님의 약력을 소개하며 “젊어서 다양한 경험과 노력하는 삶을 살며, 장년기에 부와 명예를 얻는 교과서적인 삶을 산 인물”이라고 평했다. 출가 전 오노 히로후미라는 이름의 벤처기업가였던 스님은 12년간 일본 최대의 벤처 경영자 모임이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모바일 미디어를 비롯해 시스템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분야에 성공을 거둔 사업가였다. 특히 출가 직전엔 일본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5천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자랑하는 라이브 스트리밍 대기업인 ‘17LIVE’의 CEO를 역임하며 회사를 안정화시킨 것은 스님의 대표적인 커리어다.

류코 스님은 인터뷰에서 “이제는 류코(龍光)이라는 이름을 받고서 오노 히로후미라는 속세의 삶은 전생의 삶으로 생각하고 살고 있다”며 출가 생활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님은 출가계기에 대해 은퇴 후 계획한 인도여행이 시발점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친구와 인도 여행을 계획했다. 당시에 출가은사가 되는 사사이 슈레이 스님의 책에 깊은 감명을 받아 직접 만나 뵙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SPA! 뉴스는 “사사이 슈레이 스님은 인도불교 부흥에 일생을 바친 일본 스님으로 처음 50여 년간 10만 명에 불과했던 인도인 불교도를 1억 5천만 명으로 성장시킨 스님이나 일본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전했다. 

슈레이 스님과의 만남은 우연히도 같이 여행을 가기로 한 친구의 지인이 스님의 연락처를 알고 있던 것에서 성사됐다. 류코 스님은 “인도에서 슈레이 스님을 뵙는 순간 운명적인 어떤 것을 느꼈다”면서 “스님께서도 그러셨던 것 같다. 만난 그날 ‘자네 스님이 돼서 일본으로 돌아가게’라는 권유를 받았다”며 당시의 만남을 회상했다. 

마침 스님과 만난 3주 후, 1년에 한 번 열리는 인도의 집단 개종 및 수계식이 예정돼 있었다. 류코 스님은 “슈레이 스님께서 ‘거기라면 정식으로 출가할 수 있다’고 말하셨다. 곧 90을 바라보는 선지식을 두 번 다시 뵐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생각에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노라 결심해 출가를 결단했다. 주저하는 마음은 단 하나도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류코 스님은 “출가에 주저함이 없었다고 말하면 ‘스님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걸 이루었으니까요’라는 답을 듣곤 한다. 하지만 전혀 반대다. 계속해서 일만 해왔고, 성장만을 요구하는 나날이었다. 일에 대한 의문과 자신을 속이는 감각이 강했기에 오히려 출가에 주저함이 없었다.”고 밝혔다.

스님은 출가 후 가치관이 완전히 변했다고 말했다 “현재 내 명의의 재산은 76만엔 정도, 모든 재산은 대부분 출가 후 아내에게 넘겼다. 향후의 목표는 남은 일생을 ‘사람을 위해 사는 삶’, 즉 이타행만을 방향성으로 삼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영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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