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 다람살라 행사 촬영 유포
소년에 “내 혀 빨아보라” 장면 논란
티베트 전문가 “문화 몰이해일 뿐”
달라이라마, 사과 메시지 발표하기도

논란이 된 소년과 달라이라마가 만나는 장면. 사진출처=VOA 방송화면 캡쳐
논란이 된 소년과 달라이라마가 만나는 장면. 사진출처=VOA 방송화면 캡쳐

티베트 불교의 지도자인 달라이라마가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유튜브 등의 SNS를 통해 달라이라마가 소년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는 장면이 유포되면서 서구권을 중심으로 달라이라마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는 티베트 문화에 대한 몰이해에 따른 오해라는 전공자들의 반박이 더해지면서 논란은 진정 되고 있으며, 달라이라마 측은 소년에 대한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일련의 논란에 대해 ‘BBC’등의 해외외신들은 특별보도를 이어나갔다.

문제가 된 영상은 지난 2월 28일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촬영된 것이다. 당시 달라이라마는 인도의 부동산 회사인 M3M그룹 산하의 자선재단이 운영하는 기술학교의 졸업생들을 만나는 행사에 참석했다. 문제의 장면은 달라이라마가 행사에 참석한 소년을 안고 볼과 입을 맞추고서 혀를 내밀어 “내 혀를 빨아보라”라고 말한 장면이다. 영상이 공개되면서 서구권을 중심으로 달라이라마 소년에게 성추행을 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달라이라마 사무국은 해당 사건에 대해서 지난 10일, 공식적으로 “불쾌감을 느꼈을지도 모를 소년과 소년의 가족, 그리고 세계의 형제자매들에게 사죄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에 대하여 티베트 불교나 문화를 연구하는 전공자들을 비롯해, 티베트 문화권의 사람들은 “달라이라마가 사과할만한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티베트 문화나 언어를 모르는 서구의 눈으로만 보았기에 생긴 논란”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인류학과의 로버트 마이어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사람들은 달라이라마가 소년에게 ‘내 혀를 빨라’ 혹은 ‘내 혀를 먹으라’라고 말한 것이 잘못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것은 티베트 문화권에서는 노인세대가 어린아이들을 놀리는 일상적이고 친근함을 나타내는 말”이라며 “달라이라마가 사과할 만한 일도, 잘못한 것도 없다”고 논란에 대해 일축했다. 여기에 더해 많은 티베트 전공자들은 “티베트의 오래된 풍습에 타인에게 악의가 없음을 보이는 행동중 하나로 혀를 내밀어 보이는 인사법이 있으며, 달라이라마 나이대의 노인들에겐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의 영상이 유포되는 것에 대해 반박이 이어지면서 전체 영상도 공개됐다. 영상 속에서 인도인 소년이 먼저 달라이라마에게 “달라이라마를 안아봐도 되는가?”라고 질문했고 이에 달라이라마가 응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오히려 소년이 달라이라마의 품에 파고 들려는 것을 달라이라마가 가볍게 밀어 제지하는 모습도 보였다.

행사가 끝난 직후 소년은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달라이라마와의 만남은 너무나 멋진 경험이다. 긍정적인 힘을 많이 받았다”며 기뻐했고, 소년의 어머니 역시 “오랫동안 달라이라마를 뵙길 원했고, 이렇게 축복을 받은 기쁨을 뭐라 표현 할 수 가 없다”며 감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티베트인들 역시 서구권의 거센 비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티베트의 유명작가 체링외셀은 “달라이라마는 인도에서나 외국에서나 천진하게 혀를 쑥 내밀어 사람들을 곧잘 웃기게 했다. 어린아이를 안고 입을 맞춰주는 것도 오랫동안 달라이라마가 아이들을 축복하기 위하여 해오던 방법이다. 이 노스님의 위신에 흠을 잡기 위해 노력한 중국공산당도 잡지 못한 흠을 냉철한 서양인들이 잡아냈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박영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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