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노인종합복지관, 4월 17일
장독 분양사업 ‘장 가르는 날’
전통계승으로 공동체 의식도

4월 17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 5층 장마당이 쿰쿰하면서도 구수한 메주 냄새로 가득 찼다. 빨간색 앞치마를 두른 어르신과 지역구민, 전통문화 체험에 나선 어린이들은 복지관장 정관 스님의 진두지휘 아래 장독에 담긴 메주와 간장을 꺼내며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산하 종로노인종합복지관(관장 정관)이 주도하는 종로&장금이 장독분양사업 ‘장(醬) 가르는 날’의 풍경이다. 이날 행사는 노인주도의 전통 장(醬) 문화를 전 세대에 확산시켜 장 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전승하기 위해 마련됐다.

장독분양사업은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우리 전통장문화를 알리기 위해 시작됐으며 올해로 7회차를 맞았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로도 성장한 종로&장금이 사업은 도심에서 어르신들로부터 전통장 담그기를 배우고 직접 장을 담가보는 행사로 참여한 시민들의 만족도가 높다.

지난 2월 장을 담그고 61일 만에 진행된 이날 장 가르기에는 장문화를 전승하는 ‘종로&장금이’ 서울시민, 선재어린이집 원아까지 총 90여 명이 함께했다. 장 가르기에 앞서 협동조합 ‘마인드푸드’ 이사장 혜범 스님이 1차 장담그기의 전반적인 과정과 전통 장 관리 방법, 주의할 점 등에 대해 특강했다. 혜범 스님은 “옛 어르신들은 장을 담글 때 깨끗한 물을 떠 놓고 간장과 된장이 잘 익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기도 했다”면서 “그만큼 소중한 우리의 전통을 스스로 지키며 이어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참가자들은 잘 숙성된 메주를 건져내 손으로 치대며 된장을 만들었다. 이어 간장을 담는 독에 불순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채망과 면포를 얹어 깨끗하게 걸러 항아리에 내려 담았다. 참가자들은 “‘음식은 장맛이다’라는 속담처럼, 전통장은 우리 식생활에서 뗄 수 없고 건강에 좋은 대표적인 발효음식인 만큼, 장이 맛있게 익어 11월경 장독 비우기에서 잘 숙성된 장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장 정관 스님은 “전통장 만들기를 통해 어르신들이 재능을 발휘하고, 젊은 세대가 전통장을 접하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세대 간 교류의 장이 형성되기를 바란다”면서 “전통적인 음식이 계속 유지돼 계승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로&장금이를 통해 어르신들이 가진 삶의 지혜를 적극 활용, 지역사회에 전통장 전수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지역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나아가 마을 브랜드의 선도적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포부를 전했다.

종로노인복지관은 ‘종로&장금이’를 통해 장을 담그고 분양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전통장 문화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공유하기 위한 취지로, 장체험관과 장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어르신과 시민들이 직접 만든 된장과 고추장, 간장, 조청류를 판매하며 수익금은 복지사업기금으로 환원된다.

한편 종로&장금이 분양사업은 2002년도부터 외부로도 찾아가 진행하고 있다. 1호점 노원노인종합복지관을 시작으로 올해는 2호점 금천50플러스센터, 3호점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에 종로&장금이의 노하우를 가득담아 연중 전통 장 담그기 전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임은호 기자 imeunho@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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