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사회 속 전통문화 새로운 형태

나고야 반쇼지, 코인 제작
관음보살 새겨진 작은동전
카드·모바일로 자판기 판매
사찰 기념품으로 인기몰이

반쇼지에서 사용되고 있는 ‘반쇼지 코인’, 절의 본존인 11면 관음상이 찍혀있다. 사진출처=J-캐스트 뉴스
반쇼지에서 사용되고 있는 ‘반쇼지 코인’, 절의 본존인 11면 관음상이 찍혀있다. 사진출처=J-캐스트 뉴스

최근 현금이 아닌 전자화폐 등으로 결제하는 ‘캐시리스(Cashless)’ 기술이 보편화 되면서, 불교계도 이에 따라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일본의 한 고찰에서 자체 제작한 코인을 경내에서 현금처럼 사용하는 시도가 등장해 화제다. 4월 2일, 일본의 ‘J-캐스트 뉴스’는 나고야 반쇼지에서 제작한 ‘반쇼지 코인’에 대해 보도했다.

반쇼지(萬松寺)는 일본 나고야에 소재한 선종사찰로 16세기 중반에 세워져 당시 권력자들의 후원을 받아 근대까지 크게 번성했던 고찰이다. 이후 2차대전 당시 공습으로 전소, 90년대 중반에 들어 현대식 빌딩의 형태로 재건됐다.

이곳 반쇼지에서 최근 고안한 것이 바로 ‘반쇼지 코인’이다. 본존불인 11면 관세음보살상의 모습이 새겨진 작은 동전으로 경내에서 보시금, 혹은 경내 시설이나 서비스에 대한 통화로 사용할 수 있다. 반쇼지 경내에 설치된 자판기에서 판매 중인 반쇼지 코인은 1개에 500엔(한화 약 5천 원)부터 판매되고 있으며 최대 10개 들이 패키지로도 구입할 수 있다. 자판기 역시 현금결재는 물론 카드나 모바일 카드 등으로 결제할 수 있다.

SNS를 통해 소문이 나고 있는 반쇼지 코인은 누리꾼들에게 큰 호평을 받고 있다. 한 누리꾼은 “항상 잔돈이 없어서 보시금을 낼 때마다 고민했는데 재미있는 발상”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저렇게 사찰 전용의 대체통화를 만든다면 보시금의 도난문제도 줄어들어 운영 측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고안자의 아이디어가 대단하다고 평했다.

반쇼지 측은 “반쇼지 코인은 기본적으로 사찰을 방문하는 젊은 층이나 외국인들을 주요 타겟으로 고안됐다. 기본적으로 일본의 사찰 참배는 동전을 보시함에 던져 넣어 기원하는 방식이기에 그러한 참배법의 형태를 유지하는 방법을 생각 끝에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반쇼지 코인은 경내에서 보시금이나 기도접수, 공양물 구입 등에 사용할 수 있지만 거스름돈은 내지 않고 있다. 동전의 형태지만 참배자가 이미 구입한 물건이기에 기념품으로 가져가는 것도 가능하다. 사찰 측은 “기념을 위해 구입하는 참배자도 있는 만큼 절에서 통화로 회수된 코인은 재사용하지 않고 자판기에는 언제나 새로 주조된 코인을 보충한다”고 밝혔다.

반쇼지의 주지 다이토 겐유 스님은 “계획 자체는 5~6년 전부터 생각했다. 당시 보시함의 밑판을 뜯어서까지 보시금을 훔쳐가는 일들이 일어났고, 사회적으로도 캐시리스의 영향력이 강해졌다. 특히 코로나19의 시국을 겪으면서 실제 현실화된 것은 지난달부터”라고 말했다.

스님은 SNS의 긍정적인 반응들에 놀라면서 이렇게 호평일 줄 몰랐다는 반응이다. 스님은 “사실 교계로부터 비판을 받을 것이라는 각오를 가지고 진행했다. 하지만 청년층의 호응에 자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또 “지금의 방식을 사용하는 젊은이들에게 문호를 열어야 한다. 그저 관습적인 방법들만을 유지하고 개혁하지 않으면, 그 절은 사라질지도 모른다”며 현재 불교계의 고민을 지적했다. 

박영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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