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상 현실서 배회하고 고통받는 또 하나의 아바타
“고정된 실체로서의 ‘나’ 없어 그 어떤 ‘나’ 만들 수 있어”
무한 가능성 지닌 존재로 거듭나게 한 ‘세 가지 명상’ 소개

이 뭐꼬? 이것뿐!/월호 지음/불광 펴냄/1만 8천원
이 뭐꼬? 이것뿐!/월호 지음/불광 펴냄/1만 8천원

고통의 원인 중 하나는 우리가 세상의 전부라고 여기는 몸과 마음, 그리고 눈앞의 현실을 ‘고정된 실체’라고 믿는 데 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모든 존재를 ‘꿈’, ‘허깨비’와 같다고 이야기한다. 시시각각 늙고 병들고 죽거나, 생기고 머물다 소멸하는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집착을 거듭함으로써 고통스러워지는 것이다. 그동안 일반 대중에 맞춤한 참선법을 활발히 전해온 월호 스님<오른쪽 사진>은, 몸과 마음을 ‘아바타’에, 그리고 이 세계(우주)를 ‘메타버스(가상현실)’에 비유한다. 우리는 가상의 현실 속에서 배회하고 고통받는 하나의 아바타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월호 스님의 신간 〈이 뭐꼬? 이것뿐!〉에는 허깨비 같은 현실서 벗어나 고통으로부터 해탈하는 세 가지 처방을 권한다.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아바타 명상’, 자존감 회복에 특화된 ‘바라밀 명상’, 일생의 평화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행불 명상’이 그것이다. 이들 명상법의 핵심은 불안한 몸과 마음을 객관화해 대면 관찰하고(아바타 명상), 내 안에 이미 존재하는 크고 밝고 충만한 성품을 발견하며(바라밀 명상), 부처의 몸가짐 · 마음가짐을 연습하는 것(행불 명상)이다. 그러면 어떠한 ‘나’도 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무엇을 선택해도 좋다. 단계를 삼아 나아가도 좋다.

저자의 처방을 실천하기가 영 어렵다면 특유의 유쾌하고 명쾌한 문체로 풀어낸 이 명상 법문 안에서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선택해 삶의 방향으로 삼아도 좋다. 그 어떠한 방법으로 어떻게 나아가든 ‘월호 스님 표 명상’엔 메타버스 같은 세상 속에서 한바탕 아바타 게임에 몰두하는 ‘나’를 일깨우는 묘책이 담겨 있다. 불교의 대표적 경전인 〈금강경〉에서는 ‘모든 존재는 꿈과 같고, 허깨비 같으며,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갯불과 같으므로 응당 이와 같이 관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토록 소중한 나의 몸과 마음은 물론, 보이고 느껴지는 내 눈앞의 현실과 세계 모두가 환상이라니,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이 말의 속뜻은 무엇인가? 바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든 존재에 우리가 믿는 ‘고정된 실체’란 없다는 의미이다.

그동안 일반 대중에 맞춤한 참선법을 활발히 전해온 행불선원 선원장 월호 스님은, 그러한 이유로 나의 몸과 마음을 ‘아바타’에, 그리고 이 세계(우주)를 ‘메타버스(가상현실)’에 비유한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 펼쳐진 세계처럼, 우리는 가상현실 속을 배회하며 고통받는 하나의 아바타라는 것이다. 그럼 ‘진짜 나’는 무엇인가? 바로 고통스러운 현실(메타버스) 속에 존재하는 아바타를 관찰하는 자로서, 이미 크고 밝고 충만한 성품을 지닌 존재이다. 이로써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번뇌는 ‘진짜 나’의 것이 아니라 ‘아바타’의 몫이 된다. 이것이 월호 스님 표 명상 수행의 핵심 전제이다.

사진제공=불광출판사
사진제공=불광출판사

월호 스님이 권하는 세 가지 처방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에서 모피어스는 주인공 네오(Neo)에게 두 가지 알약 중 하나를 삼킬 것을 권한다. 파란색 약은 ‘매트릭스의 세계’에 그대로 머무는 약, 붉은색 약은 ‘진짜 세계’에서 눈을 뜨게 하는 약이다. 네오는 붉은색 알약을 삼키고 진짜 세계의 인간을 구원으로 이끌 완전한 존재(the ONE)로 추앙된다. 월호 스님도 이 책에서 ‘세 가지 알약’을 우리 앞에 꺼내 놓는다. 이 세 약이 〈매트릭스〉의 두 약과 다른 점은 무엇을 선택하든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고, 같은 점은 이를 통해 우리도 마음에 걸림이 없는 (본래의) 완전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처방 ‘아바타 명상’은 근심 걱정을 벗어나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고 번뇌에 고통스러워하는 몸과 마음에 닉네임을 붙여(아바타) 관찰하는 것이다. 이때 ‘진짜 나’는 관찰자가 되어 객관적인 시각으로 생로병사와 탐진치에 점철된 ‘아바타의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객관화를 통하여 고통으로부터의 해탈로 나아가는 지혜를 얻게 된다. 두 번째 처방 ‘바라밀 명상’은 스스로를 결핍된 존재라 여기는 습관을 버리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방법이다. 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는 달의 비유를 사용한다. 어느 날은 초승달로, 어느 날은 그믐달로 보이는 달이 본래 보름달인 것처럼 관찰자인 ‘진짜 나’는 잠시 무명의 그림자에 가려 있을 뿐 항상 크고 밝고 충만함을 깨닫는 것이다. 저자는 그 방법으로 최상의 진언인 ‘마하반야바라밀’을 입으로 염(念)하고 마음으로 실천할 것을 강조한다.

세 번째 처방은 ‘행불 명상’이다. 이는 부처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연습함으로써 일생의 평화를 도모한다. 예컨대 달은 항상 보름달이므로 초승달이나 그믐달이 굳이 보름달이 되려 애쓸 필요가 없다. 그때그때 자신의 역할을 다하면 그뿐, 부처가 따로 있어 부처의 행(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의 행을 하는 자가 곧 부처인 것이다. 그러므로 ‘바로 지금 여기’에서 평화로울 수 있다. 나아가 아는 만큼 전하고, 가진 만큼 베풀어 모두 해탈하도록 이끄는 것, 그것이 행불 명상이자 진정한 참선이다.

불교 명상의 새로운 패러다임

월호 스님 표 명상의 세 가지 처방은 일반의 대중화된 명상과 차별된다. 첫째, 일반 명상은 몸과 마음의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관찰해 그것의 실체 없음을 확인한다. 아바타 명상은 이에 더 나아가 실체 없는 몸과 마음을 아바타의 현상으로 분리해 대면 관찰함으로써 아바타가 겪는 고통과 번뇌로부터 분리될 수 있다. 둘째, 일반 명상은 몸 보기, 마음 보기 등에 집중한다. 하지만 바라밀 명상은 처음부터 몸이나 마음 대신 본래 ‘보름달’인 ‘본마음 참 나’의 공(空)한 성품에 초점을 맞춘다. 셋째, 일반 명상은 수행을 통해 깨달은 이, 즉 부처가 되고자 한다. 그러나 행불 명상은 부처의 행을 수행하는 것으로 본래 부처에 입각해 닦는 수행이다. ‘우리는 본래 부처다.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그렇다.’ 이를 굳게 믿고 ‘지금 부처’로 현성해 나아가는 것이다.

깨지지 않는 마음공부 바른길, 그릇 이론

하지만 초보 수행자에게 ‘the ONE’으로 거듭나는 길은 결코 만만치 않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초보자의 발심(發心)은 무쇠와 같아서 깨지기 쉽고 성취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그 발심을 강철로 거듭나게 하는 ‘용광로의 불’과 ‘대장장이의 단련’이 필요한데, 그것이 마음공부의 다섯 단계로서 저자가 고안한 ‘그릇 이론’이다. 불교에는 다양한 수행법이 공존한다. 그런데 서로가 부딪히기도 하고, 입문자들에게는 수행의 문턱에서 갈피를 잡기 힘든 경우도 있다. 그 주요한 원인은 수행상의 체계가 서 있지 않기 때문이다.저자는 마음을 하나의 그릇에 비유하여 불교의 다양한 수행법을 하나의 체계로 구성한다.

① 그릇 비우기

- 참회(懺悔)를 통한 자기 정화

② 그릇 채우기

- 발원(發願)을 통한 자기 전환

③ 그릇 키우기

- 기도(祈禱)를 통한 자기 확장

④ 그릇 없애기

- 참선(參禪)을 통한 자기 확인

⑤ 그릇 만들기

- 행불(行佛)을 통한 자기 창조

이 다섯 단계는 본격적인 마음공부를 위한 준비 단계(①, ②)로 시작해 일념(一念)과 무념(無念)의 성취를 이루고(③, ④), 마침내 자신의 삶의 창조자는 자신임을 깨닫는 단계(⑤)로 나아가는 길이다. 이 바른길로 하여금 우리는 마음의 주인으로서 매사에 감사하고, 지나간 과거나 다가올 미래에 연연하지 않는다. 오직 ‘바로 지금 여기’에서 스스로에게 충실한 삶을 살아갈 뿐이다.

나아가 일체가 곧 ‘부처’임을 깨닫게 되므로 중생과 더불어 생동하는 삶을 살게 된다. 깨어 있는 삶을 살되 시비분별하는 입장이 아니라 관찰자의 입장에서 일체중생을 자비의 눈길로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불교 명상 수행의 가이드이자, 명상 에세이이다.

저자 특유의 유쾌하고 명쾌한 문체 속에 행불사문으로서의 지난 공부 결과를 아낌없이 녹여냄으로써 ‘참 나’로 사는 길을 머리로 이해하고, 마음으로 깨닫도록 하였다. 무엇을 선택해도 좋다. 단계를 삼아 나아가도 좋다. 저자가 제시한 처방의 퍼즐 조각을 맞춰나가기가 영 어렵다면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선택해 삶의 방향으로 삼아도 좋다. 그 어떠한 방법으로 어떻게 나아가든 ‘월호 스님 표 명상’엔 가상의 현실을 진짜 현실로 착각하게 하는 헤드셋을 벗고,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묘책이 담겨 있다.

△저자 월호 스님은?

내용을 입력하세요.동국대서 묵조선과 간화선을 전공해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쌍계 총림 방장 고산 큰스님으로부터 강맥을 전수받았다. 동국대 선학과 겸임교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 쌍계사승가대학 학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행불선원 선원장으로서 한국참선지도자협회와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로 있다. BBS불교방송에서 〈월호 스님의 행불아카데미〉를 인기리에 진행하고 있으며, 월호 스님의 법공양 〈줄탁동시〉와 월호 스님의 게송명상 〈관찰자를 관찰하라〉를 통해 대중과 매일 스마트폰에서 만나, 미디어 전법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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