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로봇 등 일상에 파고들어
지적영역 대체…로봇 저널리즘 확산
오픈AI 출시한 ‘챗지피티’ 최근 열풍
이세돌 꺾은 알파고보다 파급력 높아

몇몇 오류 발견되지만 AI 발전 가속
기술에 압도되어 지배당하게 될 수도
AI시대, 인간의 자기성찰 더 요구돼

2000년대 중반에 요코하마에 거주하는 한 일본 노교수 부부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한국에는 없었던 두 가지에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먼저 그들이 거주하는 5성 호텔급 실버타운의 규모와 초호화 시설에 압도당했다. 나를 더 놀라게 했던 다른 한 가지는 노부부의 거실에서 만난 로봇 애견이었다.

자식이 없는 70대 노부부가 가장 아끼고 사랑한다는 로봇 강아지가 주인의 지시에 따라 꼬리를 흔들거나 걸어 다니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행동을 시연해보였다. 시키는 대로 따라하고 청결해서 좋다며 행복해하던 노부부의 모습은 마치 영화 속 먼 미래의 세상을 체험하고 돌아온 것 같은 신기한 영상으로 기억 속에 남아있다. 

2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로봇은 우리의 일상 속 깊숙이 파고들어 와 있다. 로봇은 작업장에서 힘든 일을 척척 수행하며 노동 인력을 대체하고 있고, 레스토랑에서 주문 메뉴를 테이블로 가져 온다. 로봇은 인간의 지적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는데, 언론계에서는 로봇이 기사를 생산하는 소위 로봇 저널리즘이 쟁점이 된지 오래이며, 세계 유력 언론사들은 증권시황, 스포츠결과, 기업실적, 날씨 보도 등을 자동화 알고리즘으로 대체하는 추세다. 

이런 속에서 일론 머스크가 공동소유주로 있는 미국 스타트업 ‘오픈AI’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챗지피티(ChatGPT)가 인공지능 기술혁신의 결과물로서 압도적인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챗지피티는 2016년 혜성처럼 등장하여 이세돌 9단을 꺾으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인공지능 알파고를 능가하는 파급력을 지닌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언어 처리 기술로 만든 대화형 인공지능인 챗지피티는 학술논문 및 전문영역의 보고서, 연설문, 대학생의 리포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면서 출시 1개월 만에 1억 명 이상의 사용실적을 기록했다. 

특정 분야에서 챗지피티가 인간이 범접하기 힘든 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오류도 속출하고 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가 내린 질병 진단에 오류가 발생했고, 진단의 근거를 묻는 질문에 챗지피티는 인용한 논문을 제시했으나, 그 논문이 가짜논문인 것으로 판명됐다. 챗지피티는 오로지 입력된 데이터에 근거하여 결과를 생성해내는 기술로서, 내용의 사실 여부를 가리거나 가치판단을 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챗지피티의 등장은 인류사에 획을 긋는 인공지능 기술 혁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7일 챗지피티를 장착한 검색엔진 빙(Bing)을 출시하였고, 구글은 8일 파리에서 생성형 AI를 결합한 검색서비스 바드(Bard)를 공개하는 등 빅테크기업들의 시장선점과 수익 극대화를 위한 개발 경쟁이 뜨겁다. 기업의 매출 지향적 기술 개발 경쟁에 대한 우려와 함께 규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구글 수석 전도사인 빈트 서프는 기업들이 공공의 이익보다는 그들의 이익을 추구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고, 일론 머스크는 최근 UAE 두바이에서 개최된 세계정부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한 자리에서 “규제가 AI의 발전을 조금 늦출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좋은 일이다”라고 밝혀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진일보하는 기술혁신으로 인해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사이언스픽션 영화 속 세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에 의해 이뤄졌지만 인간이 기술에 압도당하고 지배당하는 세상이 올 수 있다는 우려는 결코 비현실적인 주장만은 아니다. 혁신기술과 인간윤리가 균형있게 공존하는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에 대한 성찰만큼은 인공지능에 넘겨서는 안 된다. 인간의 주체성을 지켜내고 당당한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자기성찰이 더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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