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명상 디깅’으로 행복 모멘텀 만들자

한 분야 집중행태 증가
‘디깅 모멘텀’으로 칭해
집중과 몰입에 방해요소
마음챙김으로 제거하자

▶한줄요약
호흡에 집중하고 마음을 챙기면 집중과 몰입이 쉬워진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행위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트렌드코리아 2023〉에서 ‘디깅모멘텀(Digging Momentum)’이라고 새롭게 정의했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는 2008년부터 시대의 트렌드를 키워드로 분석 및 예측하고 매년 〈트렌드 코리아〉 책자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2023년을 전망한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자기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에 시간과 돈과 열정을 투자하면서 누구보다도 삶에 열심이고 몰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를 ‘디깅모멘텀’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제시한 것이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의 몰입에는 조금 특별한 데가 있다고 〈트렌드코리아 2023〉은 설명하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과몰입’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이 과도한 몰입을 통해 자기를 찾고, 발견하고, 표현하고, 과시하는 것. 바로 이러한 현상을 ‘디깅모멘텀’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디깅(digging)이라는 말은 ‘채굴’, 또는 ‘발굴’이라는 의미로 특정한 대상을 깊이 파고들어가 종국에는 자기 존재를 발견하는 경지에 이른다는 점을 중의적으로 표현했다.

인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고 몰입하는 존재이다. 일이든 사랑이든 취미든, 우리는 무엇인가에 몰두할 때 자기 삶의 의미를 구할 수 있다. ‘몰입(flow)’의 개념을 정립한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에 따르면 몰입이란 어떤 활동이나 상황에 완전이 빠져들어서 집중하고 있는 상태로, 사람들은 몰입을 경험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몰입해 있는 일을 중요하다고 여기고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굳은 믿음이 중요하다고 했다. 하루 중 잠깐이라도 자신이 진짜로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여 행복을 충전한다면 일상의 스트레스를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심리적 유연성이 생기게 된다.

필자는 2023년 새해 행복 모멘텀을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명상 디깅이 트렌드화 되기를 소망한다. 명상 몰입을 통해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회복탄력성 강화를 통해 풍요롭고 행복한 삶에 가까이 다가서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신체운동 뿐만 아니라 ‘마음운동’ 즉 멘탈관리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태어나서 지금까지 마음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방법이나 기술을 제대로 배워본적이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버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 정도 딴생각을 하며 산다고 한다. 멀티태스킹과 휴대폰 알림, 주의를 잡아끄는 영상들, 이런 환경 속에서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고 몰입하기란 쉽지 않다. 방해요인들 속에서도 내 삶에서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힘은, 마치 코어근육과 같이 우리 삶을 지탱해 주는 능력이 아닐까? 주의력과 집중력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 바로 마음챙김이다. 마음챙김은 의도를 가지고 현재 경험에 주의를 기울여서 판단없이 알아차리는 것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 마음의 근육은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우울이나 불안같은 감정을 다스리고, 번아웃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마음챙김이 혹시 종교적이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사람도 있지만, 지난 40여년간 많은 과학연구들이 마음챙김의 효과를 밝히면서, 명상은 이미 과학이 되었다. 명상이 뇌의 구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과학연구들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은 전통명상에서 종교색을 걷어내고, 주의력을 계발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마음챙김 명상의 본질을 담았다. 명상이 나에게 힘을 주는 일상의 리추얼이 되고, 더 평온하고, 더 집중하고, 나 자신을 더 사랑하는 마음 습관이 자리잡기를 위해서 2023년 한 해 명상 디깅을 해보자. 명상 초보라면 과학적으로 검증된 마음챙김 명상으로 출발할 것을 추천한다. 매일 규칙적으로 잠깐 시간을 내어 일상의 습관으로 만들어보라. 혼자 하기 어렵거나 방법을 모른다면 명상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필자가 개발한 명상앱 ‘하루명상’에서도 과학기반의 마음챙김 명상 입문을 포함한 다양한 명상 콘텐츠를 모두 평생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 하루명상의 마음챙김 입문은 7분 내외 분량의 오디오를 통해 7일 동안 스스로 실습할 수 있도록 음원을 제공하고 있다.

초보자가 호흡명상에서 흔히 하는 경험은 인위적으로 집중하려고 애쓰면서 호흡이 불편해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명상이 힘들고 부담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다. 입문과정의 첫날은 잘 해야 한다거나 집중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호흡에 가볍고 따스하고 자연스러운 관심을 갖는 단계이다. 첫째날에는 호흡에 집중하는 대신 호흡을 즐긴다는 관점으로 명상에 참여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미소(smile)의 ‘따스하고 훈훈한’느낌을 바탕으로 온화한 주의력을 초기설정한다. 컴퓨터에 한 번 설정을 해 놓으면 쭈욱 유지되는 것처럼, 명상을 할 때마다 이 초기 설정을 떠올리고 적용하는 것이 좋다. 한편 마음챙김을 하는 데에는 호기심과 열린 마음, 친절함이 중요하다. 이런 태도를 설정하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앞에서 설명한 미소이다. 한 번 따라해보자. 살며시 눈을 감고 입꼬리를 부드럽게 올려서 미소를 지어본다. 마음의 눈으로 눈꼬리를 내려서 입꼬리와 연결된다고 상상해 본다. 어떤가? 얼굴 가득 둥근 햇님같은 환한 미소가 번지는 것을 상상해보라. 미소의 따스하고 훈훈한 느낌이 몸과 마음에 스며드는 것을 느껴보라. 미소를 통해 만들어진 따스하고 훈훈한 주의력을 가져와서 잠시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본다. 그런 다음, 몸이 바닥이나 의자와 닿은 감각을 느껴본다. 엉덩이나 발, 다리에서 몸의 무게감, 눌리는 느낌, 폭신함이나 단단함을 느껴본다. 이렇게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나 자신을 ‘지금 여기’로 부드럽게 초대한다. 그리고 몸이 숨 쉬고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져본다. 몇 번 정도 숨을 크게, 코로 마시고 입으로 내쉬어 보고, 입으로 숨을 내쉴 때 한숨을 쉬듯이 ‘하…’하고 소리를 내어도 좋다. 턱이 이완되면서 긴장이 조금 풀리는 게 느껴질 것이다. 한 번 더 숨을 깊게 들이쉬고, 길게 내쉰 다음에는 그냥 자연스럽게, 코로 마시고 코로 내쉬는 호흡으로 돌아오면된다. 호흡을 조절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둔다. 코로 숨이 들어오고, 코로 숨이 나간다. 집중하려고 억지로 애쓰기보다는 스마일 설정을 떠올리면서 호흡과 함께하는 이 시간을 즐겨보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주의가 집중되는 것과 비슷하다. 몸으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평화로운 경험에 따스하고 부드러운 주의를 기울여 본다.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가는 것에 정성을 다해 주의를 기울인다. 따스하고 훈훈한 내면의 미소를 띠고, 숨이 몸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느껴본다. 들숨이 상쾌하게 몸을 채우는 느낌, 그리고 날숨에 긴장이 풀어지는 느낌을 음미해 본다.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잠시 후 주의를 몸 전체로 확장하면서 앉아있는 몸, 숨 쉬는 몸을 느껴본다. 주의를 이 공간 전체로 확장하면서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 피부에 닿는 공기의 온도, 감촉을 느껴본다. 의도적으로 숨을 한 번 깊게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면서 준비가 되면 눈을 뜬다.

첫날 명상 수련의 핵심 내용이다. 새로운 악기나 운동을 배울 때처럼 명상도 처음에는 어색한 게 당연할 수 있다. 음원을 들으면서 마음챙김 호흡명상이 익숙해지도록 꾸준히 해보라.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느끼거나 마음이 산만할 때, 호흡은 마음의 중심을 잡는 닻이 되어줄것이다.

첫째날에 이어 2일차에는 몸에서 호흡 느끼기면서 동기부여를 위해 수행의 의도를 설정하는 단계이다. 명상이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떠올려보는 것 자체로 명상 전 좋은 준비가 된다. 온화한 주의력과 호기심으로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다보면 자연스러운 호흡을 몸에서 느낄 수 있고, 숨을 쉬는 일이 편안하고 즐겁다고 느끼게 된다. 3일차에는 방황하는 마음에 명칭 붙이는 실습을 한다. 호흡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호흡을 보다 자세히 관찰(길고 짧음, 깊고 얕음, 거칠거나 매끄러운)해 볼 수 있다. 동시에 주의가 호흡에서 벗어나는 것을 경험하게 되고, 초보자는 이것을 문제라고 여기고 명상이 실패했다고 판단하기 쉽다. 마음방황을 방해요인으로 판단하기보다 주의력의 근육을 키우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스마일 설정을 바탕으로, 부드럽고 친절하게 호흡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하는 단계이다. 4일차에는 호흡을 허용하고 수용하는 법을 배운다. 호흡을 관찰하는 동안 ‘이상적인 호흡’에 집착하거나 자신도 모르게 호흡을 조절하려는 의도나 욕구가 일어날 수 있다. 그 의도나 욕구 혹은 조절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있는 그대로의 호흡을 관찰한다. 호흡을 허용하고 수용하는 관점으로 수련을 경험함으로써 받아들임의 태도를 지향한다. 5일차에는 비판단적 태도로 호흡을 관찰하는 훈련을 한다. 명상을 하는 동안 다양한 종류의 판단이 얼마나 자주 올라오는지 알아차린다. 그 판단에 대해 다시 판단하거나 변화시키려고 할 필요는 없다. 단지 그것을 ‘판단’이라고 알아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우리는 일상에서 지극히 제한된 정보, 과거 경험이 어우러져 형성된 편견이나 고정관념의 필터를 거쳐 상황을 바라본다. 명상에서 체화하는 비판단의 태도는 자동적이고 충분히 숙고하지 않은 의견이나 관념을 넘어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는 분별력의 토대가 된다. 6일차에는 결과를 바라지 않고 수련하는 연습을 한다. 그 동안의 호흡명상에서 편안하거나 유쾌한 경험을 했다면, 그 경험을 다시 하게 되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생겨날 수 있다. 이완이나 고요함 같은 결과를 얻고자 하는 애씀이 있는지 살펴보고, 결과를 기대하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자연스레 흘려보낸다. 마지막 7일차에는 초심으로 호흡을 관찰한다. 호흡 관찰을 지속하면서 지루한 마음이 들 때, 매 순간의 호흡을 호기심을 가지고 새롭게 바라보고, 순간순간 처음 시작하는 마음 가짐으로 수련을 지속하려는 동기를 분명히 한다.

새해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마음챙김 명상 디깅을 소개했다. 명상은 반복할 때마다 항상 비슷해 보여도 매번 다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매 순간 숨을 쉬고 있지만, 한 번도 같은 호흡은 없었다. 호흡은 존재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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