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의 유저데이터, 명상 발전 디딤돌

명상 앱 시장, 연13.4% 성장
‘하루명상앱’ 175개국에 보급
과학적 토대 위에 활용 늘어
명상관련의 빅데이터 갖춰야

▶한줄요약
4차 산업시대는 데이터가 발전의 토대, 명상의 효능과 사용자 데이터는 새로운 명상시장 개척의 원동력

필자는 2012년 9월부터 전방 군부대 법회 봉사를 다니고 있다. 바쁜 업무 일정으로 잠깐 쉰 적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햇수로 10년째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지금 생각하니 꽤 시간이 지나간 것 같다. 상도선원 사무량회 도반들과 돌아가면서 군법당 봉사를 하기 때문에 순번은 보통 1달 또는 2달에 1번 꼴로 돌아온다. 한번 가면 군법사로서 2군데에서 법회를 진행하고 온다. 아침 9시에 철책선 안쪽에 있는 수색대대에서 일요 법회를 하고, 바로 이동해서 인근 10분 거리에 위치한 여단에서 10시 20분에서 법회를 한 후 11시 20분에 끝나는 일정이다. 지난주 일요일이 필자의 차례여서 아침 일찍 집에서 출발했다. 법회에 갈때마다 간식을 준비하는데 이번에는 병사들이 좋아하는 치킨을 준비했다. 치킨은 바로 먹을 수 있도록 군부대에서 멀지 않은 연천군 전곡읍에 있는 프렌차이즈 치킨점에 전날 주문해서 아침 8시 30분에 받아서 갔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설 때는 조금 힘들지만 막상 도착해서 장병들 얼굴을 보면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군생활을 하면서 일요일에 법회에 참석했다는 것은 참으로 귀한 인연이다. 꾸준하고 참석하는 소수의 병사도 있지만 갈때마다 대부분 새로운 얼굴들이다. 짧은 법회 시간이지만 어떤 목적으로 왔던지 그 귀한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려고 항상 고민한다. 오랜시간 군법회를 진행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필자는 딱 두가지만 전달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법회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는 마음챙김 영어로 ‘minfulness’라는 단어를 잊지 않게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5분이더라도 꼭 명상실습을 하는 것이다. 명상이 이제는 종교를 넘어서서 과학의 영역에서 연구되고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장병들에게는 명상을 받아들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습을 하는 이유는 1시간 강의를 듣는 것보다 단 1분이라도 실천을 통해서 얻어지는 직접적인 경험이 명상에 대한 이해와 동기부여를 강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단순한 이해가 아닌 실천을 통해서 삶의 습관으로 자리 잡도록 하려는 목적이다. 군대 문화도 많이 바뀌어서 이제 사병들도 일과 후에는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챙김과 관련한 유튜브 영상을 검색해보라고 추천도 하고 다양한 명상 어플을 사용해보라고 이야기를 한다. 실제로 장병들이 명상 또는 마음챙김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전과 후가 확연히 달라지기도 했다. 명상의 필요성과 활용하려는 장병들이 훨씬 많아졌다. 그리고 질의 응답도 달라지고 있다. 경험과 지식이 생기다보니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이나 대화도 이루어지고 있다. 명상을 확산시키고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아마 스마트폰일 것이다.

명상의 목적 중 하나는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이다. 다른 표현으로는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다. 고통으로부터 해방하는데 최적화된 도구가 명상이다. 누구나 삶 속에서 힘들고, 스트레스 받고, 화나고, 갈등을 겪고, 불안하고, 우울하고, 지칠 때가 있다. 젊은 사람들도 동일하다. 이런 힘든 순간에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는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명상이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지혜로운 방법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한 호흡만을 살펴보는 것 만으로도 큰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명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명상을 접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었다. 장병들의 사례처럼 스마트폰이 명상의 글로벌화를 촉진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출시된 명상앱이 2500여개 정도라고 하한다. 전세계 1등 명상앱인 캄(Calm)은 2021년 1억다운로드를 넘어섰다. 2026년까지 명상앱 시장은 연평균 13.4%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앱을 출시하면 전세계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된다. 필자가 출시한 하루명상앱의 경우에도 현재 175개 국가에서 이용할 수 있게 오픈되어있다. 하지만 콘텐츠가 한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용하기는 어렵다. 언어의 제약으로 인해 글로벌화가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영어의 경우는 다르다. 전세계 공통어일 정도로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한번 출시되면 전세계적 통용성을 확보하게 된다.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명상앱은 대부분 영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앱이다.

최근 ‘명상하는 뇌’라는 책이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대니얼 골먼과 리처드 데이비슨이다. 명상과학 분야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 서양의 1세대 명상가이자 뇌신경과학자이다. 책에서 저자들은 하버드 대학교 학생 시절부터 현재까지 명상 수련과 명상 연구를 동시해 해오고 있는 그들의 기나긴 여정을 이야기하면서, 명상과학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한 전망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명상을 수련하는 길을 깊이를 추구하는 길과 넓이를 추구하는 길로 구분하면서 명상을 4개의 수준으로 구분하면서 미래의 방향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먼저 깊이를 추구하는 길을 두 가지 수준으로 제시했다. 첫 번째는 그야말로 순수한 형태의 명상 수행법으로, 예를 들면 동남아시아의 상좌부 불교나 티베트 수행자들 또는 한국의 선 수행들이 수행해온 방식이다. 필자들은 이런 가장 집중적인 유형의 수련을 제1수준이라고 했다. 달라이 라마, 마티유 리카드, 밍규르 린포체, 숭산 스님, 고엔카 등과 같은 분들이 이에 해당 할 수 있을 듯 하다. 이러한 수행의 전통적인 요소가 서구 사회로 전파되면서 승려나 수행자와 같은 삶의 방식이 일부 제거되고, 사구 사람들의 문화에 맞게 지속적으로 변형되어왔다. 아시아의 전통 수행 정신과 철학은 계승하되 문화적 차이로 발생한 오해 혹은 방해가 될 만한 요소들을 제거한 수행을 제2수준을 정의 했다. 잭 콘필드, 래리 로젠버그, 조셉 골드스타인, 샤론 샐즈버그 등과 같은 수행자들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을 듯 하다.

깊이를 추구하는 것과는 달리 넓이를 추구한 접근법도 존재한다. 제3수준에서는 동일한 명상 수련법들을 영적인 맥락을 제거해서 일반 대중에게 전파한다. 한국에도 이미 잘 알려진 존 카밧진이 창시한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MBSR; 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크리스토퍼 거머와 크리스틴 네프와 개발한 ’마음챙김-자기연민 프로그램(MSC; Mindful Self-Compassion)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MBSR은 현재 수천 곳에 달하는 병원과 치료센터, 그 외의 다양한 시설에서 보급되고 있다. 또 하나의 예로는 초월 명상(TM; Transcendental Meditation)을 들 수 있다. 고전적인 만트라 수련자들이 초월명상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 현대인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제4수준으로는 훨씬 더 폭넓게 접근 가능한 명상 형태들이 해당된다. 종교적이고 영적인 색채가 거의 제거된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급속한 속도록 확산되고 있는 명상앱, 기업 명상교육, 학교 명상 교육 등이 이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글로벌 명상앱으로는 캄, 헤드스페이스, 인사이트 타이머 등이 한국에서는 필자가 개발한 하루명상 등을 대표적인 사례이다. 기업 명상교육으로는 구글에서 개발된 내면검색 프로그램(SIY; Search Inside Yourself)과 삼성의 영덕 명상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업 명상 프로그램 등도 좋은 사례이다. 학교 프로그램으로는 에모리대학교에서 개발되었고 한국에서도 보급되고 있는 씨러닝(SEE Learning)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저자들은 이후 제5수준의 등장을 예견하고 있다. 지금은 미완의 형태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아마 그 수가 점점 증가할 것이고 적용 범위도 넓어질 것이라고 한다. 제5수준에서는 과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명상 분야에서도 혁신과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과학적 연구에 근거를 두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고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는 단계이다. 이 단계는 빅테이터를 바탕으로 AI 명상이 본격화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AI 기반의 명상앱을 들 수 있다. 사용자의 현재 몸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 최적화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단계이다. 단순한 추천이 아니라 사용자의 생체 정보, 목소리 정보, 안면 정보, 셀프 체크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개개인별로 개별화된 콘텐츠가 제공되는 방식일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AI 기반의 명상은 데이터에 기반할 수 밖에 없는데 국내는 그러한 데이터를 수집, 활용, 분석하는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글로벌 명상앱들은 이미 머신러닝을 장착한 후 초기 단계의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앱들이 번역되어 국내에도 보급되고 있다. 전세계인들의 사용자 정보가 누적되면 이제 조만간 왠만한 명상 지도자보다 신뢰로운 AI 기반 명상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다. 이제 수행하지 않고 실력이 없는 명상가가 설 땅이 점차 좁아질 것이다. 대한민국이 4차산업혁명 시대에 명상을 중심으로 한 정신문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과학기반의 연구와 사용자 데이터 확보가 가장 절실한 상황이다.

최근에 음성복제 기술을 활용해서 30여개 문장을 읽은 후 필자의 목소리를 복제했다. 복제한 목소리로 2분 현존명상을 만들어서 가족과 회사 직원들과 같이 명상을 했다. 목소리가 조금 어색하다는 피드백은 있었지만 놀라운 것은 필자의 목소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기술은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더 진화하고 있다. 명상의 국가경쟁력은 기술과 접목해야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명상 콘텐츠이 최대 강국이다. 기술만 접목하면 전세계 K-Meditation을 주도할 수 있다. AI 시대 명상을 선도하는 국가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하며 필자도 그 대열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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