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 문화재 보존위해 라면 판매 
채식 재료 사용…SNS로 입소문 

채식라면 판매로 화제가 된 호조인 사찰. 사진출처=아사히 신문
채식라면 판매로 화제가 된 호조인 사찰. 사진출처=아사히 신문

“마치 까르보나라 같아요. 이런 라면은 처음 먹어봤습니다. 영혼까지 스며드는 맛입니다.” 
-수도 후쿠코(79, 교토 후시미구 거주)

일주일에 세 번, ‘라면 가게’로 변신하는 일본의 한 사찰이 화제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월 3일 “일본의 유서 깊은 한 사찰이 ‘한정판’ 비건 라면을 파는 식당으로 탈바꿈했다”며 교토의 호조인(Hozoin) 사찰을 소개했다. 

호조인 사찰은 일주일에 3번 오전 11시 일본식 라면인 ‘테라소바’를 판매한다. 단 호조인 사찰의 테라소바는 시중에 판매되는 라면과는 다르다. 동물 살생을 금지한 불교 교리에 따라 만들어진 채식 라면이기 때문이다.

호조인 사찰은 푸드컨설턴트 출신인 한 신도의 도움을 받아 자체 레시피를 개발했고, 인근 가게에서 구입한 된장과 두유 등을 듬뿍 사용한다. 일반적인 일본식 라면에는 육수를 우려내기 위해 ‘돈코츠’(돼지뼈)와 ‘토리가라’(닭뼈 등)를 사용하지만 이러한 재료는 일절 사용되지 않는다. 흔히 고명으로 올라가는 ‘차슈’(중국식 돼지고기 구이)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호조인 사찰의 비건 라면에는 죽순과 옥수수, 미역, 고추 등 토핑이 올라간다. 각 토핑은 불교적 의미를 담아 ‘오색’(청색·적색·황색·백색·흑색) 재료를 사용한다. 

특히 흑후추와 비슷한 대만 향신료인 마가우가 호조인 사찰 비건 라면의 ‘비법’이다. 파스타의 일종인 까르보나라와 비슷한 식감이어서 일반 라면보다 젊은층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주지 스님은 코도 모리이(Kodo Morii)는 “처음 문을 열었을 땐 단 한 명의 손님만이 왔다”며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 지금은 더 많은 손님들이 방문하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직접 식품위생감독 자격증까지 취득한 스님이 처음 라면 판매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일까. 

바로 호조인 사찰에 보관된 중요문화재인 ‘Tetsugenban issaikyo hangi’ 보존 작업을 위해서다. 해당 문화재는 에도 시대(1603~1867)에 호조인 사찰을 창건한 테츠겐 도코(1630~1682)의 바람에 따라 제작된 경판이다. 그러나 마땅한 경판전을 마련하지 못해 보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이에 호조인 사찰은 문화재의 복구 및 보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라면을 판매하면서 문화재 보존의 중요성도 널리 알리고 있다. 

호조인 사찰 라면 가게는 매주 목~토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하루 30그릇만 한정 판매하며, 3월 21일까지만 운영된다. 이후 봄철에는 간장 라면을, 여름철에는 젓갈 등을 판매할 예정이다. 

박정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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