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새해에는 부처님처럼 살고 싶습니다
부처님처럼 생각하고 살아가기를 그려봅니다
환난 시대, 淨土 만드는 비밀이 거기 있습니다

그림=최주현 화백
그림=최주현 화백

시간의 흐름은 참으로 무상하여 스님께서 가신 지 5년이 되어 갑니다. 불쑥 전화를 하시고는 지금 뭐하시능교?” “그냥 있습니다.” “퍼뜩 오이소하시던 스님께서 어찌 제 꿈결에도 한번 들리지 않으십니까?

저는 스님께서 완전한 적멸(寂滅)에 드셨음을 그래서 깨닫습니다. “죽으면 아무 것도 없는 것이야. 일찍이 석가모니 부처님과 조사(祖師) 스님들께서 다 말씀하셨는데 아직도 몰라하시던 그 적멸입니다. 완전한 무()의 경지에 드신 것이지요.

스님은 그래서 평안하시겠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의 세상에 스님이 남기신 자취는 날로 커져갑니다. 문단에서는 스님의 문학을 연구하는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고, 매달 시 낭송을 하는 모임도 생겼습니다.

서울에 오실 때면 자주 들렸던 출판사에서는 스님께서 창간하신 잡지의 우수 논문 게재자에 대한 시상식이 거행되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스님께서 즐겨 드시던 칼국수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하였습니다. 모두 스님을 잘 아시는 분들입니다. 스님 이야기를 나누며 그리움에 젖기도 했지요. 이렇게 저는 아직 스님의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스님이 계시지 않는 인간 세상은 결코 편하지 않았습니다.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고, 국내에서는 핼러윈데이에 이태원에서 159명의 사람이 깔려 죽는 초현실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코로나19는 아직도 매일 수십 명의 사람들을 죽이고 있지요. 북한의 핵 위협은 계속되고 있고, 세계적으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는 어려움에 부딪치면 부처님 같으면 어떻게 하셨을까하고 생각해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러면 대부분 해답이 나오지요.

부처님께서는 왕자님으로 태어났으나 스스로 출가하셨고, 자신의 조국이 멸망하는 것을 보신 분입니다. 전쟁으로 동족들이 학살당하는 것을 겪으신 분입니다. 완전한 인격을 갖추신 분입니다. 사람이 겪을 수 있는 내외적 상황의 극단을 극복하신 분이었기에 우리가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가지셨습니다.

우선 새해는 세계가 평화롭기를 바랍니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공하여 전쟁에 의한 죽음이 일상사가 되는 일이 없기를,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고,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 거리를 방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전쟁이 잦았던 발칸반도에는 적의 존재가 바로 죽음을 뜻하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리하여 해변으로 돌출한 지역은 성벽을 쌓아 도시를 거북등처럼 에워쌌고,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은 산등성이를 따라 성을 쌓았습니다. 그 능선이 마치 칼처럼 날카로운 지역도남김없이 성을 쌓았습니다. 적의 존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이었으면 사람이 올라가기도 어려운 능선 따라 돌로서 철벽 방어선을 구축했겠습니까?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한반도로서는 드물게 70년 평화를 누리고 있는 우리는 혹여 평화의 신기루에 현혹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동해로, 서해로 미사일을 쏘아대는 북한을 앞에 두고도 방공훈련 한번 없는 우리의 자세가 오히려 무섭습니다.

그리고 새해는 인류가 팬데믹에서 풀려났으면 합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 3년 우리가 겪었던 상황은 조상들이 일찍이 겪었던 페스트나 스페인 독감과 진배없는 희생을 치렀습니다. 병으로 고통을 겪는 가족도 간호하지 못하고, 장례도 행정 절차에 따라 치러야 하는 비극을 다시는 겪지말았으면 합니다. 죽음이 이렇게 가까

이 있음을, 늘 치러야 하는 일상사임을 뼈저리게 겪었던 나날. 이제는 그 고통에서 놓여났으면 합니다. 이렇게 병이 무서운데, 어쩔 수 없이 맞아야 하는 죽음도 안타까운데, 새해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어쩌다가 우리가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습니까? 도대체 우리 사회의 어떤 요소들이 자살이라는 막다른 길로 사람들을 몰아갑니까? 이런 요인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분석, 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사회적 안전망 구축과 사회 보장 제도를 세심하게 손보고 구멍 난 곳은 메꿔나가야 합니다.

남들이, 이웃이 모르는 가운데 사회적 약자들이 죽음을 생각하는 사회가 무섭습니다. 특히 사선을 넘어온 탈북민들의 죽음은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원시적인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일도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새해는 젊은이들이 마음껏 사랑하고, 결혼하고, 출산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다가 우리가 세계 출산율 꼴찌가 되었습니까?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무엇인지, 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지, 어른들이 헤아려 보아야 합니다. 예로부터 우리에게는 아이는 온 동네가 키운다는 두레 정신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아이는 온 나라가 키운다는 공동체 정신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사라진 동네는 동네가 아닙니다. 그것을 방치하고 있는 동네는 사람 사는 동네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화급하게 노력해야 할 것이 우리의 2세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입니다.

새해는 그런 나라 만들기 원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과속 질주의 시대에, 마음을 잃지나 않은지 걱정합니다. 마음을 잃은 텅빈 육신만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지나 않은지요. 새해는 마음 찾기, 마음 챙기기에 나서야 하겠습니다. 나의 마음을 꽉 잡고 있어야 내가 나의 주인이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음이며, 가장 어려운 것이 마음 다스리기라고 합니다. 그래서 팔만대장경을 한마디로 하면마음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나를 떠나 방황하고 있는 불쌍한 나의 마음을 찾아 위로하고 끌어안아야 하겠습니다. 남극의 혹한을 끌어안기로 견뎌 나가는 황제펭귄들처럼.

새해는 부처님처럼 살고 싶습니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극한의 고통을 겪으신 부처님, 그 고통을 극복하고 사람이 다다를 수 있는 최상의 경지를 보여주신 부처님. 새해는 우리가 부처님처럼 생각하고, 부처님처럼 살아가기를 꿈결처럼 그려봅니다. 거기에 이 어려운 환난의 시대를 극락정토로 만드는 비밀의 열쇠가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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