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大 뉴스 신뢰 조사서
韓언론 46개국 중 ‘40위’ 기록
대중 “뉴스 불신, 편향적” 인식

정치권 편가르기, 진영 갈등에
언론들도 편승해 분열 부추겨
편향적 뉴스, 인식 왜곡 이끌어 

2022년 사자성어 ‘過而不改’는
韓사회와 언론에 해당되는 金言
언론,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하길

한국 언론이 불신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실시한 뉴스 신뢰도 조사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2>에서 한국은 전체 조사대상 46개국 중 40위라는 최하위의 부끄러운 순위를 기록했다. 또한 한국 이용자 3명 중 2명(67%)이 뉴스를 선택적으로 회피한 경험이 있는데, 그 주된 이유가 “뉴스를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42%)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국제 조사기관 입소스가 28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회 정치적 갈등에 대한 조사에서 ‘이념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87%로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국민 갈등과 분열이 위기의 임계점을 이미 넘어섰으며, 상대를 향한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는 극단주의 정치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후진적 정치에 편승해 ‘편가르기’ ‘진영 갈등 부추기기’를 일삼는 언론의 행태는 가히 심각한 수준으로서, 이런 퇴행적 관행이 지속하는 한 언론이 신뢰를 말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언론이 신뢰를 얻기 위한 기본 조건은 사실과 의견의 분리, 주관과 객관의 구분, 취재원 실명 보도, 엄정한 사실 검증, 시민에 헌신하는 보도, 투명한 취재 방법 공개, 적극적인 정정보도 등을 준수하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 드러나는 언론의 모습을 보면 과연 이 원칙들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유튜브 유사 언론 채널이 생산하는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검증 없이 받아 유통하거나 확대 재생산하는가 하면, ‘미디어 비평’이란 이름으로 출발한 프로그램이 한쪽 편은 때리고 비판하면서 특정 진영의 스캔들에는 선봉에서 방어전을 펼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언론이 기본 원칙을 멀리하고 정파적 편향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신뢰 회복의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언론의 지나친 정파적 편향성과 가짜뉴스의 확산은 뉴스 이용자의 편향된 뉴스 소비로 확증편향을 강화해 왜곡된 사회인식을 부추길 것이다. 또한 정파적 뉴스 소비 성향이 강화되면 정치권에 대한 비호감이 언론에 대한 비호감으로 전이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고, 이는 민주주의 발전 및 언론 신뢰 구축에 저해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된다.

신뢰를 뜻하는 영어 단어 ‘Trust’는 ‘편안함’ ‘위안’을 의미하는 독일어 ‘Trost(트로스트)’에서 온 말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믿게 되면 그와의 관계가 편안해지고 그로부터 위로받고 싶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용자에게 믿음과 편안함을 주는 언론과의 관계가 편향과 왜곡의 토대 위에 구축된 것이라면 그것은 문제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은 신뢰를 ‘기대치에 대한 확신’이라고 정의하였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개인이라는 점과 점 간의 관계, 즉 연결로 구성된 그물망 속에서 존재한다. 그리고 연결의 강도는 신뢰에 비례한다. 연결의 강도가 강하고 다양할수록 우리는 인간적으로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다. 
 

교수신문은 교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투표를 통해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선정했다고 한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다면 이것이 바로 잘못”이라는 뜻으로 논어의 위령공편에서 처음 등장한 말이다. 선정에 참여한 교수들은 학계의 연구윤리 문제와 함께 정치권의 행태를 꼬집었다고 하는데, 이 현상이 어디 이 두 영역에만 국한할 일이겠는가. 

언론은 취재 방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관과 객관을 구분하는 원칙을 견지하며, 엄정한 사실 검증뿐만 아니라 정정과 사과를 두려워하지 않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 충실해져야 한다. 이것이 새해를 앞둔 언론이 신뢰 회복을 위해 다시 디뎌야 할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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