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상징 활용한 예술
종교화합 바탕서 가능
일방적 폄훼나 훼손은
사회갈등 요인 중 하나

법계도, 천주교 성화 사용
불교 대한 몰인식 드러나
불교 대한 예의조차 없어
한국천주교 공식사과해야

미국축구협회가 이란과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11월 30일)을 앞두고 이슬람공화국 문장을 삭제한 이란 국기(國旗)를 산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1979년 이슬람혁명을 일으킨 세력이 국기에 추가한 이 문장은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다’는 뜻이다. 이란 반정부 시위대가 시위 과정에서 이 문양이 삭제된 국기를 쓰고 있으며, 미국축구협회가 이를 소셜미디어에 반영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란은 미국축구협회를 국제축구연맹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며 반발했다. 한 나라의 국기 문양을 임의대로 변형하거나 훼손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정당화될 수 없다는 논지다.

종교에서도 이러한 점은 적용된다. 종교에서는 신앙의 대상이 되는 성인이나 교리를 신도에게 교육시키기 위해 그림으로 부각시킨다. 종교행위를 묘사한 종교적 미술품을 우리는 ‘성화(聖畵)’라고 부른다. 문제는 자신의 종교 이미지를 강화시키기 위해 이러한 종교적 상징을 훼손하는 경우다. 이웃종교의 상징과 문장을 소도구나 하위 소재로 묘사한다면 이웃종교의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로 종교 간에 심각한 갈등과 반목 요인이 된다. 

그래서 종교예술에서도 종교윤리가 있다. 모든 공동체는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구성원이 최소한 지켜야 할 양심에 입각한 도덕의식과 윤리가 있다. 기본적인 윤리의식이 지켜지지 않으면 그 공동체는 난장판이 되고, 미개한 집단으로 평가받게 된다. 

다종교 사회에서 국민 화합을 위한 ‘종교 간 공존, 존중, 화합’은 중요한 종교윤리다. 유럽에서는 종교전쟁까지 발생한 역사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체적으로 종교들이 상호 존중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작금에 와서 광주시 가톨릭 순례길, 서울시 순례길에 늘어진 가톨릭 성지화 시설물과 이정표, 신안군 천사섬 성역화 등 종교적 갈등이 자주 일어나고 있어 종교 간의 반목과 갈등이 되고 있다.

서소문 역사박물관(서울시 박물관으로 천주교단에 위탁 운영하는 박물관) 벽에 ‘일어나 비추어라’는 제목의 초대형 나전칠화가 걸려있다. 이 작품의 중앙에 한국불교 의식에서 신행의 대상이 되는 의상대사의 법계도(法界圖)의 문양이있다. 위로는 아기 예수처럼 이미지화한 그림이 있다. 얼굴은 십자가 문양으로 묘사하고, 팔은 천사의 두 날개를 십자가 형상으로 벌리고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선언하는 모습이다. 아래는 법계도에 십자가를 매달아 놓고, 또 맨 아래에 태극기 문양이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아기 부처 탄생불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아래서 안정되게 떠받치는 법계도의 모양은 네모진 210개 한자를 대신해 둥근 묵주알 모양으로 변형, 천주교의 묵주로 형상화하였다. 이 나전칠화는 3점이 제작되어, 여주 옹청박물관, 우르바노대학(로마 교황청 건립) 로비에 전시되어 있다.
 

만약 불화(佛畵) 삼존불도를 제작할 때 십자가를 부처님 발바닥 아래에 깐다면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어떻게 보일까? 석가모니 본존불을 모시고, 양쪽 협시불을 모시는데, 이웃종교의 성자도 보살이라며 예수상이나 베드로, 바울의 존상을 추상화해 그려 넣는다면 어떻게 보일까? 

물론 예술작품은 모방에서 시작하고, 아름다움의 창신(創新)이 생명이다. 하지만 표절이나 왜곡은 예술적 가치가 없다. 종교적인 그림, 즉 성화는 어느 누가 보아도 순수해야 하며 성스러워야 한다. 그러나 보는 사람이 짜증이 나고 분노하는 그림이라면 성화로서 실패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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